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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노 전 대통령님이 전하는 바뀌어야 할 묘비 문화

by 홈쿡쌤 2009. 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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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전 대통령님이 전하는 바뀌어야 할 묘비 문화 
 

어제는 얼마 전에 결혼한 조카 부부가 거제에서 찾아와 저녁을 함께 먹었습니다. 온통 화제는 대통령 서거에 쏠려 있었습니다. 퇴근을 하고 만났기에 이야기를 얼마 나누지 않았는데도 자정이 다 되어갔습니다. 조카 부부를 보내고 시내버스를 타려고 시청 앞으로 가 보니, 늦은 시간인데도 추모의 발길은 끊이지 않고 있었습니다. 특히 고등학생들이 많이 보여 눈물을 훔치는 모습에서 나라를 짊어지고 나갈 세대이기에 우리의 밝은 희망을 보는 듯 했습니다.


아마 우리가 더 애통해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이웃집 아저씨’같은 대통령이었기에 더욱 그럴 것입니다. 가난한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대학도 가지 못한 그 서러움을 아는 우리 세대이기에 말입니다. 


대통령은 무엇을 먹을까?

대통령은 화장실에 갈까?

그저 생각만 해도 위상 가득한 우상이었던 나라의 아버지로 머릿속에 남아있는 게 대통령이었는데, 밀짚모자에 자전거를 타고 논길을 달리고 외국의 원수보다 국민에게 더 고개를 숙였던 분이었기에 온 국민이 애통해 하는 것 같습니다.


어제는 노 전 대통령의 묘가 봉하 마을 사저 인근 야산으로 결정되었습니다. 유가족 회의를 거쳐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12번지(사저 인근)일대를 장지로 정했으며, 이는 "화장해라.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고 했던 고인의 뜻에 따른 것으로 밭 660제곱미터 중 100제곱미터에 비석을 세우고 유해를 안장(평장)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는 우리네 인생이지만, 죽고 난 뒤에는 가문의 영광처럼 화려하게 장식한 묘를 꾸며놓은 것을 우리 가까이 산자락에는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비싼 대리석으로 장식한 묘가 아닌 봉분도 없는 평 묘로 비석 하나만 세운다고 하니 어쩌면 이웃 아저씨보다 더 소탈함을 보여주시는 분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요즘의 명당자리는 차가 다닐 수 있는 곳이라고 합니다. 우리의 무덤문화로 인해 국토가 서울시의 5배에 해당하고, 일 년에 여의도 면적 1.2배의 묘가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훼손을 조금이나마 막아보기 위해 납골당, 가족묘를 만들고 있긴 하지만, 40개 정도의 묘가 1개의 납골당이 되고 비용도 3천5백-4천만 원, 또 화강암으로 만들기 때문에 훼손은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봉분을 올리지 않는다는 말을 들으니 큰오빠 생각이 납니다. 언제나 그렇듯 우리나라에서는 큰아들로서 살아가기 정말 힘겹다는 말을 합니다. 부모들을 봉양해야 하고 형제들을 이끌어 갈 의무감을 느낀 하늘이 내리신 운명 같은 분들이 바로 맏형이니 말입니다. 성묘를 할 때에도 늘 날을 잡아 동생들을 불러야 하고, 명절 제사 때에도 큰형이라 알아서 해야 하니 얼마나 힘겨웠을까요. 그저 우린 오빠가 시키는 대로 하자는 대로만 따라 해 왔지 그 고통은 나누지 못해왔던 것 같습니다.

환갑을 갓 넘기신 큰오빠가 몸이 많이 아파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 장례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큰오빠의 입에서 뜻밖의 말이 튀어나왔습니다.

“내 죽거들랑 화장해라.”

“네? 왜요?”

“우리 아들 나처럼 힘겨운 일 되 물러주고 싶지 않다.”

“그래도 그렇죠?”

“됐어. 내 걱정일랑 말고 하라는 대로 해 줘. 성묘하는 게 보통 일 아니야.”

“.............”

우린 아무 대꾸도 못하였습니다.

그런데 둘째 올케가 한마디 합니다.

“아주버님이 그렇게 하시면 우리 얘 아빠는 어떻게 해요.”

둘째 오빠는 화장하기 싫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럼 화장해서 외국처럼 비석 하나만 세워줘”

단호하게 말씀하시는 바람에 더 이상 아무도 말을 하지 못하였습니다.


얼마 후 큰오빠는 하늘나라로 떠나셨고 유언대로 친정 부모님 산소보다 조금 앞으로 당겨 유골을 땅에 묻고 낮은 비석 하나를 올렸습니다. 정말 산소를 찾아 면장갑을 끼고 쓱쓱 문지르기만 하면 반짝반짝 빛이 납니다.

“우와! 우리 오빠 정말 현명하시다.”

오빠의 그 힘겨움 아들에게까지 물러주고 싶지 않다는 그 마음 헤아릴 것 같았습니다.

당신으로 인해 늘 편안함 누려왔고 누려가고 있음을 실감하며 살아갑니다.



영결식은 오는 29일 경복궁 앞뜰에서 국민장으로 치러지며, 수원시 소재 화장장에서 화장 절차를 거친 다음 봉하 마을로 이동하게 됩니다.


고인은 영욕의 세월을 함께하고 최후의 순간도 함께한 봉화산 자락에 묻히게 됩니다. 추기경님의 선종으로 장기기증이 많이 늘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노 전 대통령님으로 인해 우리의 묘비 문화도 조금은 간소화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마지막까지 이 세상을 떠나시는 당신을 존경할 수밖에 없는 이유 중의 하나가 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위해 준비된 유골함이라고 합니다. 지름과 높이가 21cm 원통형 도자기로 일반인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뚜껑과 몸통에 새겨진 금색 봉황 휘장과 무궁화 문양만이 대통령이 모셔졌음을 알려주고, 내외부를 잇는 금실 테두리와 작은 국화꽃만이 고인을 위한 소박한 치장으로, 보훈처의 의뢰를 받아 사흘 밤샘 굽고 말리는 정성으로 첫 대통령 유골함을 제작했고 투박하고 소박한 고인의 생전 모습을 닮은 유골함은 유족들의 뜻에 따라 사용이 결정 될 것이라고 합니다.



편안하게 잠드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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