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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련한 추억속으로

사라져버린 빨래터와 빨래 방망이

by 홈쿡쌤 2009. 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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퍽퍽퍽퍽 방망이 소리, 찰박찰박 빨래 헹구는 소리가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섞여 강물을 따라 흘러온다. 강가에는 서너 명의 아낙네가 빨래를 하고 그 주위에는 고만고만한 또래 아이들이 물장구를 치고 있다. 동네 개울가에는 빨래하러 나온 아낙네들의 수다로 왁자하다. 한쪽에는 저고리를 벗은 할머니가 며느리에게 등 목욕을 받고 있다. 누구 한사람 이상하게 쳐다보는 이 없다.



 

 ▶ 시어머님이 혼자 살고계시는 집












 ▶ 장독대, 수돗가 마당가에는 꽃이 만발 했다. 어머님이 꽃을 워낙 좋아하시는 분이라.

 ▶ 시냇가

시집왔을 17년 전에는 빨래터가 있었는데 이제 유유히 냇물만 흘러갈 뿐이다.


 ▶ 어머님이 싸릿대로 만든 마당 빗자루

 ▶ 잘 사용하지도 않는 빨래 방망이 
 

우리가 어릴 때에는 자주 보아왔던 여름날의 모습이지만, 이제 눈을 씻고 찾아보려고 해도 빨래터는 사라지고 없다. 휴일, 혼자 지내시고 계시는 시어머님 댁에서 집안 구석구석 청소를 하고나니 걸레가 말이 아니었다. 손으로 비벼도 잘 지워지지 않아

“어머님! 우리 집에 방망이 없어요?”
“왜 없어. 있지.”
“어디요?”
“잘 사용하지 않아서 장독대 옆에 끼워두었다.”

“네.”

살짝 꺼내 들고 퍽퍽 두들겨보니 옛날 생각이 절로 났다.

  

빨래터는 찌든 살림살이에 맺힌 응어리를 푸는 곳이자 마을의 입담이 펼쳐지는 곳이었다. 자식 얘기로 출발해 남편과 시어머니의 흉까지 시간가는 줄 모른다. 강물에 빨래를 행구고 방망이를 치면서 아낙네들은 시집살이의 고달픔도 함께 두들기고 비벼 씻어냈다. 따라 나온 철부지 아이들은 엄마들의 시름을 모른 채 물장난만 골몰한다. 빨래터는 고부간의 갈등, 남편의 주벽, 자식들의 장래 등 가정을 꾸려가는 아낙네들의 고단한 삶이 빨래보다 더 푸짐하게 널려있다. 강물에 그것들을 흘러 보내고 또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햇살 맞고 바람맞으며 뽀얗게 말라가는 빨래가 기분을 상쾌하게 해 준다. 요즘은 버튼 하나만 누르면 건고까지 되는 세탁기가 넘쳐나지만, 옹기종기 모여 애환과 정담을 나누던 빨래터가 오히려 그리워지는 건 왜 일까? 냇가에서 들려오는 빨래 방망이 소리는 우리들 어머니의 소리인 것 같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고요한 산사의 풍경소리]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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