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앞에 부끄러운 엄마가 되었던 하루

주말에는 봄비가 촉촉하게 대지를 적셨습니다.
이제 제법 불어오는 바람 속에도 봄이 가득합니다.
새벽같이 일어나 일찍 나가는 남편을 위해 아침상을 차려주고 난 뒤 고등학생인 아들은 토요일이지만 심화반이라 평일처럼 학교에 가야 하기에 7시 가까이 되어 깨웠습니다.
"아들! 일어나 학교 가야지?"
"음~"
"학교 안 갈 거니?"
"안 가!"
"학교 안 간다고?"
"응"
이상하다. 왜 학교를 안 간다는 거지?
"딸! 정말 아들 학교 안간데?"
"야! 너 학교 안 갈꺼야?"
"우씨~ 안 간다니까!"

주 5일제 수업이라 토요일이니 정말 학교에 안가는 줄 알고 빨래도 하고 집안 청소를 하니 8시를 넘겼습니다.
잠시 후, 집 전화가 울리기 시작합니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00이 담임입니다."
"아! 네 안녕하세요?"
"00이가 학교에 안 와서 무슨 일 있나 해서 전화를 걸었습니다."
"아침에 몸이 안 좋아서....조금 있다가 보낼게요."
"지금은 괜찮은가요?"
"네. 좀 괜찮아졌어요."
"그럼 안녕히 계십시요."
"네."

휴~
나도 모르게 아프다는 말을 하고 말았습니다.
친구의 전화를 받고 그때서야 일어난 아들이 뛰어나오며
" 엄마! 지금 몇 시야?"
"8시 조금 넘었어"
"왜 안 깨웠냐고?"
"엥? 얼마나 깨웠는데."
"몰라 몰라."
얼른 아침밥을 차렸습니다.
"밥 먹을 여가가 어딨어?"
"이왕 늦은 거 아침밥이나 먹고  가"
"싫어"
"선생님과 통화했어"
"뭐라고?"
"아파서 조금 늦겠다고"
"엄마는 뭐하러 거짓말을 해?"
"그럼 어쩌냐? 엄마가 집에 있으면서 깨워 보내지도 않았다고 하면 어떻게 해?"
"내가 안 일어나서 그렇다고 하면 되지"
"엄마가 아들 욕먹게 할 수 있나?"
"거짓말하는 게 더 욕먹는 일이야."
"그렇게 되나?"
"엄마는 거짓말하지 말라고 해 놓고선"
".................."

어릴 때부터 거짓말은 하지 못하도록 우리 집 가훈을
'정직하고 바르게 살자'였습니다.
그런데 정작 엄마가 담임선생님께 거짓말을 해 버렸으니 아들 앞에 체면이 말이 아니었던 것.

자동차를 타고 학교로 데려다 주면서
"엄마! 선생님께 뭐라고 해"
"그냥 몸이 안 좋아서 그렇다고 말해."
"싫어."
"그럼 어떻하냐?"
"내가 알아서 할게."

차에서 내리면서 손을 흔들며 뛰어갑니다.
녀석의 어깨는 턱 벌어져 제법 남자처럼 보입니다.
'언제 저렇게 자랐지?'
엄마보다 몸과 마음이 훌쩍 자란 모습이었습니다.

밤늦게 돌아온 아들에게
"선생님이 뭐라고 해?"
"아니, 좀 늦었네. 그 말씀밖에 안 하셨어."
"다행이네"
통화를 하고 난 뒤 그냥 쉽게 넘어갔나 봅니다.
"아들! 미안,"
"다음부터 거짓말하지 마세요."
"그럴게. 너도 깨우면 얼른 일어나."
"알았습니다."
거짓말쟁이 엄마에게 던진 일침은
아들 앞에서 부끄럽기만 한 하루였습니다.

이제부터라도 당당한 엄마가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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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뜨개쟁이 2012.03.18 07:56 신고

    아이들 키우는 게 정말 조심스러워요.
    그래도 왠지 뿌듯~~^^

  3. 윤중 2012.03.18 08:06 신고

    아드님이 잠결에 학교를 안간다고 그랬을까요?
    자랑은 아니지만 초, 중, 고교를 통틀어서 지각과 조퇴는 물론 결석도 안해보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보통이 아닌거 같네요 (윤중의 자랑질...)

  4. 난별석 2012.03.18 08:16 신고

    ㅋㅋ
    올바른 아드님한테서 제대로
    한 방 드셨습니다.
    앞으론 모벙이 되셔서 아드님으로 부터
    존경받는 어머님이 되세요.ㅋ

  5. 金井山 2012.03.18 08:30 신고

    노을님과 아들의 따뜻한 대화 잘 보았습니다.
    거짓말하지마라, 정직하라는 이야기를 하지만 사실 그래 살아가기는 힘든세상인데
    아드님의 올곧은 마음이 집안의 훈훈한 모습을 보는 곳 같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6. 공감공유 2012.03.18 08:55 신고

    ㅎㅎ 노을님 아드님이 대견합니다 ㅎㅎ 저도 자랑은 아니지만 지각 결석은 안해봤다는 ㅎㅎ

  7. 지현군 2012.03.18 09:23 신고

    대견한 아들이네요~
    그동안 잘 키우셨다는 뜻도 되겠죠. ^^

  8. 마운틴 2012.03.18 09:36 신고

    무심코 한말이 아드님으로 인해 큰교훈이 되는군요
    날씨가 많이 포근해졌어요 행복한 주말되시길

  9. 영심이~* 2012.03.18 11:33 신고

    솔직하게 늦잠 났다고 하면 그닥 혼나지 않았던 기억이 있어요..ㅎㅎㅎ
    엄마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10. 참교육 2012.03.18 13:00 신고

    그러게요.
    사랑은 과잉보호가 아닌데요.
    올곧게 자라는 아들이 자랑스럽겠습니다.

  11. 생활의 달인 2012.03.18 13:32 신고

    정직한 아드님이 상당히 든든하시겟어요^^;; 잘보고 갑니다^^

  12. MG게이버 2012.03.18 14:53 신고

    정직한 모습 보기 좋습니다 ^^
    정말 대견스러우시겠어요~

  13. 안나푸르나516 2012.03.18 16:28 신고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14. 886462 2012.03.18 17:09 신고

    아이구 야무진 아드님 두셨습니다....ㅎㅎ
    그냥 넘어 갈 만도한데....저리 짚고 넘어가니....거짓말 절대 안되겠는데요~

  15. 신록둥이(886462) 2012.03.18 17:12 신고

    에고....네임을 바꾸지 않고 또 글을 올렸습니다.
    즐건 휴일 보내고 계시지요?

  16. 명태랑 짜오기 2012.03.18 17:26 신고

    재미있는 포스팅 입니다.
    좋은 하루되세요

  17. 용작가 2012.03.18 19:14 신고

    이런... 약간은 적반하장같은 분위기가 ㅋㅋ;;;
    우쨋든 잘 일어나서 등교했으니 다행입니다~ ㅋㅋ

  18. ㅎㅎㅎ
    아이들 앞에서는 정말 조심 해야겠지요...
    아이들은 부모를 보고,어른을 보고 자라니까~항상 조심 해야 겠어요^^*
    즐건 한주 시작 하세요~~*

  19. 누림마미 2012.03.18 23:00 신고

    노을님~
    정말이지 너무나 듬직하시겠어요^^

  20. 사.렌.하 2012.03.19 01:05 신고

    우리 아들도 이렇게 컸으면 좋겠네요~ ^^

  21. 와이군 2012.03.21 16:54 신고

    저도 아들녀석앞에서 거짓말 안하도록 노력해야겠네요 ^^
    아드님 대견하셨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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