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6년차, 혼자 처음해 본 '김장'

 

 

마른가지 끝에 매달린 낙엽마저 떨어져 버린 지 오래 되었고,

추위에 웅크리고 서서 긴 겨울나기를 하고 있는 나무들이 대견 해 보입니다.

어제는 결혼을 하고 난 뒤, 처음으로 내 힘으로 겨울준비를 했습니다.

토요일 마음껏 쉬어 보려는 마음으로 느긋하게 늦잠 즐기고 있는데 전화가 울립니다.

"이모야~ 김장 안 할래?"
"김장? 해야지..."
"배추 좀 가져가라."
"배추가 어디서 났어?"
"응 누가 좀 줘서 말이야. 얼른 와~"

요즘 배추값 장난 아니게 비싸다는 말도 생각나 벌떡 일어나 차를 끌고 배추밭으로 갔습니다.

옹기종기 줄지어 앉아있는 배추 30포기를 얻어 차에 담아 실고 왔습니다.

 

노랗게 속이 찬 배추, 맛있어 보이긴 해도, 아무것도 준비 하나 해 놓지 않았고 또 소금에 절일 생각을 하니 막막해 지는 것이었습니다. 일단, 집 앞 가게에 들러 굵은 소금을 사러 갔습니다.

"저~ 30포기 정도 담을 건데 소금은 얼마나 하면 되나요?"
"10kg 정도 하면 됩니다."

"새댁 김장 하려고?"

"네~"

"친정 엄마 없어?"
"............."

그냥 씩 웃기만 하고 소금을 사서 돌아왔습니다.

 

사실, 신혼 때에는 시어머님이 김장을 할 때 거들어 드리면 되었고,

그 후에는 친정 올케와 함께 텃밭에 배추를 심어 1년 내내 먹을 김장을 하곤 했는데, 올 해는 그냥 각자 해결하기로 했기 때문에 혼자 힘으로 해 내야하고, 어차피 손 벌리며 의지해야 하는 마음 버려야 하는 나이가 되었기에 혼자 일어서는 연습을 해야 하는.....



 ▶ 배추를 4등분 합니다.


 ▶ 미지근한 물에 소금을 많이 넣어 간물을 만듭니다.


 ▶ 간물에 배추를 담궜다가 속에 굵은 소금을 조금씩 뿌려 줍니다.


 ▶ 욕조에 차곡차곡 담아 놓고, 크다란 다라이에 물을 가득받아서 절인 배추위에 올려 놓으면 뒤집어 주지 않아도 된답니다.


 ▶ 8-9시간 있다가 깨끗한 물에 3-4차례 헹구어 줍니다.

   (오후 2시부터 절여 밤 11시쯤 씻었습니다.)



씻어 놓고 보니 도저히 혼자 힘으로는 안 될 것 같아 멀리 살고 있는 막내 동서에게 도움을 청하였습니다.

그래도 아무 말 없이 달려 와 주는 동서와 둘이서 김장을 했습니다.


 

 ▶ 다시마 100g, 건표고버섯 7개, 다시멸치 100g, 찹쌀 100g 정도를 넣어 다시물을 만들었습니다.


★ 배추 30포기 기준

   고추가루 7근(4kg정도), 마늘 3kg,  생강 1kg, 생새우 1만원, 참조기 1만원, 청각 3천원, 미나리 3단, 무 큰것 2개, 멸치앶젓 1통 반(1.8L), 석화 1만원


   - 전문가가 전해주는 양념의 기준은 배추 4포기에 고추가루 1근(600g), 10포기에 마늘 1kg라고 합니다. 나머지는 입맛에 따라 가감하면 되는....


 ▶ 속재료를 만들어 김장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 김장에 빠질 수 없는 수육과 막 버무린 생김치




아직 어린 조카 녀석들이 달려와

"숙모! 아~"하며 갓 버무린 김치를 참새들처럼 입을 벌려 받아 먹습니다.

힘겨운 줄 모르고 30포기를 담그고 나니 버무려 놓은 양념이 남는 것이었습니다.

"형님! 배추 몇 포기 더 사서 담가요."

"그럴까? 요 밑에 가게에 가면 배추 간 절여서 파는데.."
"그럼 담는 김에 더 담아요."

양념 묻은 장갑을 빼고 슈퍼로 가 보았더니 다행히 내일 아침에 가져 갈 절임배추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한 포기에 4,000원이었습니다. 속으로 너무 비싸다는 생각 들었지만, 할 수 없이 10포기를 사 들고 왔습니다.

배추 한 포기 2,800원, 절이고 씻어주는 삯이 1,200원이었던 것 입니다.

"형님, 그래도 너무 비쌉니다."
"어쩌냐? 비싸도 먹어야지.."

결국 40포기의 김장을 했습니다.

동서네 한 통 주고, 우리 시어머님 한 통 담아서 보냈습니다.

이제 당신 몸도 가누기 힘들기에 김장하는 건 엄두도 내지 못하시는 것 보니 마음 한 컨이 짠 해 집니다.

당신이 주신 그 사랑 한 없이 받았기에 우리가 되돌려 줘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어머님! 맛 있게 잡수세요.

몸도 마음도 천근만근이지만, 겨울채비를 해 두었기에,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것 같아  부자가 된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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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을 마감하는 뜻으로 블거거기자상 네티즌투표를 합니다.

많이 봐 주시고, 찾아 와 주신 여러분으로 인해 '고요한 산사의 풍경소리'도 후보에 올랐습니다.

시사성을 가진 글도 아니고, 그저 살아가는 작은 일상 으로 적어 나가는 한 사람으로서,

많이 모자라기에 사실 부끄럽기조차 합니다.

다들 쟁쟁한 전문블로그 지기님들 사이에 후보가 된  것만으로도 영광 아닐 수 없습니다.

이 기쁨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아래 주소를 클릭하시면 3분을 추천 할 수 있습니다.

http://bloggernews.media.daum.net/event/2007award/poll.html

많은 관심 부탁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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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토토』 2007.12.10 10:56 신고

    복덩이셨군요.
    저는 결혼하면서 너무 멀리 떨어져 사는 관계로
    혼자서 김장,고추장,된장,간장을 제손으로 했었지요^^
    어깨너머로 동네어르신들이 하는 일을 거들면서 배운대로...
    그래서 신혼때부터 애늙은이로 취급받았답니다.ㅎㅎㅎ

    블로거기사상 후보되심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부럽네요.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래요.

  2. 투덜이맘 2007.12.10 11:33 신고

    ㅎㅎ님.. 존경존경...
    ^^;; 전 아직.. 배추절임만 할줄아내요....
    겉절이정도외에는 김장김치는 해본적이 없어요...
    그나마도 절임만 지디로 배운듯 싶어요....
    언젠간 저두 직접 해먹어봐야하는데. 엄두가 안나요...
    시엄마,친정엄마 두분께 더이상 폐를 끼치기도 뭐하고...
    둘째녀석이 좀 크면 저두 시도함 해볼라고요...
    설마하니 못먹기야 하겠어여 ^^;;;;;
    절임만 잘해도 반은 성공이라하니.. 그거 믿고 함 도전해봐야겠내요...
    아겅... 방명록" "안쓰면 "미워한다! 이문구 보고 ^^;;;; 끄적끄적 해봅니당.

  3. 이월이 2007.12.10 11:36 신고

    저는 혼자 한번 담궈보는게 소원입니다.
    결혼후 23년동안 시누이 다섯과 우리집 여섯집의 김장을 하려니 정말 힘이 듭니다.
    다행이 올해는 두집것만 했읍니다. 이제는 슬슬 저의 눈치들을 보는지..혼자 30포기는 님께는 미안한 말이지만 저에게는 소꼽장난입니다.

  4. 찬이모친 2007.12.10 12:00 신고

    대단하시다...
    30포기를 혼자서?
    난 엄두도 안나는데..정말 대단하십니다..

  5. 임경선 2007.12.10 12:53 신고

    전 올해 만6년차 주부랍니다.. 늘 친정엄마하고 같이 김장하다.. 도저히 친정엄마 아플걸 제가 볼수가 없어서 첨으로 김장이라는걸 했네요.. 잘하지는 못했지요.. 굵은 소금이 부족했거든요.. 그래도 40포기 담그고 나니.. 울엄마 내가 도와주기는 같이 했지만 그래도 노인네가 허리 끊어지게 아파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찌 어찌 김장이라는 것을 했는데.. 내년 김장은 정말 준비 철저하게 해서 담그려고요... 히히... 남자들도 같이 해봐야되요.. 김장속 버무리는데 허리아파서 울고.. 김치 씻어서 물빠지게 두면서 허리 아파서 울고.. 울다가 볼일 다본 김장이었답니다...

  6. 민석맘 2007.12.10 13:20 신고

    결혼 십 년동안 시누님과 윗동서들에게 얻어 먹기만하다가 이제 눈치가보여서 조금만 담아 볼려고요 5포기만 하려는데 누가 레시피 좀 올려주세요~~

  7. 비바리 2007.12.10 13:26 신고

    올 한해 참 열심히 사셨어요 박수를 보냅니다
    후보되심 축하드려요..
    그리고..
    김장은 저하고 비슷하게 하셨네요

    16년만에 처음 혼자 해보신 소감..ㅎㅎㅎ제가 맛을 보고 싶다요.
    아~~~~~ 먹여주세용~~

  8. 지니 2007.12.10 14:55 신고

    전 지금28살 결혼1년차주부인데요..저두 올해 12포기만했거든요..그거하고 몸살나서 회사

    와서두 지쳐서 몇일몸살났었는데....대단하세요...40포기씩이나..ㅠㅠ

    저두 내년엔 20포기에 도전할렵니다..올해는 너무비싸서 조금만했네요.

  9. 네리야 2007.12.10 22:19 신고

    30포기....두렵다....저걸 어찌하냐?....김치란 김치는 죄다
    친정에서 공수해 먹으니...내가 직접 담글 생각만 해도 식은땀
    줄줄...대단....울 엄니도 나이가 드시니 내가 해야되는날이
    오겠지만...정말 미루고 싶다ㅡㅡ;;;

  10. 맛짱 2007.12.11 09:34 신고

    힘은 드셨어도 마음은 뿌듯하셨지요?
    ㅎㅎ 저도 결혼을 하고 한 3년은 친정어머니가 김치를 담그어 주셨어요.
    처음 김치를 담그고는 .. 맛이 어떨지 어찌나 궁굼한지..ㅎㅎ
    다들 먹어보고 맛있다고 하길래..
    그다음부터는 신이나서...^^;; 김치를 담그어 나누어 주곤 했어요.

    저녁노을님이 담근 김치 맛나 보여요~^^
    저도...돼지 고기 삶아서 갈까요??

  11. 오기 2007.12.15 11:56 신고

    ㅎㅎ 겁이나서 몇자 적어보네요.^^~~
    김장,우리여자들 한테는 힘든 존재지요.
    김장만 해도 겨울 준비는 걱정 없잖아요.
    저도 올해는 마니 했답니다.엄청...
    근대 첨에것은 숨이 안죽어 오래 뒀더니
    좀 짜게 돼서 속이 상해요.결혼 30년차인데도
    실수를........
    두번째 할땐 신경써더니 제대로 된것 같구요.
    너무 많아서 두번 갈라했지요.끝나고 몇일은
    허리아파 혼났답니다.90포기 넘게 혼자서
    버무려 넣었거든요.정말 힘들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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