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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엘리베이터에 붙어있는 '정겨운 공고문'

by 홈쿡쌤 2007. 1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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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에 붙어있는 '정겨운 공고문'

고층 아파트 엘리베이터의 사각의 링속은 잠깐이지만 이웃과 인사를 나누는 곳이기도 합니다.

또한, 가스와 전기를 점검할 때, 방역을 할 때, 관리실에서 주민들에게 무엇을 알리고자 할 때, 사람들이 스치며 지나가는 곳이기에 가끔 공고문, 알림문이 붙어 있곤 하는 곳입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아이들과 함께하는 출근길에 본 정겨운 공고문 하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엄마! 엄마! 이것 봐!"
"뭘?"
"이거 말이야. 703호 할머니가 썼나 봐."
딸아이가 손짓하는 곳을 바라보니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왜 그렇게 웃어요?"
"응. 꼭 외할머니 글씨 같아서 말이야"
"정말?"
학교로 향하는 차 안에서 나는 그리운 엄마 이야기를 자랑삼아 아이들에게 해 주었습니다.

703호에 밤, 고구마 팜니다. 1팍스 1,5000

삐뚤삐뚤....

글자의 받침도 맞지 않고 숫자의 콤마도 맞지 않습니다.
하지만, 난 저 글이 어떠한 글보다 더 정겹습니다.
703호에는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사십니다.
할아버지는 몸이 불편 하셔도 매일같이 운동을 나가시는 부지런한 분이십니다.
아마 할머니가 써 붙인 공고문인 듯 보였습니다.
저렇게 쓰인 글씨를 보니 하늘나라에 계신 엄마생각이 간절하였습니다.

학교라고는 문 앞에도 가보지 못한 울 엄마, 어깨너머로 배운 한글과 숫자이긴 해도, 머리 회전이 좋아 늘 지혜로우신 분이었습니다. 써여진 글을 보니, 또박또박 자식들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어두었던 메모장이 떠 올랐기 때문입니다.

  당신 자신이 글 하나 배우지 못했기에 육남매는 어떻게 하든 공부를 시키겠다며 아버지는 소 장사를 나가시고 나면, 그 많은 일들 묵묵히 혼자  해 내곤 했었지요. 고등학교를 가기 위해 시골집에서 역까지 10리가 넘는 길을 걸어야 하는 아들을 위해 새벽별을 보며 아침밥을 해 먹이고 도시락까지 싸며 자식들 거두셨든 어머니....

그런 위대한 어머니가 계셨기에 우리들은 각자 제자리에서 한 몫을 하며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언제나 나와 함께 있을 것이라는 생각 가지며 살았는데, 홀연이 떠나시고 나니 후회만 남는 불효만 한 딸이었습니다.
막내였기에 늘 따스한 사랑만 받고 나는 당신께 무엇 하나 드리지 못하였으니 말입니다. 

비록 한글 받침이 맞지 않아도 할머니의 글씨체가 나에겐  정겹기만 합니다.

딸아이가 좋아하는 고구마 한 박스나 사려 가 보렵니다.

딩동~

정겨운 공고문에 대한 대답이라도 하듯 ..........


오늘 따라 하늘나라에 계신 엄마가 더 보고파 집니다.

늘 그리움에 사무칩니다.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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