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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련한 추억속으로

겨울이야기 -작두

by *저녁노을* 2007.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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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야기:하나

<작두 사용하기>


                                                                 -글/저녁노을-


우리의 고향은 꽁꽁 얼어 있었습니다.
우리의 고향은 쓸쓸하기만 하였습니다.
온 들판은 텅 비어 겨울잠을 자고 있었고,
우리를 맞이하는 느티나무조차 가지 끝을 하늘로 향한 채 외롭게 지키고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다행히, 날씨는 봄날 같아 쪽마루 안쪽까지 들어 온 햇살이 집안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고 있었습니다.
외롭게 혼자 살고 있는 시어머님!
오랜만에 보는 손자녀석들을 보고는 반가워 어쩔 줄 몰라 하십니다.
"아이쿠! 우리 강세이 왔누?"
안아 보고, 엉덩이 두드리고, 볼에 뽀뽀를 하고 야단이 아니십니다.
저는 이리저리 청소를 하고 텃밭에서 얼었다 녹았다하며 잘 자란
시금치와 겨울초를 캐와 가지런히 가리고 시골집에서 기른 닭이 금방 낳은 계란으로 프라이 해 놓고,
어머님과 점심 준비를 하고 있으니 아들녀석과 남편은 톱과 낫을 들고 나가 뒷산에 있는
오가피나무를 베어 들어와서는,
"엄마! 작두 있어요?"
"작두는 왜?"
"오가피나무 베어 왔어요. 물 끓이는데 넣어 약처럼 먹으려고."
"창고에 있어"
남편은 다 낡아 녹이 낀 작두를 들고 나와
"당신, 작두 좀 잡아 줘!"
"아빠, 내가 하면 안될까?"
위험한 생각이 들어 "안 돼! 위험한 거야"

나의 초등학교 시절, 공부는 항상 반에서 일등이었던 짝꿍이 엄마와 작두질을 하다가 손가락 두 개가 잘려나가
한쪽 손을 늘 뒤로 감추고 다녔기 때문입니다. 요즘에야 금방 잘라진 것 가지고 봉합수술을 하면 다시 제것처럼 된다고 하지만, 우리가 자랐던 60년대는 어디 생각이나 했던 일이었겠습니까?
된장 발라 피만 멎게 했으면 그 당시는 최고의 응급처리였을 것입니다.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아가는지 소식조차 모르지만, 소심하게 앉아서 책만 보던 그 친구가 생각 나
아들녀석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고 쳐다보기만 하라고 했습니다. 너무 하고 싶어하는 아들녀석을 뒤로하고 남편과 저는 손을 맞춰, 박자에 맞춰 작두질을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단단한 오가피나무는 생각보다 자르기가 힘들었습니다.

옛날 어릴 적, 제가 자랄 때 겨울에는 짚단을 묶어 두었다 작두에 잘게 썰어 소가 먹기 좋게 만들어 가마솥에 푹 삶아 쌀을 찧고 난 뒤 남는 쌀겨와 함께 소죽을 끓어 주었습니다.
왼쪽 발은 디딤돌 위에 고정하고 오른발을 작두 위에 올려놓고 힘차게 들어 올렸다 내려 밟으면 싹둑싹둑 잘려 나갔던 기억 생생합니다. 칼날이 낡아 잘 썰어지진 않았지만, 그 아련한 추억을 되살릴 수 있어 너무 좋았습니다.
"어머님! 어떻게 이걸 안 버리고 있었어요?"
"어! 그거? 약재나무 자를 때 좋아서 사용하고 있지"
"네. 아직 한약방에 가면 남아 있겠다 그죠?"
"너희 시아버지가 계시면 잘 들게 칼날 세워 줄텐데..."
"그르게요"
점점 사라져 가는 게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그 때에는 그래도 유용하게 사용하였던 기구였을 텐데 말입니다.
세월 속으로 녹아 없어지는 것 중에 하나가 될 그 같은 기분이었지만, 낡은 필름을 돌리 듯 또 추억 속에 흠뻑 젖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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