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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한여름밤의 추억과 가슴 먹먹하게 그리운 엄마

by 홈쿡쌤 2011.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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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밤의 추억과 가슴 먹먹하게 그리운 엄마



지난 주말에 지루한 장마가 계속되고 있어 산행도 못하고 잠시 비가 멈춘 틈을 타 집 가까이 있는 금호 연못을 산책하고 왔습니다.
보리밥을 사 먹고 천천히 걸으며 자연과 함께 하였습니다.
"우와! 정말 좋다!"
푸르게 땅 냄새 맡고 자라고 있는 벼
밭에서도 꽃피우고 몽글몽글 열매 맺는 걸 보니
고향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여보! 저기 좀 봐! 도라지꽃이야."
"정말 곱네."
"난 보랏빛이 더 예쁘게 보여!'



못생겼다는 호박꽃도 피어나기 시작합니다.
결코 못생기지 않은 호박입니다.




"여보! 이건 뭐야? 꼭 엉컹퀴같아!"
"아니야. 우엉이야."
"우엉?"
"응."
"당신은 어떻게 알아?"
"친정 집 앞 텃밭에서 엄마가 심어 밥 위에 우엉잎 쪄서 주곤 했었지."
"제법 나보다 많이 아는 것 같아."
"시골에서 자란 탓이지 뭐."
"난 시골에서 안 자랐나?"
"하긴, 그러네."




 
친정 텃밭에 가지가 달리면 몰래 나가 하나 따서 먹고 집으로 들어오면 엄마는

"가수나! 니 가지 따 먹었제?"
"아니. 몰라."
"입술이 보랏빛인데 거짓말 하지마."
먹거리 변변찮은데 반찬 할 것을 따 먹어 버렸으니 등짝을 때릴 만도 합니다.





텃밭에서 자라는 풋고추 몇 개 따서 된장에 꾹 찍어 먹으면 그 맛 일품이었습니다.
별 반찬 없어도 밥 한 그릇 뚝딱 먹어치웠던 기억 생생합니다.


 



 



파릇파릇 짙은 녹색을 띠며 벼가 자라고 있습니다.
가을이면 누렇게 익어 황금 들판을 만들어 줄 것 입니다.




머리가 하얀 할머니 한 분이 밭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어머님! 더운데 허리 좀 펴고 하세요."
잔잔한 미소를 보니 꼭 돌아가신 친정엄마의 모습이었습니다.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팔십이 넘었다 아니가."
"네. 그렇군요."
"새댁은 어데 사노?"
"시내 살고 있습니다. 할머니는 혼자 사세요?"
"응 혼자 살지."
"부부가 나란히 나오니 보기 좋네. 우리 아들 며느리도 그러면 좋겠네."
부모의 마음은 다 그런가 봅니다.
자식들이 늘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으니 말입니다.
아들네로 오라고 하지만 건강이 허락하는 한 스스로 해결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우리 어머님이 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처럼...





▶ 가지, 부추, 상추, 고구마 줄기, 방아잎, 옥수수 등 텃밭에서 수확한 먹거리가 하나 가득이었습니다.

자식이라도 찾아오면 봉지봉지 싸서 보낼 것입니다.
주는 재미로 살아가신다는 어머님이시니 말입니다.




 

배가 고프셨는지 칼로 가지를 깎아 드십니다.
"자! 하나 먹어 봐!"
"네. 고맙습니다."
추억의 맛을 느껴보았습니다.
어릴 때 먹었던 그 꿀맛은 아니었지만 마음은 즐겁기만 하였습니다.



▶ 감
토실토실 잘 익어가는 감입니다.
여러분은 떨어진 풋감 주우려 다닌 적 없으십니까?
남의 감나무 밑에 줍다가 주인한테 혼난 적도 있었지요.
꽃이 피어나면 감꽃으로 목걸이도 만들었던 추억도 그립기만 했습니다.



▶ 대추
아마 제일 늦게 꽃이 피고 열매 맺히는 것 같습니다.



▶ 옥수수
벌써 자라 따 먹을 시기가 되었습니다.
가마솥 밥 위에 쪄서 한 여름 평상 위에 누워 밤하늘을 바라보며 하모니카를 불었었지요.
엄마손에 들린 커다란 부채는 더위를 식혀주었고,
모락모락 피어나는 풀을 내우는 모기를 쫓는 연기는 눈을 따갑게 하여도
마냥 즐겁기만 한 여름밤이었습니다.

요즘에는 어느 집이나 다 가지고 있는 에어컨으로 더위 모르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어릴 때에는 어땠을까요?
낮에 아버지는 낫으로 풀을 망태에다 가득 베어서 집으로 돌아오면서 막내라고 지개에 태워주던 아련한 추억이 새롭습니다. 

한여름밤이면 마당 가운데 평상 퍼 놓고 매캐한 모깃불 피웠습니다.
엄마와 함께 풀 먹인 모시옷, 빨래 잡아 당겨주며 다리미질을 하기도 하고,
옥수수를 삶아 하모니카를 불기도 하였고,
우물에 담가 두었던 수박으로 입을 즐겁게 하기도 하였습니다.
마당가운데  홑이불을 덮고 언니와 나란히 누워서 하늘을 보면
뿌연 은하수가 여름밤을 장식하고 별똥별을 보면서 꿈을 키우곤 했었지....




▶ 오이도 꽃을 피웠습니다.
     시원한 오이 냉국 한 그릇이면 더위를 싹 가시게 해 주었습니다.



▶ 깨꽃



▶ 콩
밀가루 만죽해서 이런 콩 하나와 사카린 넣어 쪄 먹으면 그만한 간식은 없었습니다.



▶ 석류


▶ 장록


▶ 자귀나무




한 바퀴 돌아 걸어오니 연못가에 평상을 펴고 앉아 옥수수를 파는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우리는 그냥 지나치지 못합니다.
"새댁! 옥수수 하나 사가!"
"이거 어떻게 팝니까?"
"2묶음에 5천 원, 한 묶음에 3천 원. 찰옥수수야 맛나!"
옥수수를 좋아하는 딸아이가 생각나 2묶음을 샀습니다.
"아이쿠! 부부가 많이 닮았네."

이런 어릴 적 한여름밤의 기억은 추억이라는 낡은 창고에 깊이 잠들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따금 모깃불 피워 놓고 어머니의 무릎 베고 이야기를 듣던 그 시절이 문득문득 생각나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별것도 아닌 밀가루 범벅과 옥수수, 찐 감자가 그리운 이유는 또 뭘까?

아마도 배고프고 궁핍한 삶이었지만, 그 시절이 더 그리워지는 건 서로 나눌 줄 아는 사람사는 냄새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고향과 어머니....

특히 나이들수록 새록새록 생각나는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었습니다.
하늘나라에 계신 엄마가 유난히 보고싶은 하루였습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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