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스크린 속으로

<그대사> 심금을 울린 황혼의 사랑

by 홈쿡쌤 2011. 2. 23.
728x90
반응형

<그대사> 심금을 울린 황혼의 사랑

봄방학이라 종일 집에만 있으니 갑갑하기만 합니다.
"우와! 햇살 좋다! 이불이라도 내 널어야지."
봄맞이하는 기분으로 이곳저곳 먼지를 털어냅니다.
일주일을 넘게 집에만 있으니 갑갑한 마음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점심을 먹으러 들어온 남편에게
"나 영화관 좀 데려다 주면 안 될까나?"
"어휴! 집에 있으니 어지간히 갑갑한 모양이네. 알았어."
"당신도 같이 가면 안 될까?"
"안돼! 약속 있어. 친구 불러내서 함께 가."
"이 시간에 누가 있을까. 그냥 혼자 갈래."

무작정 나선 길이라 상영시간도 보질 않았습니다.
도착하니 바로 시작하는 건 <그대를 사랑합니다.>
잔잔하면서도 눈물 쏙 빼고 나온 감동적인 영화였습니다.






★ 탄탄한 배우들의 연기력

이순재, 윤소정, 송재호, 김수미
주인공들의 인생사처럼 인생 끝에 찾아온 사랑을 충실히 이어가는 네 남녀의 아름다운 사랑을 깊은 시선으로 담아낸 영화 <그대사>는 바로 우리 부모님의 이야기였습니다. 자극적인 소재를 사용하거나 감동을 억지스럽게 풀어내지 않고 ‘사랑’, 그 본연의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달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경력만큼이나 잘 소화해내는 연기력이 웃고 울게 했습니다.


★ 그대를 사랑합니다.

전형적인 우리 아버지 같은 가부장인 김만석(이순재)은 거리를 걸으면서도 앞장서 걸으며 아내는 저만치 떨어져 뒤따라 가고 자잘한 정하나 없이 부부로 살아갑니다. 병상의 아내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직접 사서 건넸던 우유, 먹어보지도 못하고 저세상으로 떠나 보냅니다. 갑작스러운 아내의 죽음으로 잘해주지 못했던 것들을 후회하며 오토바이로 우유배달을 합니다. 

그는 칠순을 넘긴 나이에 다시 사랑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부모 몰래 야반도주하여 무작정 서울로 상경한 송씨는 남편은 돈 벌러 간다고 집을 나가버리고 딸은 고열로 저세상으로 떠나보내고 혼자 여생을 보냅니다. 이름도 없이 파지를 모으며 힘겹게 살아가던 송씨는 같은 시간에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는 만석에게 호감을 느끼게 됩니다. "송이뿐"으로 이름을 얻고 주민등록증을 만들고 처음으로 느끼는 사랑에 행복해합니다. 우리가 사랑했던 추억의 시절처럼 창문을 향해 작은 돌을 던지는 모습, 까막눈이었던 이뿐이의 한글연습에서 그 순수함이 전해져 왔습니다.
이를 눈치챈 손녀(송지효)가 가슴에 담아만 있지 말고 고백을 하라고 말을 합니다.
"할아버지 이뿐이 할머니 좋아하시죠?"
"그게 보여?"
"네."
"이뿐이도 내 맘 알까?"
"당연하죠. 당장 가서 고백하세요."
"뭐라고?"
"당신을 사랑합니다."
"당신이란 말은 돌아가신 너희 할머니한테나 쓰는 말이야."
"암튼, 할아버지 내일 이뿐이 할머니 생일이던데"

그 말을 듣고 만석은 케이크를 들고 가 축하노래를 불러줍니다.
예쁜 머리핀 하나를 선물하면서....
"그대를 사랑합니다." 라고 고백을 합니다. 

하지만, 그 사랑을 받아들이고 싶지만 이뿐이는 고향으로 내려가 가슴속에 고이 간직하려 합니다.



우린 다시 부부다...가족이었는데....


또한, 평생 한 사람만을 사랑해온 ‘군봉’과 ‘군봉 처’의 러브 스토리는 현대의 소모적인 사랑의 방식에 대해 진지한 물음을 던지며 진실한 사랑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 주었습니다.

평생을 택시 기사로 열심히 일한 주차 관리인 장군봉(송재호)은 만석과는 반대로 아내의 얘기를 잘 들어주는 다정하고 가정적인 남편입니다. 그는 치매에 걸린 아내 순이(김수미)를 돌보며 살아갑니다. 아들 둘 딸 하나, 오직 자식을 위한 삶을 살아왔건만 결혼을 하면서 하나 둘 떠나가 버리고 부부 둘만 남게 됩니다.

우린 다시 부부다...가족이었는데....

이 말이 내내 가슴에 걸립니다. 치매에 걸린 시어머님 모시려고 할까 봐 며느리 둘은 전전긍긍합니다.
"아버지! 자주 찾아뵐께요."
그것도 모두 빈말이었습니다.
치매와 얼마살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아내와의 사랑을 끝까지 간직하고 지키려고 합니다.
"나는 다시 태어나도 당신과 결혼하고 싶은데 당신은?" 하고 남편이 묻습니다. 그러자
"난 평생 받기만 했는데 또 받을수는 없어."
일상의 이야기를 말하고 듣는 것을 좋아하는 순이는 사랑을 받기만 했다며 다시 태어나면 군봉이 힘들까 봐 결혼하지 않겠다고 말을 합니다.
"당신을 혼자 보낼 수는 없어."
방에 연탄불을 피우고 두 손을 꽉 잡고 동반자살을 하면서 느즈막히 얻은 친구에게 편지 한 장을 남깁니다.
'자식들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이 사실을 알리지 말아달라'고 합니다.
마지막 저승길을 가면서도 오직 자식을 향한 부모의 하나뿐인 마음을 보았습니다.
"어떻게 돌아가신 거야?"
"응. 연탄가스 마시고 그랬다네."

"자식 고생 안 시키고 잘 돌아가셨어. 호상이야."
속내도 모르고 사람들은 쉽게 말을 합니다.

이처럼 영화는 죽음을 앞에 두고 사랑을 시작하는 노년과 사랑을 끝맺으려는 두 분의 노년을 통해 사랑의 의미를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흘러가는 세월에 늙어가는 상대의 옆에서 꼭 잡은 손을 차마 놓지 못하고 눈물 흘리는 이유는 서로 가지지 못해서가 아니라 얼마 남지 않은 여생 또 떠나보내야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더 애절하고 가슴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메말라가는 이익을 다투는 사랑이 아닌 진솔하게 마음을 울려주는 황혼의 사랑을 보았고 우리의 부모님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하는 의미 있는 영화였습니다.




딸아이가 여고생이 되자 공부에 집중하다 보니 함께 할 시간이 없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영화를 봤다는 걸 딸아이에게 말을 하자
"엄마는 혼자서 영화 봤다!"
"아빠는, 차도녀도 몰라?"
"그게 뭐야?"
"혼자서도 영화 볼 수 있고. 도도하게 마음 내키는 데로 하는 거야."
"그래?"
"그럼. 우리 엄마 잘 했어. 멋져!"

까칠한 도시여자를 말하는 까도녀는 귀티가 나고 세련되어 다소 까다로워 보이는 여성을 말합니다. 딸아이가 부쳐 준 까도녀란 말에 아무말 못하는 남편입니다.

엄마 기도 살려주고 가슴깊이 담아 온 따뜻한 사랑 느끼고 왔기에 더욱 행복한 날이었습니다.




글이 마음에 들면 추천 한방! 블로그가 마음에 들면 정기구독+ 해주세요.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