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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크린 속으로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만 있는 영화 '26년'

by 홈쿡쌤 2012.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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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만 있는 영화 '26년'




여러분은 광주 5. 18 사건을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
뉴스로 접하기만 한 사람들이 더 많고 세월이 갈수록 점점 잊혀져 가고 있습니다.

주말 아침, 수능 치르고 할 일이 없는 고3인 딸아이와 함께 조조 영화를 보고 왔습니다.

 
'26년'은 2006년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연재될 당시 큰 반향을 일으키며 화제를 모은 강풀 웹툰을 영화화했습니다.






1980년 5월 광주의 비극과 연관된 조직폭력배, 국가대표 사격선수, 현직 경찰, 대기업 총수, 사설 경호업체 실장이 26년 후 바로 그날 학살의 주범인 수중에 29만 원 밖에 없다시는 '그 사람'을 단죄하기 위해 작전을 펼치는 영화입니다.







그 당시 누나를 잃은 현직 경찰관
"어른이, 경찰관이 되어서도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누나! 미안해!"
그 사람을 처단하기 위한 벽은 너무도 높았고 걸림돌이 많습니다.





심미진. 아름다울 미(美)자에, 나아갈 진(進)자. '아름다움이 씩씩하게 나아가리라'라는 뜻으로, 엄마의 등에 업힌 아가였을 때 아버지가 지어준 이름입니다. 그러나 그의 삶은 이름만큼 늘 아름답지 않았고, 태어난 해인 1980년 5월 광주, 어머니는 비극적으로 목숨을 잃었고, 아버지 또한 훗날 광주항쟁의 후유증으로 '그분'의 자택 앞에서 한 줌의 재가 되어버렸습니다.







영화 속 김주안(배수빈)은 부모를 5.18 광주민주화운동으로 잃고 말았습니다. 당시 계엄군이었던 김갑세가 그를 길렀습니다. 그리고 새롭게 태어난 부자(父子)는 복수를 함께 꿈꾸게 됩니다.






곽진배(진구)는,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아버지를 잃었고 그 아버지를 시쳇더미에서 찾은 어머니마저 잃고만 인물입니다. 건달이 된 그는 어느 날 '그 사람'을 단죄하자는 사람들과 함께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압권은 '그 분'을 연기한 장광입니다. 장광은 이미 '도가니'에서 장애학생들을 학대하는 악역 연기로 내공을 과시했었고 이번에도 강렬한 악역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요즘 젊은 친구들이 나한테 감정이 별로 안 좋은가 봐. 나한테 당해 보지도 않고 말이야."




이들은 저마다 1980년 5월 '그 날'을 기점으로 인생이 송두리째 바뀐 사람들입니다. 누구는 아버지를, 누구는 어머니를, 누구는 누이를, 누구는 동생을 잃었으며 이들은 이 날을 기점으로 어딘가 결핍된 삶을 살아가며 자신의 죄를 뉘우치지 않는 '그 사람'을 향해 분노의 칼을 갈지만, 지키려는 사람으로 그 장벽은 높기만 합니다.

하지만 이처럼 직접적인 연관이 되어있는 '당사자'가 아닌 이상, 그로부터 32년이 지난 지금을 사는 젊은 세대들은 1980년 그 날 죽음으로 민주주의를 외친 이들의 숭고한 희생에 대한 '그런 일이 있었구나'라는 인식뿐입니다. 저 역시 그런 느낌뿐이었으니 말입니다.

아직도 '그 사람'은 골프장을 가기 위해 서울 교통을 통제하고, 피해자들은 바라만 봐도 가슴 떨리며 구멍 난 가슴을 부여잡고 피를 흘리며 살아갑니다. 이처럼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없어 더욱 당당합니다.


누군가에 의해 사랑하는 가족을 잃는다는 것,
가족을 잃은 것에 대해 세상 모두가 침묵하는 것,
그리고 그냥 잊으라 강요하는 것,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엄청난 상처로 남습니다.

"자그마치 26년이야, 지금이 아니면 다시 기회는 없어"라며 절규하는 진배의 모습은 영화를 지켜보는 관객들을 울려버린 명장면이기도 했습니다.

아픈 역사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과 그의 후손들은 우리와 함께 지금도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속울음을 삼켜가면서 말입니다.

"잘못했다. 미안하다." 그 말이 그렇게 어려운 것일까?

무고한 시민을 학살했기에 사과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용서되는 일은 아니지만,
상처받은 사람의 마음 달래주어야 할 의무가 있는 것 같은데,
생각이 우리와 많이 다른 세상에 사는 화성인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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