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이의 작은일상2008. 1. 23. 20:04
728x90
반응형


묘비에 쓰인 학생과 유인의 뜻

찬바람이 불어오는 추운 날이지만, 오후가 되면 가까운 뒷산을 오릅니다. 이제 건강을 생각할 나이도 되었기에 방학기간이라 혼자서도 발걸음을 옮깁니다. 힘겹게 오르다 보면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알싸하게 불어오는 솔바람이 기분을 더욱 상쾌하게 해 줍니다.

어제도 먼 산행을 하는 것처럼 등산복과 등산화까지 신고 중무장을 하고 올라갔습니다. 중간을 오르다 보면 운동기구를 움직여 보기도 하고, 가지 끝에 앉아 반갑게 맞아주는 까치소리도 참 듣기 좋습니다.

  정상을 향해 한참을 걸어 올라가는데 초등학교 4-5학년 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들이 4명이 산행을 왔나 봅니다. 산행 길에는 공동묘지가 있습니다. 그곳을 지나가는데 호기심이 강한 녀석이 한마디 합니다.

“야! 왜 묘비에 학생이라고 쓰여 있지?”

“글쎄...”
“학생 때 끌려가서 죽어서 그런가?”
“맞다 맞다. 아마 그런 것 같다. 그러기에 학생이지...”


가만히 듣고 있다가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끼어들었습니다.

“학생이라고 쓴 건”하면서 설명을 해 주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學生》이라는 말은 《유학생(幼學生)》이란 말의 줄임말로, 그 말은『幼學이었던 사람』이란 말로 보면 무방할 것 입니다. 유학이란 벼슬을 하지 않은 유생(儒生)이라는 말입니다.
다시 말해 출사(出仕)하여 벼슬길에는 나가지 않았으나 지식의 깊이나 세상을 보는 경륜만은, 재주가 아까운 사람이었다
는 말입니다.
그리하여 세상을 하직한 사내들에게 남은 사람들이 그의 삶을 아깝게 여겨 붙여준 추서(追敍)로,
아름다운 배려가 아닐 수 없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男子들에게 붙여준 추서가 학생이었다면 여자들의 경우에는 《유인(孺人)》이라 합니다. 글자의 뜻풀이로만 보아서는 "젖을 먹여 키워준 사람"이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孺人 !"
그것은 조선시대의 외명부(外命婦)의 벼슬 이름이었습니다. 九品의 벼슬을 한 문무관(文武官)의 아내들을 유인이라 합니다. 한 平生을 고난과 애환으로 꾸려나간 女人네들의 삶의 궤적에 대한 보답으로, 이 경우를 두고 보면 봉건사회가 꼭 남존여비(南尊女卑)의
행태로만 되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엿 볼 수 있습니다.

“이젠 알겠지?”
“네. 감사합니다.”
그렇게 어린학생들과 친구가 되어가며 즐거운 산행을 하고 왔답니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고요한 산사의 풍경소리]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728x90
반응형
Posted by *저녁노을*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삼나무

    제사때 쓰는 지방에도 벼슬 하지 않으면 '학생부군신위'라고 쓰던데, 맞나요? 예전이야 그렇대도, 요새도 공무원이거나 이에 준하는 사람 외에는 모두 '학생'을 붙여야 하는게 좀 시대에 맞지 않는 것 같단 생각을 했었습니다.^^

    2008.01.23 20:24 [ ADDR : EDIT/ DEL : REPLY ]
  2. 늦은 시간에 잘 보고 갑니다^^
    고운밤 되세요^^

    2008.01.23 20:2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쟁이

    여자의 경우 외명부가 아니라 내명부에 속합니다... 수정하세요.

    2008.01.24 05:03 [ ADDR : EDIT/ DEL : REPLY ]
    • ???

      외명부와 내명부의 의미를 착각하고 계신 건 아닌지...
      정9품, 종9품을 지낸 문무관의 아내를 유인이라하는 거 맞습니다. 외명부 벼슬이고요.

      2008.01.24 08:02 [ ADDR : EDIT/ DEL ]


"); wcs_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