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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련한 추억속으로

빨간 내의의 그리움

by 홈쿡쌤 2007.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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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간 내의의 그리움 *◈*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찬바람
마른 가지 끝을 휙 하고 스쳐 지나가고
길가에 이리저리 흩어졌던 물
어느새 살얼음판으로 변해버렸다.

하얀 서리 내려앉은 들판사이로
파랗게 새순 돋으며 자라나는 보리가 탐스러워
삭막한 겨울을 그나마 가려주는 듯 하다.

일찍 나선 아침 출근 길,
온 세상이 꽁꽁 얼어붙어 버렸고,
기온 차로 인해 입김 호호 불면
이리저리 흩어지며 날아가는 수증기
하얀 그리움 담은 겨울로 달려가고 있었다.
빨간 코를 하고 사무실에 들어서니
"내의 안 입었어요?"
"벌써 내의를?"
"저는 오늘 춥다고 해서 입었는데..."
"임신 한 사람이 따뜻하게 입어야지. 감기 걸리면 안되잖아"
하지만 아직은 입고 싶지 않은 나이이고 싶었다.
한번 입기 시작하면 그 따뜻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늦은 봄까지 끼고 살아야 하는 게 내의이기 때문에.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 나라에
요즘은 내의 입기 운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하나 더 입으면 난방 온도를 낮추어도 되기 때문이라나?
지금이야 종류도 다양하여 입은 듯 안 입은 듯
얇고 따뜻한 옷감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우리 어릴 적에야 어디 내의조차 있었던가
뻣뻣한 바지 두 개 껴입고 얼음판 위에 놀면서
살갗으로 바로 뚫고 들어오는 찬바람 맞으면서도
추운 줄 모르고 얼음지치기놀이에 빠졌었는데
우리 아이들 따뜻한 내의 입고 지내면서도
콜록콜록 기침하고 콧물 흘리는 감기는 달고 사는 것 같다.

큰오빠가 첫 월급 타서 사 주신 빨간 엄마의 내의,
그 정성이 고맙다고 하시며 입지도 않고 장롱 속에 깊숙이 간직해 오시더니
어느 날 무슨 마음인지 한번 입기 시작하시고는 마르고 닳도록 입어 무릎, 팔꿈치가 다 헤어져
색깔 다른 자투리 옷감으로 정성 들여 땀땀이 기워 입은 모습이 아직도 어른거리며 눈앞에 선하게 다가온다.
아마 번듯하게 자라 준 자식에 대한 뿌듯함에서, 또한 아들의 정성과 사랑을 담아 드렸기에, 더 따뜻한 겨울을 보내지 않았을까?

옆에 언니 내의 입었다고 놀려대었더니 "너도 나이 들어 봐라. 하루가 틀릴 거야"하신다.
나도 언젠가 내의를 입지 않고는 안 될 나이가 다가오겠지?
세월이 흘러감을 거부하지 못하듯 그렇게.....

빨간 내의에 대한 그리움이 간절한 계절인가 봅니다.
여러분 내의 입으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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