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노을이의 작은일상

저녁에 차린 조촐하고 씁쓸했던 딸아이의 생일상

by 홈쿡쌤 2014. 8. 22.
728x90
반응형

저녁에 차린 조촐하고 씁쓸했던 딸아이의 생일상




대학 2학년인 딸아이,
8월 20일 무더운 여름에 태어났습니다.
너무 더워 생전 처음 온몸에 땀띠까지 났으니 말입니다.

첫딸은 살림밑천이라고 했던가요?
연년생인 남동생을 엄마 대신 어린이집부터 대학생인 지금까지 잘 챙겨주는 야무진 녀석입니다.

방학했지만 학원 강사와 과외한다며 집에도 오지 않고 있습니다.
아이가 집에 없으니 생일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

당일 아침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곰곰이 생각하니 사랑하는 딸아이 생일이란 걸 잊고 있었습니다.
모른 척, 가족 카톡방에 축하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엄마, 미역국이랑 불고기, 잡채가 먹고 싶어."
"집에 오면 해 줄게,"
친구들이 아이스크림을 사 와서 과자로 만들어줘 울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울컥했습니다.
"엄마가 용돈 부쳐줄 테니 저녁에 친구들이랑 맛있는 거 사 먹어."
"고마워 엄마."
그렇게 늦은 퇴근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부엌으로 나가 조촐한 생일상을 차렸습니다.






 

 

 

 



▶ 잡곡밥, 쇠고기미역국, 돼지고기 메추리알 장조림, 잡채, 콩나물, 무생채, 오리고기 



도저히 아쉬워 그냥 넘길 수가 없었습니다.
정화수 떠서 먼저 올리고, 며칠 전 만들어 두었던 장조림 꺼내고 냉장고에 있던 재료로 차려놓고는
"여보! 다 차렸어요."
예전에 어머님이 하셨던 것처럼 삼신할머니께 두 손 모아 빌었던 그 마음으로 아빠가 절을 올렸습니다.





 



상차림을 하고 딸아이에게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ㅠ-ㅠ 나도 먹고 싶어"
"나 없는 생일상이라니.."
집 떠나 생활하며 가족과 함께 생일을 보내지 못하는 마음, 참 씁쓸했습니다.

친구와 함께 저녁을 먹으러 갔는데
또 케이크를 사와 축하를 해 주었다며 싱글벙글합니다.
그렇게 엄마 품을 떠나는 연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사랑한다 우리 딸!
생일, 다시 한 번 축하해!


 





*공감되신다면 아래 버튼을 살짝 눌러주세요.
여러분의 추천으로 글쓴이에겐 큰 힘이 됩니다.

로그인 하지 않아도 가능합니다.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