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련한 추억 속으로의 여행 '수박 서리'
오늘도 시장에서 통통통!~ 맑은 소리 내며 동글동글 잘 생긴 수박을 속살까지 알차있길 바래 보면서 골라 봅니다. 예년에 비해 수박 가격도 장난이 아닙니다.
늘 자신 없어 “저기! 맛있는 것으로 하나 골라 주세요.”
판매원이 골라주는 것으로 들고 오면 실패하는 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딸아이가 좋아하는 수박이라 여름 내내 떨어지지 않고 사 먹고 있습니다.
얼마 전, 남편의 고추 친구들과 부부 계 모임이 있어 다녀왔습니다.
맛있게 저녁을 먹고 난 뒤
“친구야! 하우스에 가서 수박 하나 따 가라.”
“하우스 중상인에게 팔았다며?”
“팔아도 한두 개 따 먹는다고 어떨까 봐!”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다른 친구가
“너 소문 못 들었어? 하우스 채로 팔았다가 수박 따 먹다 감옥 가게 되었어.”
농사지으시는 할머니가 3백 만원을 받고 중상인에게 팔았는데 아이들이 와서 수박 5개를 따먹었다고 고발을 해 버렸던 것입니다.
동네 이장이 나서고, 경찰서 아는 사람까지 부탁해 가며 겨우 잠재웠다는 것입니다.
참 각박해진 세상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여름 내내 햇살 받으면서 무럭무럭 자라난 수박 초록빛 고운 얼굴 하고서 진한 색의 줄무늬 신선하기만 하고, 빨갛게 물든 그 속내 세상에 내보이니 입안 가득 녹아드는 맛으로 추억 속으로 빠져들어 달콤하게만 전해 옵니다.
그 옛날 우리 가까이 있던 원두막은 꼭 도둑을 지키기 위한 것만이 아닌, 다정한 이웃과 정담 나누었었고, 무더운 여름 잠시 쉬어 가는 쉼터이기도 했었습니다.
개구쟁이였던 둘째 오빠는 막내인 저를 유난히도 예뻐하였기에 많이도 따라다녔습니다. 개울가에서 신나게 멱 감고 팬티만 입은 모습으로 살금살금 수박밭을 기어들어 가면서
"막내야!~ 망 잘 봐!~~"
"응!~~"
잘 익은 수박 따서 나오는 건 한 두 번 뿐, 번번이 원두막에 올라앉으신 이웃집 할아버지께
"야이 녀석!~ 다 보인다. 얼른 안 나가!"
놀래서 줄행랑치다 결국 내가 잡히면
"너네 둘째 오빠 짓이지?" 하시며 다 알아 차려버립니다.
늦은 저녁 우리 집으로 찾아오신 할아버지
"저 녀석 장난 어떻게 막아보지? 허허허..."
"아이쿠 죄송합니다. 녀석 장난이 심해 걱정입니다."
"나중에 큰놈 되겠지요 뭐!~~"
너그러운 마음 가지신 할아버지, 아버지와 친숙 하셨기에 그냥 넘어가곤 하셨고 작은 것도 서로 나누는 이웃이었기에 가끔 할아버지 손에 들려 온 수박으로 한 여름밤을 시원하게 보내기도 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다 알면서도 수박, 참외가 아까워서가 아니라 뻗어 가는 싱싱한 줄기 아이들이 밟아 버릴까 봐 그게 안타까워 소리만 지르시던 할아버지의 깊은 마음 어른이 되고 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요즘은 수박, 참외 서리 했다가는 아마도 콩밥 먹는 신세 되겠지요? 허긴, 대학 때 MT 갔다가 사과농장을 지나가면서 가지에 달린 사과가 너무 예쁘고 먹고 싶어 땄다가 주인한테 들켜 2만 원이나 물어주고 온 적도 있었으니 말입니다.
세월이 흘러갈수록 이웃 모르고, 인정 또한 메말라 가는 세상인 것 같습니다. 나만 생각하는 마음 팽배해 있는 요즈음, 그 시절이 그리워집니다.
없어도 마음만은 행복했던 그 시절이....
친구가 따 주는 수박 하나로 아련한 추억 속으로의 여행을 다녀온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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