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님의 사랑 듬뿍 든 '5천원의 세뱃돈'
지리산이 가까이 있어 꽁꽁 얼어붙은 바깥 기온과는 달리 온 가족이 함께 하는 자리라 그런지 따스한 온기만 가득합니다. 오랜만에 형제들끼리 한 이불속에 발을 넣고 추억 속으로 여행을 하곤 합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늦은 새벽녘에야 잠이 들면서도 명절 아침이면 일찍 일어나 부산하게 차례준비를 합니다.
아이들 한복 곱게 차려 입히고, 떡국을 먼저 한 그릇 끓여 놓고, 가족들이 하나 둘 짝을 지어 시어머님께 차례대로 절을 올립니다.
"어머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너희들도 새해 복 많이 받거라."
"네"
손자, 손녀들이 조르르 달려가 할머니에게 세뱃돈을 받습니다. 그런 행복한 모습들을 보며 부엌으로 나가 차례상 준비에 바쁜 손놀림을 하고 있는데 어머님이 며느리들을 불러들이십니다.
“어머님, 왜요?”
"자 이거 세뱃돈"
"우리에게도 주는 거예요?"
"그럼 자 받아."
언제 준비를 하셨는지 5천 원짜리 빳빳한 새 돈을 며느리들에게 나누어 주십니다.
"감사합니다. 어머님!"
“고맙습니다. 어머님!”
"어디 많이 줘야 되나? 내 마음이지.."
"그럼요. 50만원 받은 기분입니다"
"그래. 고맙구나."
늘 정답게 다가서려고 하시는 시어머님이십니다. 늘 고운 마음 보여주시는 시어머님이십니다. 팔순을 넘기신 연세라 그런지, 고생을 많이 하시고 사셔서 그런지, 머리에 내려앉은 하얀 백발에, 얼굴 곳곳에 검버섯이 피어 있고, 잔주름이 가득한 모습을 뵈니 마음 아파 옵니다. 늘 잘해 드려야지 하면서도 내 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아픈 곳, 가려운 곳을 알아주지 못한 것 같아서...
이번 설에는 위에 형님 두 집이 빠질 것 입니다. 큰 형님의 아픈 몸, 둘째 형님의 정년퇴직과 더욱 먼 곳으로 이사를 한 것, 어머님에겐 걱정거리를 안고 잠 못 이루실 날이 더 많으실 것입니다. 당신의 몸보다 자식을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 이제 헤아릴 정도는 되었으니....
정말 사람 목숨 알 수 없는 일인 줄 알면서 효도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게 우리의 삶인 것 같습니다. 자식 위하는 부모의 마음 백 분의 일이라도 닮아간다면 아마 효자 아닌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오지 못한 며느리의 전화를 받으며 '그래. 오지 못하는 너희들 마음 더 하겠지?' 하실 것입니다.
모두 고향을 찾아 힘들고 괴로운 귀향길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가는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나를 반겨 줄 부모!~그리고 어릴 때의 정다운 친구들, 또한 언제나 따뜻하게 맞아주는 고향 때문이겠지요. 찾아 갈 고향이 있고 부모님 살아 계신다면 더 없는 행복이라 여기며 살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은 작은 설날, 아침부터 어머님은 까치발을 해 가며 자식들을 기다릴 것입니다. 언제나 도착하나 하구요. 엄마 품속 같은 고향에서 정겨움 나누고 오시실 바래 봅니다.
올해도 마음 따뜻한 시어머님이 전해주시는 5천원 속에 든 사랑, 듬뿍 느끼고 오겠습니다. 바로 이런게 가족 아니겠습니까.
편안한 고향 길 잘 다녀오시고 행복한 설 되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고요한 산사의 풍경소리]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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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댓글입니다
답글
감사합니다
지기님두 명절 잘 보내세요.^^
얼마나 좋으실꼬..
저는 시부모님, 친정부모님 돌아 가셔서
세배돈 받을 부모님이 계시지 않으니..
행복한 설 명절 되세요.
답글
ㅎㅎ
오직 한 분 남으신 분입니다.
감사하며 살아요.
행복한 명절 되세요.
정겨움이 묻어납니다.
그저 미소가 입가에 번져납니다.ㅎㅎ
답글
감솨^^
정말 보기만 해도 기분좋아지는 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답글
감사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액수가 문제가 아니라 정말 마음이 훈훈해 지네요.
이래서 가족이 좋은건가 봅니다.
따뜻하고 정겨운 명절 되세요`~
답글
명절 잘 보내셨죠?
그렇죠...액수가 문제가 아니고 그마음이 더 소중함을 느낍니다.
저는 지금 설날 아침에도 일하느라고 가족들과 함께 하지 못하고,,,
이렇게 컴 앞에 앉아 잇네요.
노모님의 깊은주름 만큼 인고의 세월을 조금이라도 알아주는 자식이 잇는것
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실것 같습니다.
자식에게 더많은걸 바라는 부모님도 이세상에는 존재 하므로.....
답글
양가 부모님 중 한 분밖에 살아계시지 않습니다.
이긍.......ㅠ,ㅠ
님의 글을 읽으며 친정 큰올케 언니를 생각이 간절합니다
6남 1녀의 맏며느리로 저희 집으로 오신 올케언니는
아들 셋을 두셨고 집안일이며 모든일에 적극적인 우리나라 전통의
맏 며느리였습니다
저는 막내다 보니 올케 언니가 엄마 같은 존재였답니다
늙은 시골 어머니 대신 저는 올케언니의 시누이이자
딸이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결혼하고 올케언니는 위암으로 수술을 받고 1년 반 만에 돌아가셨는데
돌아가시기전 늘 명절이면 밑에 5명의 동서들과 시누이인 저에게까지
오빠를 통하여 당시 세뱃돈을 주시었든 것입니다.
7남매의 맏며느리로
시 부모님과 5명의 시동생내외들 한명의 시누이 내외
그리고 그에 따른 조카들 까지 한 사람 불평없이
화기 애애 할수 있었든 큰 올케 언니의 큰 역활이
돌아가신지도 20여년이 지났는데
오늘 따라 유난히 생각납니다
글 잘 읽고 갑니다
답글
우리나라의 맏이는 하늘이 내리신 운명인 듯...
봄날은 로또 사서 한장씩 돌린다고 하고는
그냥 가져 왔네요ㅋ
차가 많이 막혀 가자마자 한숨자고
아쉽지만 부랴부랴 올라왔네요
행복만 가득한 설날 되셔요
봄날
답글
로또도 기분좋던걸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