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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쉬엄쉬엄 천천히 즐기는 다솔사의 늦가을 풍경

by 홈쿡쌤 2010. 1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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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에는 남편과 함께 '다솔사'를 다녀왔습니다. 황량한 초겨울을 연상하고 갔는데 아직 가을이 하나 가득 남아 있었습니다.  불어오는 솔바람을 느끼며 타박타박 느릿느릿 걸어 올랐습니다. 요란하지 않고 소박하면서 분위기 있는 작은 사찰은 내 마음 다스리는데 충분하였습니다.

늘 푸른 솔숲의 향기,
붉게 타는 단풍,
노랗게 익은 은행잎,
빙글빙글 바람결에 떨어지는 낙엽들....
"우와! 여보 눈이 오는 것 같아!"
소녀처럼 환호성을 지르자 사람들이 나를 쳐다봅니다.
"저것 봐! 너무 황홀하다."
앞서 가던 여자들도 연방 감탄사를 내뱉습니다.
모두가 낙엽 구르는 것만 봐도 까르르 웃는다는 여고생이 되어 있었습니다.



다솔사에는 여느 사찰의 대문 역할을 하는 일주문(一柱門)과 천왕문(天王門)이 없습니다. 우락부락한 사천왕(四天王)보다 한층 정겨워 보이는 소나무들이 절 진입로에서 가지를 뻗으며 일주문·천왕문을 자처하고 있습니다.



다솔사는 봉명산 군립공원 안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봉명'(鳳鳴)은 봉황이 노래함을, '다솔'(多率)은 좋은 인재를 많이 거느림을 의미합니다. 모두 '좋은 기운이 모여 있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그 좋은 기운 때문일까요? 만해 한용운이 이끌던 불교 독립운동 단체 '만당'은 이 절을 근거지로 삼았고 소설가 김동리는 이곳에서 '등신불'을 썼다고 합니다. 화려한 과거와 달리 절은 규모가 작은 편으로, 적멸보궁, 대양루, 웅진전, 극락전 등 10여 동이 전부입니다.


▶ 와불, 뒤에는 유리창 너머로 사리탑이 보입니다.

▶ 밖에서 본 모습










▶ 1박 2일 팀이 써 놓고 간 기와





다솔사 내에 있는 먹거리

▶ 연잎밥 - 8,000원


▶ 비빔밥 - 5,000원


▶ 수제비 - 4,000원

다솔사 안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먹거리가 제법 깔끔하였습니다.


★ 전통도예를 빗는 도공을 만나다.
도요지 : 경남 사천시 곤양면 무고리 사천등요
▶ 백하 정충옥 도력



봉명산을 오르다 산길을 걸어가니 전통그릇을 빗는 곳을 가 보게 되었습니다. 한참 도자기를 굽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주로 어떤 걸 굽고 있나요?"
"도자기도 있고 주로 생활도자기입니다."
"지금 불을 지피고 있는 나무는 뭔가요?"
"수입목 미송입니다."
"꼭 미송이어야 하는 이유가 있나요?"
"다른 나무는 재가 생겨서 안 됩니다. 미송은 고열에 의해 다 타버립니다."
"나무는 얼마나 말려야 하나요?"
"2~3년은 묵혀야 잘 탑니다."
"온도는 몇 도나 되나요?"
"1,280도입니다"
"한 번 굽는데 며칠이나 걸리나요?"
"하루 꼬박 넘게 불을 지펴야 하고 불을 끄고 난 뒤 2일이 지나야 그릇을 꺼냅니다."
"꺼낼 때 보니 작품이 아닌 것은 다 깨어 버리던데."
"그걸 많이 깨는 사람이 훌륭한 도공입니다."
"많이 아깝던데..저 주시면 안 돼요?"
"절대 안 되죠."
"일 년에 얼마나 구워내시나요?"
"3~4번밖에 못 굽습니다."
"팔리기는 하나요?"
"주로 찾아오는 손님이 와서 사 갑니다."
그릇하나가 5~6만원 하는 고가였고 한 번 사용해 본 사람은 다시 찾는다고 합니다.


▶ 사랑과 영혼에서 본 발로 돌리며 도자기를 빗는 자리



▶ 도공의 작업장


▶ 불을 지피는 도공
한 번 불을 지피면 계속 봐야하기 때문에 하루를 넘게 꼬박 밤을 센다고 합니다.


▶ 진열되어 있는 생활 도자기

"돈은 빌러 올 수 있어도 나무는 빌러 올 수가 없기에 늘 쌓여 있어야 합니다."
집안 가득 쌓인 나무를 보니 재산이라고 하였습니다.
가스나 전기를 이용하여 만드는 그릇과는 비교되지 않을 만큼 느림을 보았습니다.
1차 15시간 불을 지펴 예열하고 아궁이(5곳)마다 2~3시간을 옮겨가며 온도를 높혀간다고 하니 말입니다.

빨리빨리에 젖어 있는 우리의 습관과 많이 다른 기다릴 줄 아는 느림의 미학이었습니다.

 
▶ 바로 옆에 세워져 있는 만회 한용운님의 침의 침묵 시비입니다.


                      ▶ 다시 걸어서 차가 있는 다솔사로 향하였습니다.














▶ 사진을 찍고 있는 단란한 가족


▶ 하나 하나 쌓아 올린 소원을 비는 돌탑


자연을 만끽하는 동안 뇌에서 세로토닌이란 호르몬이 나오면서 즐거움을 느끼게 되는데, 이를 통해 감성 영역인 우뇌가 더욱 활성화돼 정서가 안정된다는 것입니다.

아직도 남아 있는 늦가을 풍경을 몸으로 마음으로 느끼고 돌아왔고,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을 카메라에 담아올 수 있어 행복한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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