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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경비 아저씨가 새벽 1시에 방송을 하게 된 이유

by 홈쿡쌤 2012.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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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 아저씨가 새벽 1시에 방송을 하게 된 이유



봄을 재촉하는 봄비가 촉촉이 내리는 주말입니다.
아마 비가 그치고 나면 봄은 성큼 다가와 있을 것 같은 느낌입니다.

며칠 전, 남편 친구들과 함께 저녁을 먹고 왔습니다.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란 고추 친구의 부부동반 모임이었습니다.
도란도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제법 늦은 시간에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하는데 이상하게 코를 자극하는 냄새가 있었습니다.
"뭐지? 이상한 냄새가 나!"
"그러게."
11층을 누르고 우리 집 현관 앞에 섰는데도 냄새는 계속 났습니다.
"여보! 경비실에 전화해야 되지 않을까?"
시계는 밤 12시를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아니다. 내가 경비실에 그냥 갔다 올게."
다시 내려갔다 들어온 남편입니다.

고등학생인 아이 둘은 새벽 1시가 되어야 집으로 돌아와 기다렸습니다.
그런데도 냄새는 끝이 없었습니다.
"여보! 경비실에서 뭐라 그래?"
"냄새의 근원을 찾아보라고 했어. 방송도 하라고 했고."
"그런데 왜 조용하지? 방송도 안 하고."
"그러게 말이야."





▶ 냄비 그을음을 닦는 데는 사과껍질이나 사과 속을 이용하면 효과적이다. 냄비에 사과껍질과 물을 넣어 잠시 끓이면 사과껍질에 포함된 산이 그을음이 제거한다. 귤을 사용해도 좋다.





남편은 전화를 걸었습니다.
"여보세요. 냄새의 근원은 찾았습니까?"
"아니요."
"그럼 방송이라도 해야 않겠어요?"
"너무 늦은 시간이라...."
"아무리 늦은 시간이라도 방송하세요."
"잠자는 시간인데 방송을 했다가는 민원이 들어와서..."
"불이나면 책임질 겁니까?"
"..............."
남편이 화를 내자 '알았습니다.'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잠시 후 방송이 흘러나왔습니다.
"늦은 시간에 죄송합니다.
지금 심하게 타는 냄새가 나고 있습니다.
집집마다 가스 불을 살펴 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거듭 죄송합니다. 확인하시고 경비실로 연락해주시기 바랍니다."
방송이 흘러나오는 소리를 듣고 안심하고 잠이 들었습니다.


평소 인사도 나누고 지내는 사이라 출근하면서 경비아저씨를 만났습니다.
"안녕하세요? 어제 어떤 집이던가요?"
"네. 바로 1층이었습니다."
설명을 듣고 보니 아버지와 아들 남자 둘만 사는 집인데 사골 곰국을 가스 위에 올려놓고 그만 잠이 들어 버렸고, 문을 열고 들어서니 집안은 온통 자욱한 연기로 가득 차 있었다고 하였습니다.
"정말 큰일 날 뻔 했습니다."
"사장님에게 감사하다고 전해주세요."
"네."
입바른 소리 잘하고, 남다른 남편의 집요한 성격과 순간 판단력이 빛을 발하는 날이었습니다.
 

그냥 그렇게 넘어갈 수 있어 참 다행이었습니다.
요즘 입주자들은 조금만 불편해도 바로 전화를 걸어 민원을 제기하는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입니다.
그렇다 보니 한밤중에 벨을 눌러 확인하고 또 방송을 한다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이해는 합니다.
하지만, 그냥 그렇게 넘겨버렸다면 불이 나 더 큰 불행을 불러왔을지도 모를 일이었던 것입니다.

어떻게 행동하는 게 더 현명한 일인지 살다 보면 우리는
순간의 선택과 빠른 판단을 내려야 할 때가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책임감 있게 처리했기에 아무런 일 없이 넘길 수 있었던 게 아닐는지.....


즐거운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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