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아무도 반겨주는 이 없지만 언제나 그렇듯 고향 가는 발걸음은 가볍기만 합니다. 여기저기 활짝 핀 아카시아 꽃에는 꿀벌들이 오락가락 이 꽃 저 꽃 옮겨 다니며 열심히 꿀을 모으는데 정신이 없습니다. 그 향기에 취해 산길을 따라 걷다가 문뜩 내 눈에 들어온 모습, 바로 꿀을 따고 있는 것을 발견 했습니다. 부부와 아들로 보이는 젊은 청년과 세 사람이 얼굴을 가리고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바야흐로 꿀벌들이 이동이 시작 될 시기입니다. 양봉을 주업으로 하는 사람은 제주도에서부터 경기도 또는 강원도 민통선까지 봄꽃이 피는 시기에 따라 이용하면서 꿀을 딴다는 소릴 들었습니다. 반경 2km까지 날아가서 꿀을 모아오는 영리한 꿀벌들입니다. 적들의 침입으로 왕왕거리며 벌들이 날고 있었으나 작업을 하고 있는 곳으로 가까이 다가서자,
“벌이 안 무서워요?”
“무섭긴 해요. 저~ 사진 좀 담아가도 되나요?”
“그러세요. 다른 사람들은 가까이 오지도 않는데 벌을 좀 아시나 봐요.”
“시골에서 자란 탓이죠.”
“허허허...”
“여기 경상도 분이 아니신 것 같아요.”
“네. 이곳저곳 옮겨 다니는 떠내기라오.”
말씨를 보니 충청도 분인 것 같았고, 텐트를 치고 숙식까지 하고 있었습니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사람이 챙긴다는 말처럼 작은 벌들이 열심히 모아 온 꿀을 사람이 빼앗아 먹는다고는 하지만 양봉을 하는 사람들은 꿀을 빼내고도 벌이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보살펴줍니다. 꿀벌을 이용은 하지만, 늘 상생의 관계가 유지되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벌집에서 빼 내어 밀납층에 붙은 벌들을 솔로 털어낸 후, 커다란 원통 모양의 자동 채밀기에 세워 넣고, 전기를 이용해 회전을 시키면 원심력으로 꿀이 빠져 나오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잠시 후 한쪽 구멍으로 주르륵 꿀이 흘러나왔습니다. 달콤한 꿀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습니다.
“00아~ 손님 꿀 맛 좀 보여 드려라.”
인심 좋은 아들은 말통 뚜껑에 제법 많이 부어 우리에게 건네줍니다.
남편과 나눠먹으며 그 달콤함에 빠져버렸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아저씨의 걱정을 털어놓았습니다. 아카시아 잎이 누렇게 변하는 황화현상, 5월에 내리는 눈, 오락가락하는 비, 흐린 날, 이상기온 등으로 일주일에 한 번 작업을 하고 있으나 작년 보다 꿀 채취량은 절반으로 줄어들었고, 만물이 하늘을 치솟듯 다 올랐는데 30년 전 1되 3만원의 가격이 아직도 같은 가격이라고 하시며 여러 가지 요인으로 아카시아 꿀 채취를 어렵게 하고 가격까지 동결이니 양봉 농가에 시름이 가득한 것 같았습니다.
▶ 부부와 아들
▶ 벌집에서 빼 낸 모습
▶ 벌들을 솔로 털어냅니다.
▶ 솔잎연기로 벌들을 잠시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작업을 합니다.
▶ 꿀이 많이 붙어있지요?
▶ 채밀기: 벌집의 밀납층을 세로로 넣고 회전시키면 원심력으로 꿀이 빠져 나옵니다.
▶ 꿀을 채취한 벌집을 열었습니다.
▶ 꿀을 빼 내고 빈 것을 다시 넣어줍니다.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며 꿀을 많이 따서 부자 되시길 바라는 맘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난생처음 눈으로 본 꿀 뜨는 장면을 보니 그저 신기할 뿐이었습니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고요한 산사의 풍경소리]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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