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선을 타고 느리게, 더 느리게 '남도여행법'
며칠 전, 블로그 운영을 하면서 알게 된 분이 경전선을 타고 느리게, 더 느리게 '남도여행법'을 펴냈습니다. 출판기념회도 참석하지 못하고 미안한 마음입니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일로 부러움 가득합니다.
같은 지역 하늘 아래 살면서도 딱 한 번 얼굴을 뵌 적이 있는 여행작가입니다.
※ 김종길(필명 김천령)
인터넷에서 필명 김천령으로 더 알려진 분이다.
2008년부터 2013년까지 6년 연속 Daum-Tistory 우수블로그로 선정되었으며
코레일과 오마이뉴스 등 각종 매체 여행전문기자로 활동하고
현재 KBS 창원<경남 100경 완전정복> 자문위원
MBC 경남<경남아 사랑해 - 경남의 길> 진행을 맡고 있으며
경상대학교 출판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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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령의 바람 흔적
느림의 미학, 세상에서 가장 느린 기차 경전선
우리는 무엇이 그렇게 바쁜지, 늘 빨리빨리를 입에 달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이 키울 때는 마음으로 여유가 없었지만, 막상 대학생이 되고 보니 자유의 몸이 되었습니다. 맡은 바 일 열심히 하고 친구와 수다 떨며 훌쩍 떠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이 책은 단순한 여행안내서가 아닙니다. 사라져 가는 것, 잊혀져 가는 것을 담아낸 문화기행서이자 철도여행서입니다. 경전선의 느린 풍경 속에 쉼표처럼 찍혀있는 역은 모두 60개로 폐역이 16곳, 기차가 서는 역이 34곳, 기차가 서지 않는 역이 10곳이라고 합니다. 저마다 개성을 가진 역들은 사람들과 함께해 오면서 폐역이 되고 역무원이 없는 무인역이 되었습니다. 그 가운데 사는 우리 삶의 풍경들을 만나기 위해 느리게, 과거와 미래의 경전선으로 2012년 8월부터 2013년 7월까지 그 1년의 기록이 담겨있습니다.
책 속에 나오는 오일장 풍경은 제가 어릴 때 보다 덜 북적였지만, 읽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추억여행 속으로 나를 밀어 넣어버렸습니다. 반성시장은 3일과 8일에 열리는 오일장입니다.
요즘 우리 아이들 풀빵보다 피자를 더 좋아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일 것입니다.
당시, 밀 심어서 서리도 하고 방앗간에서 밀가루 빻아 사용했기 때문에 수입도 없고, 멜라닌 걱정 또한 없었습니다. 그리고 소아 성인병도 상상하지 못하고 자라왔습니다. 먹거리 지천으로 늘려 유기농으로 국산으로 골라 먹는 세상에 살고 있기에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는 아날로그 세대들 같습니다.
어릴 적, 시골에서는 간식거리가 그렇게 많지 않았습니다. 밥에는 늘 보리는 기본이었고 옥수수나 무, 고구마가 섞여 밥양을 많게 해 주었습니다. 육 남매로 자식들 입 또한 만만치 않던 시절이었으니까 말입니다. 그걸 먹고 나면 왜 그렇게 또 배는 쉽게 꺼지던지. 돌아서면 또 먹고 싶어지고 군것질이 생각났었습니다. 엄마가 푹 삶아 선반에 올려놓은 보리를 손으로 꾹꾹 눌려 뭉쳐서 조선간장 찍 뿌려서 들고 다니며 먹곤 했었고, 밭에서 캔 고구마 가마니에 넣어 사랑방에 가득 채워두고 가마솥에 소죽을 끓이고 난 뒤 장작불에 구워 긴 겨울밤 허기진 배를 달래곤 했었습니다.
정말 요즘은 가운데다 앙금도 넣어서 달달하니 먹기 좋게 만들지만, 예전엔 빵 속에 아무것도 더함이 없이 오로지 밀가루만 가지고 빵을 구웠습니다. 풀 쑤는 것이나 빵 굽는 것이나 같은 재료이기에 풀빵이라 불렀을 것 같은...
특히나 내겐 잊지 못할 풀빵의 추억은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버립니다. 나의 친정은 지금은 개발로 인해 많이 알려진 경남 진주 반성 수목원 근처 동네입니다. 그래도 우리 동네에서 10리 길을 걸어 5일마다 열리는 반성시장이 유일한 볼거리였습니다.
장을 보고 돌아오는 엄마의 손에 눈깔사탕이라도 들려있지 않나 하고 기대하며 고개를 빼고 까치발을 하며 기다리곤 했습니다. 6남매의 막내로 태어나 엄마의 손은 언제나 막내인 제 차지였습니다. 아주 어릴 때에는 엄마 등에 업혀서 장을 따라다녔고, 조금 더 자라면서 언니와 오빠에게 맡기고 데리고 가질 않는 엄마입니다.
하지만, 막내의 고집으로 엉엉 울면서 꼭 따라나서곤 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엄마는 집에서 키운 잡곡과 달걀을 가지고 가서 돈을 사서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사 왔습니다. 돌아오는 길목에는 늘 풀빵 장수가 앉아있었습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풀빵이 코끝을 자극했기 때문입니다.
“엄마! 나 풀빵“
"요게 또?”
"엄마아~~엄마아!~”
막내 특유의 콧소리를 내며 떼를 쓰면 못 이긴 척 한 봉지 사 주시는 엄마였습니다.
바로 그 맛에 장날이 되면 뿌리치는 엄마를 필사적으로 따라가려고 했던 것입니다. 어린 시절 십 리 길 마다 않고 ‘빨리 집에 안가!’ 하면서 돌멩이질까지 하던 엄마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어딜 가서 풀빵이 보이면 꼭 사 먹습니다. 풀빵 한입에 내 어린 추억까지 함께 먹습니다.
그 달콤함이 허기진 배를 채울 수가 있었으니 지금 풀빵 속 추억으로 빠져드는 이유 충분하지 않는가?
책 하나로 추억여행을 떠날 수 있어 행복했고,
살아가면서 손에 쥐고 함께 떠난 듯 여행할 것을 생각하니 더더욱 행복합니다.
감사합니다.
제게 행복을 전해주셔서....^^
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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