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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쓰레기장이 되어 버린 '의류 수거함'

by 홈쿡쌤 2007.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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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장이 되어 버린 '의류 수거함'


알록달록 아름답게 불타올랐던 단풍들도 이제 차가운 바람결에 다 떨어져 버리고, 앙상한 가지 끝에 몇 개 붙어 쓸쓸하게 하늘하늘 춤을 추고 있습니다.

며칠 전, 나의 게으름으로 인해 늦어서야 아이들 옷장 정리를 했습니다.

반에서 제일키가 작은 아들이지만, 그래도 세월 가니 조금씩 자라나기 때문인지 바지가 종아리까지 쑥 올라가 있었고 윗옷도 팔목을 훨 넘겨 있는 게 많았습니다.

작아서 못 입는 옷가지들만 골라 쇼핑백에 담아놓고, 버릴 건 쓰레기봉투 속에 담았습니다.

'행복을 파는 가게'는 시내까지 나가야하기에,  아파트 앞 오가는 길목에 설치 해 둔 의류수거함이 생각 나 들고 나갔습니다.


 ▶ 쓰레기장으로 변한 '의류 수거함'



 의류 수거함 옆에는 완전히 쓰레기장으로 변해있었습니다.

그나마 종량제 봉투에 넣은 건 양심적이었고, 일반봉투에 든 것, 그냥 버려진 쓰레기로 숨을 쉬지 못할 정도로 악취까지 품어내고 있었습니다.


 '의류 수거함'은 IMF 가 찾아오면서 주택가 곳곳에 의류수거함이 설치되었다고 합니다. 낡아서 쓰지 못할 정도의 헌옷이 아니라 치수가 몸에 맞지 않거나 유행에 뒤진 것으로 버리기에는 아까울 정도의 옷가지를 한곳에 모아 어려운 이웃돕기나 자선단체를 통해 유용하게 재활용한다는 좋은 취지에서 수거함을 설치하게 되었던....


의류가 가득 차 있어도 제대로 수거되지 않고 장기간 방치되다 보니 쓰레기통으로 변해버린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수거함에 녹이 슬거나 아예 구멍이 나 있어 외관상 보기에도 꺼림칙하게 보였습니다.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이용가치를 높일 수 있게끔 위생적이고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새삼 느끼는 날이었습니다.


그래서 소년소녀가장돕기 경남부산지부라고 박혀있는 번호로 전화를 걸어보니 거기는 유선방송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럼 유령의 전화번호?

할 수 없이 시청으로 전화를 걸어 문의를 하니

"그런 전화 너무 많이 옵니다."

"그건 시청에서 설치하는 것 아닙니까?"

"아뇨. 개인이 합니다."

"그래요? 주변이 너무 지저분해서..."

"네. 개인이라 설치만 해 놓고 관리를 안 하니 민원은 들어오고 머리가 아픕니다."

함부로 뜯어 내지 못하고 있다는 말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고 대책도 없이.....

너무 더러워 옷가지를 통속에 넣지 못하고 되가져오고 말았습니다.


 ▶ 사랑의 헌 옷 위에 올라앉아 있는 이불


그래도 누군가가 통이 녹슬고 더러워서 그랬는지 안에 넣지 않고 수거함 위에 살짝 올려놓고 간 고마운 분도 있었습니다.

떨어지지도 않았고 작아서 못 입는 옷가지들...그 누군가에게 입혀져 따뜻함 나눌 수 있도록 관리를 해 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오직 사람에게만 있는 양심, 팔아선 안 되겠지요?


세상을 향한 아름다운 손길이 모두의 마음을 미소 짓게 합니다. 모두가 나눔 운동을 생활화 하고, 행복을 전해줄 수 있는 1%의 마음은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공감의 수거함이 되길 다시 한 번 바래보면서.....


여러분 주위에는 어떠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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