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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물건을 잃어버려도 찾지 않은 아이들

by 홈쿡쌤 2010. 1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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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제법 싸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초겨울 날씨입니다. 올해는 제대로 된 가을 단풍을 즐기지도 못하고 넘어가는 느낌이라 아쉽기만 합니다.



이야기 하나

물건을 잃어버려도 찾지 않은 아이들


 

우리 집의 아침은 늘 부산하기만 합니다. 5시면 일어나 맨 먼저 머리 감고 세수하고 화장을 하며 출근준비를 합니다. 저녁에 불려 두었던 쌀로 아침밥을 짓습니다. 그리고 블로그 포스팅을 하고 이리저리 새로 올라온 글을 읽고 댓글을 답니다.

7시가 되면 아이들을 깨우고 아침밥상을 차립니다. 일주일 먹을 반찬 만들어 놓은 것 들어내고 밥과 국을 차려냅니다. 딸아이는 늦게 자고 아침에는 일어나지 못하는 편입니다. 아무리 고쳐보려고 노력을 해도 되지 않아 그냥 스스로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두고 있습니다.

“엄마! 스타킹 어딨어?”
“엄마! 교복 와이셔츠가 없어.”

“엄마! 조끼가 사라졌어.”

덜렁대는 성격이라서 그런지 곁에 있어도 제대로 찾지를 못합니다.

“못살아 내가. 옆에 있잖아!”

“히히 어? 언제 있었어? 안 보였는데.”

그렇게 하나 둘 차려입을 동안 간식을 담아 통에 넣어줍니다. 그런데 어제 아침에는

“엄마! 진짜 조끼가 없어. 어떡해. 늦겠다.”

아무리 찾아도 없어 그냥 목도리 두르고 가도록 하였습니다. 선생님께 걸리면 안 되니 말입니다.


집으로 돌아온 딸아이

“엄마! 조끼 찾았어?”
“아니. 없어.”

“분명히 벗어두었는데.‘

“그러게 참 귀신이 곡을 하겠네.”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남편이

“없으면 내일 가서 하나 사 줘. 날씨도 점점 추워지는데.”

“안돼! 꼭 찾아야 해. 혹시 학교에도 찾아봐.”

“아니야. 분명 집에서 벗었단 말이야.”

“어쨌든 없어졌으니 찾아야지. 못 찾으면 벗고 다녀.”

“괜찮아! 안 추워 그냥 다니지 뭐.”

“당신 왜 그래?”

“아니, 요즘 아이들 물건 귀한 줄 몰라. 잃어 버려도 찾을 생각도 않고 말이야.”

“없으면 사 줘야지 어떡하겠어.”

“당신 생각부터 고쳐. 아빠가 그러니 아이들이 뭘 보고 배우겠어?”

“아이쿠! 알았어요. 딸아! 조끼 꼭 찾아라.”

“장난 아니구먼.”


어려움 없이 그저 풍족하게만 살아가는 아이들이라 물건의 소중함을 모릅니다. 연필을 흘리고도 지우개를 떨어뜨리고도 심지어 옷을 벗어두고도 찾아갈 줄 모르기 때문입니다. 무엇이든 갖고 싶으면 부모들이 금방 다시 사 주니 뚝딱 하늘에서 떨어지는 줄 압니다.

“알았어. 다시 찾아볼게.”

조끼도 입지 않고 규율에 걸릴까 봐 조바심하며 이틀을 그대로 갔습니다. 사 줄 생각도 않고 지켜만 보고 있자니 신경 쓰이는 부분인지 혼자 찾기 시작하는 딸아이입니다.

“엄마! 엄마! 찾았어. 찾았어.”

“어디 있던?”
“바지 밑에.”

옷을 접어놓은 바지 밑에 곱게 앉아 있더라고 하면서 ‘좋아라.’ 합니다.

“이제 네 물건은 알아서 좀 잘 챙겨. 엄마 손 빌리지 말고.”

“알았어. 그렇게 할게.”

며칠이나 갈지 모르지만, 그래도 스스로 챙겨가며 잘 다니고 있는 것 보니 흐뭇해졌습니다. 그렇게 철이 들어가는가보다 하고 말입니다.





이야기 둘 : 친구에게 운동화 얻어 신는 아들

 


며칠 전,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신발 한 켤레가 눈에 들어옵니다.

“다녀왔습니다.”

“어서 오 샘!”

먼저 와 있는 아들이 나를 반겨줍니다.

“혼자야?”
“아빠도 아직 이야.”
“근데, 저 신발은 누구 꺼야?”
“아! 그거? 친구가 줬어.”
“신발을 왜 줘?”
“작아서 못 신는다고 하기에 나 달라고 해 가져왔어.”

“남이 신던 것을?”
“어때. 친구가 신던 건데.”

“아이쿠! 우리 아들 다 키웠네.”


여고생이 된 딸아이 자정을 넘겨들어서면서 한마디 합니다.

“엄마! 저 신발 누구 꺼야? 못 보던 건데.”

“그냥저냥 다니는 줄 알았더니 볼 건 다 보네.”

“엄마는 그런 걸 왜 몰라!”

“동생이 가져왔어. 친구가 주더란다.”

“남이 신던 걸 왜 신어? 쟤 성격 참 이상하다.”

그러면서 절대 안 신는다고 말을 합니다.

“누나가 더 이상해. 개념 없는 소리 하네.”

또 싸울 기세입니다.

“됐어. 친구가 작아서 못신는 걸 신으면 어떻다고."
 

생각이 다르고 성격이 다르다는 걸 인정하면 되는데 왈가불가할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인제 그만 해.”

“엄마! 운동화 빨아주세요.”

“그래 알았어.”

운동화를 들고 욕실로 향했습니다. 씻다 보니 발바닥은 제법 많이 달아있었고 한 두 군데 떨어진 곳도 눈에 띕니다. 그런데도 신겠다는 아들을 생각하니 어찌나 대견스럽던지요.


사실, 딸아이는 첫아이다 보니 늘 새것을 사용합니다. 옷을 사도 새것, 장난감을 사도 새것만 가지고 놀았습니다. 하지만, 연년생인 아들은 누나가 입었던 옷, 누나가 가지고 놀았던 장난감으로 재미있게 놀곤 했습니다. 지금도 새 옷을 사면 딸아이가 남자아이처럼 파란색을 좋아하고 치마는 절대 입지 않으니 누나가 먼저 입고 며칠 지나 아들이 입고 다니곤 합니다.

“아들! 넌 바보처럼 엄마가 사 주는 옷을 누나가 먼저 입게 해?”
“왜? 어때서. 입으라고 해라.”

나 또한 어릴 때 바로 위 언니 옷 많이 받아 입었습니다. 그게 너무 서러워 딸아이 옷 살 때 아들 옷까지 함께 사 줍니다. 그런데도 옷에 대해 별 관심 없는 아이처럼 무덤덤하게 행동을 합니다. 누나가 깍쟁이 같은 행동을 해도 아들 녀석은 너그럽습니다. 물론 남자라서 그렇긴 하겠지만 말입니다.


너무 멋을 모르는 아들로 자랄까봐 살짝 걱정되기도 합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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