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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크린 속으로

아련한 첫사랑이 떠오르는 '건축학 개론'

by 홈쿡쌤 2012. 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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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련한 첫사랑이 떠오르는 '건축학 개론'



고등학교 2학년인 아들이 중간고사를 끝내고 나더니
“엄마! 우리 영화 보러 가요.”
“친구들이랑 같이 가라.”
“다들 보고 왔데요.”
“그래? 그럼 엄마가 따라가 줄게.”
열심히 공부했는데 머리도 식힐 겸 함께 보게 된 ‘건축학 개론’입니다.





 

 

1. 순수했던 캠퍼스 시절이 그리워진다.

 

이 영화는 1990년대 초·중반에 대학을 다닌 세대, 그러니까 이제 갓 마흔을 넘어서거나, 마흔에 턱걸이하고 있거나, 마흔을 향해 달려가는 이들에게 특히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합니다.




혼자 조용히 듣고 <건축학개론 >주인공처럼 친구에게 살짝 들려주는 식으로, 조용히 귀에서 귀로 전달하고픈 가슴 한 켠에 묻어둔 첫사랑의 기억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하고자 영화 음악에도 힘을 기울였습니다. 영화에는 90년대를 풍미한 그룹 전람회의 ‘습작의 기억’이 울려 퍼지며 캠퍼스 문화와 어우러져 관객들의 향수를 자극하고도 남았습니다. '제우스' 티셔츠를 '게스' 티셔츠로 알고 애지중지하고, 허리에 '삐삐'를 차고는 헤어 무스로 '올백' 머리를 만들며, 이어폰을 하나씩 귀에 나눠 꽂은 채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을 듣습니다. 슬그머니 웃음 짓게 만드는 그런 추억으로의 여행을 떠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2. 가슴 한컨에 자리한 첫사랑이 떠오른다.



영화의 줄거리는 과거 첫사랑의 기억으로 얽혀 있는 두 남녀가 15년이 지난 후 다시 만나 추억을 완성하는 이야기입니다. 건축학과 신입생 승민(이제훈)은 '건축학개론' 수업에서 처음 만난 음대생 서연(배수지)에게 반하게 됩니다. 둘 다 같은 버스를 타고 다니며 정릉에 산다는 것을 알고 둘은 함께 만나 숙제를 하게 되면서 차츰 마음을 열고 친해지지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데 서툰 순진한 승민은 고백하기 직전, 자신의 같은 과 선배이자 서연의 방송반 선배를 둘러싼 오해로 서연과 멀어지게 된다. 그로부터 서른다섯의 건축사가 된 승민 앞에 15년 만에 불쑥 나타난 첫 사랑 서연.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승민에게 서연은 자신을 위한 집을 설계해달라고 합니다. 이들은 함께 집을 지어 가는 동안 스무 살의 첫사랑 시절과 15년이 지난 현재를 오가며 기억의 조각을 맞춰가고, 차츰차츰 감정을 쌓아 갑니다.






그로 인해 결혼식 준비에 소홀한 그를 보고 약혼녀 은채(고준희)는 못마땅해 합니다. 하지만 승민이 실연의 고통으로 홧김에 걷어찼던 대문을 15년이 지나 펴서 고칠 순 있어도 이미 변해버린 감정과 상황을 되돌리기에는 너무 늦어버렸습니다.



 

3. 지금 나의 첫사랑은?

하늘하늘 바람에 휘날리는 흰 안개꽃처럼 온 밭에 소금을 뿌린 듯한 정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때. 메밀꽃이 필 무렵이면 난 여학교 때 내 가슴속에 품었던 첫사랑을 조용히 떠올려 봅니다. 무리지어 가득한 메밀꽃이 필 무렵 큰오빠네에서 공부하던 여고 시절 주말을 맞아 시골 부모님께 들렸다 가 되돌아가면서 한 번도 타지 못했던 기차를 친구와 함께 타게 되었습니다. 버스만 이용하다가 친구의 권유로 타게 된 기차 안에서 중학교 동기인 남자 친구를 만나게 되었답니다.

"어!~ 야!~ 오랜만이다. 얼마 만이야?"

"응..그래. 중학교 졸업하고 처음이지?"

"그런 것 같애. 아 참!~ 내 친구야 인사해..시내 사는 친구인데 우리 집에 놀러 왔다 올라가는 길이야"

"어~~~응!~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우와!~ 굵직한 목소리!~~'

나의 첫사랑은 도시에서 자라서인지 뽀오얀 피부에 여자처럼 빨갛고 도톰한 입술을 가졌고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검은 눈썹이 매력적이었습니다. 그때는 교복을 입고 다녔던 때라 어디 다니는 줄은 다 알고 있었으며, 그렇게 만난 인연으로 아름다운 사연 담아서 수 없이 오갔던 편지들....글은 나의 마음을 전 할 수 있었고 첫사랑인 너의 마음을 받을 수 있었고,서로를 알아가면서 그리워하기도, 보고 싶어 하기도 하면서 사랑인지도 모른 체 감정 키워 갔었습니다. 

가끔 만나서 같은 사물을 바라보기도 하고, 같은 생각에서 까르르 웃기도 하며,
네가 있어 모든 것이 아름다워 보이고
내가 있어 고와 보이는 세상,
따뜻하게 손잡아 본 게 전부이지만,
사람을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를 가르쳐 주었던 첫사랑.
조용필의 고추잠자리를 즐겨 불렸고, 기계를 다루는 사람과는 달리 시를 좋아하고 감성적이었던 사람. 아름다운 사랑 키워 가다가 나의 첫사랑도 사회에 첫발을 내 딛고 저도 먼 곳으로 발령을 받다 보니 서서히 멀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아무런 이별도 없이 아무런 기약도 없이 그렇게 멀어져 버린 사이...나이어린 사랑이라 풋사랑이었을까요? 아니면 진정한 인연이 아니었을까요?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 거래요'
누군가 말처럼 그렇게 헤어졌습니다.
지금도 가끔 아니 이렇게 메밀꽃 필 무렵이면 내 가슴속에 애잔하게 남아 일렁이는 이유는 영원한 이별을 하지 않은 탓일까요?


남편은 가끔 놀려 대기도 합니다.
"
당신 첫사랑 궁금하지 않아?"
"몰라!"
슬쩍 넘겨 버리며 외면하곤 합니다. 누구나 가슴에 품고 사는 첫사랑, 낡은 사진첩 속에 숨어 있는 옛 추억,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무척이나 궁금해졌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오는데 연세가 지긋이 든 두 부부가 앞에 나가면서
“당신은 영화 어땠어요?”
“응. 첫사랑이 저절로 떠오르네.”
“나도 나도.”

정말 가슴 깊숙이 담고 있는 첫사랑을 떠올리기에 충분했습니다. 세월을 다시 되돌릴 순 없고, 화려하진 않았지만 순수하고 젊음 가득했던 그 시절이 그리워지는 영화였습니다.


그리움 가득한 추억 속으로 떠나보는 건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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