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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련한 추억속으로

한 겨울밤, 꿀단지와 인절미

by 홈쿡쌤 2008. 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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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겨울밤, 꿀단지와 인절미

  찬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겨울 밤,
유난히 밝은 달빛과 별들만이 세상을 향해 내려앉는 스산한 겨울 밤,
일찍 먹은 저녁으로 인해 간식이 그리워지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얼마 전, 출장갔다 돌아 온 남편의 손에 토종꿀 한 통을 들고 왔습니다.
"어? 왠 꿀단지?"
"친구가 가져다 먹으라고 한 통 주네."
"가격 만마찮을텐데...공짜로?"
"이 세상에 공짜가 어딨어? 다 또 보답해야지"
"........"
아들녀석이 감기로 시달리고 있고, 평소 허약한 탓에 그냥 주는 것 덥썩 받아왔나 봅니다.

  꿀단지를 보니, 유난히 약하고 작았던 나를 위해 아버지가 가져다 준, 꿀단지와 엄마가 만들어 준 고구마 조청이 너무 생각나는 밤이되었습니다.

나의 아련한 추억속으로 온 가족을 끌어넣어 보았습니다.


토종 꿀단지

  우리가 자라던 60-70년대에는 먹거리라고는 없었던, 참 가난한 시절이었습니다. 가마솥에서 갓 구워낸 군고구마와 동김치가 기나긴 겨울밤을 달래는 유일한 간식거리였던 그런 시절이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소장사를 하시는 아버지 덕분에 유난히 키도 자라지 않는 날 위해 원기소도 사다 주시고, 아주 작은 꿀단지를 북박이장 속에 넣어두고, 아무도 없을 때 한 두 숟가락 받아 먹고 나가 놀게 했던 행복한 시절도 있었습니다.

너무 많아서 작은 유리병에 옮기는 딸아이와 남편
  토종벌을 키우지 않아 사 먹어야 하기에, 엄마는 늘 겨울이면 밭에서 키운 고구마를 푹 고와서 조청을 만들곤 하였습니다. 가마솥에서 고구마와 물을 조금 붓고 장작불로 오래오래 지피다 보면, 이렇게 꿀처럼 까만 조청이 만들어지곤 하였습니다.

사 온 꿀로는 육남매의 입을 다 채워주기는 힘겨웠기에, 이 조청단지도 북박이장 속으로 들어가 누군가 많이 아플때에 따끈한 물에 타 주시곤 하셨던 엄마입니다.
아무래도, 체질이 제일 허약한 막내에게 더 많은 기회가 왔습니다.
그러자, 불공평하다는 느낌을 받았을까?

오빠들은 나를 데려다 놓고 먹이는 척 하면서, 정작 오빠들이 더 많이 퍼 먹어버렸습니다. 달콤함에 자꾸 자꾸 퍼 먹다 보니, 결국, 바닥을 보이게 되었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뚜껑을 닫아 넣어 두었습니다.

며칠 뒤, 텅 빈 조청단지를 본 엄마는 그냥 피식 웃으시고 넘기시는 것이었습니다.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바라만 보다가, 우린 안도의 한숨을 쉬기도 했었던 기억 생생합니다.


  꿀단지에 묻은 꿀을 손으로 닦아가며 손가락까지 빠는 모습입니다.^^

이렇게 추운 한 겨울밤, 엄마가 해 주던 음식이 생각 나, 우리 아이들에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집에있는 인절미와 떡볶이 떡을 후라이팬에 굽습니다.

▶인절미에 콩가루가 묻어 있어 조금 타 버렸습니다.
   그냥, 보기 좋게 노릇노릇, 노글노글하게 구워내어 꿀에 찍어 먹습니다.

▶그냥 주면 잘 먹지도 않는 인절미를 살짝 구워 꿀에 찍어 먹게 했더니,
   남편, 딸, 아들의 손놀림이 빨라집니다.
   "엄마! 너무 맛 있어요"
   "엄마! 더 주세요"
   "것 참! 생각 보다 맛있네~"

 꽁꽁 얼어붙은 찬기온 아랑곳 하지 않고, 우리집에서는  따뜻한 행복이 넘쳐나는 저녁이 되었습니다.
어릴 적, 육남매의 손이 이렇게 오갔을 것이란 생각을 하니, 쳐다만 봐도 미소가 번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추억은 이렇게 사람의 가슴을 따뜻하게 해 주는 가 봅니다.

여러분은 한 겨울에 생각나는 추억 하나 없으십니까?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고요한 산사의 풍경소리]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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