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가득한 추억 여행! 아카시아 파마
길거리를 지나다 보면 유독 눈에 들어오는 꽃이 있습니다.
담을 따라 빨갛게 핀 아름다운 장미와 냄새로 사람 발길을 끄는 아카시아 꽃입니다.
며칠 전, 남편과 함께 저녁을 먹고 산책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파트만 조금 벗어나면 뒷산과 이어지는 농로가 있어 나란히 손잡고 걸으면 30분은 넘게 걸리는 거리입니다.
코를 실룩거리며 아카시아 꽃이 핀 곳으로 가 아른거리는 추억 속으로 여행을 하게 됩니다.
"여보! 우리 잎 따서 가위바위보 놀이하자!"
"애기처럼 왜 그래?"
"왜? 재밌잖아! 얼른얼른!~"
"그럼 굴밤 맡기다."
"알았어."
마치 어린아이처럼 신이 났습니다.
무엇을 하든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라 굴밤을 맞아가며 도전하곤 하는 나를 발견합니다.
집에까지 들고 와 아이들에게 한 번 해 보라고 하니
"싫어! 엄마는 꼭 아기같애."
"한번만 해봐! 재밌어."
엄마의 성화에 못 이겨 잠시 놀아 줍니다.
▶ 가위 바위 보를 하고 난 뒤, 잎을 떼어 내고 줄기만 남깁니다.
▶ 아카시아 줄기로 머리를 돌돌 말아줍니다.
▶ 부드러운 머리는 1분도 안 되었는데 이렇게 잘 나옵니다.
우리가 어릴 때에는 미장원도 읍내로 나가야 있었습니다.
동네 이발소에서 깎거나 엄마가 직접 가위로 잘라주곤 했으니까요.
어쩌다 외지에서 하이힐을 신고 볕 양산을 들고 머리 파마까지 한 멋쟁이 아가씨가 지나가면
"양갈보, 똥 갈보!" 하며 놀려대곤 했었습니다.
사실은 그 모습이 너무 부러워 아카시아 줄기로 파마를 하곤 했습니다.
어둠이 내려앉자 개구리 울음소리가 한창입니다.
내 귀에는 울음소리이건만, 노래소리이며 짝을 찾는 소리라고 하는 남편입니다.
아니, 내겐 고향의 소리였습니다.
밤하늘의 별을 헤며 꿈을 키웠던 그 시절로 되돌아간 기분이었습니다.
조금만 있으면 누렇게 익어 갈 보리와 밀 몰래 베어왔고,
남의 밭에 심어 둔 감자 캐서 구워 먹었던 감자 서리와 밀 서리,
과수원 가장자리를 따라 숨어들어 따 왔던 참외 수박 서리....
이 모두가 아련한 추억이며 그리움이었습니다.
"엄마! 요즘 그러다간 경찰서 끌려가!"
"맞어."
그래도 엄마 아빠의 추억을 들을 수라도 있으니 다행이라 여겨집니다.
삭막하고 각박한 세상에서 이런 아이들에게 어떤 추억을 남겨줘야 할까요?
그저 안타깝고 아쉬움만 남는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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