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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청첩장은 어디까지 전해 줘야 하는 걸까?

by 홈쿡쌤 2009.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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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첩장은 어디까지 전해 줘야 하는 걸까?


아름다운 것은 짧게 느낀다는 말을 실감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알록달록한 단풍 느끼기도 전에 '찰라'처럼 지나간 느낌이라서 말입니다.


이런 아름다운 계절, 선남선녀들이 결혼식을 많이 올리는 것 같습니다. 새로 인생을 시작하는 청춘남녀에게 축하를 드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늘 행복함으로 채우는 나날이 될 수 있도록.



며칠 전, 엘리베이터에서 아래층에 사는 사모님을 만났습니다. 우리 아들을 낳으면서 살 게 된 집이라 제법 오래 살고 있어 가벼운 인사정도 나누며 지내는 이웃이기도 합니다.

"안녕하세요?"

"아~안녕"

이제 중2가 된 나보다 더 큰 아들 녀석을 보고는

"와. 정말 많이 컸다. 이제 엄마보다 더 크네."

"아 참, 우리 아들 11월 21일 날 결혼 해. 청첩장 하나 줄까?"

"네. 주세요."

"이웃끼리 서로 무슨 일 있으면 오가면 되지."


그렇게 청첩장을 받아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내 손에 든 청첩장을 본 남편이

"그게 뭐야?"

"응. 10층 선생님 댁에 아들 결혼시킨다네."

"그럼 가 봐야지."

정말 잊을 것 같아 달력에 동그라미를 크게 해 놓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아프신 시어머님 신경 쓰고 나 살기 바빠 예식은 멀리 서울에서 하기 때문에 가까운 뷔페에서 피로연이 열리는 날도 까맣게 잊어버렸던 것입니다.

"여보! 어떻게 해."

"왜?"

"밑에 집 결혼식 잊어버렸어."

"잘 했네."

"그냥 집으로 찾아갈까?"

"참 난처하네."

시간이 지나다 보니 피로연도 결혼식이 있는 날도 다 지나쳐 버렸습니다.

"사모님 만나면 미안해서 어쩌지?"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갔다와"
"어휴 몰라. 나도."


한 라인에 살면서 어찌 한 번은 안 마주칠 수 있겠는가?

어제는 퇴근하면서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게 되었습니다.

"저~ 죄송해요. 날짜를 잊어버려서~~~"

"그럴 수 있지."

"............"

너무 미안한 마음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분위기가 너무 쏴아~했습니다. 안 찾아와서 서운하다는 말처럼 들리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왜 그런 맘이 드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래서 사람들은 청첩장을 받으면 세금 고지서라는 말을 하나봅니다.


이웃 간의 정을 모르고 살아서 그런 것일까요?

사람이 해야 할 도리를 못해서 그런 것일까요?

 

청첩장은 어디까지 전해 줘야 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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