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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시어머님의 사랑 듬뿍 든 '5천원의 세뱃돈'

by 홈쿡쌤 2008.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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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의 사랑 듬뿍 든 '5천원의 세뱃돈'                                              


  지리산이 가까이 있어 꽁꽁 얼어붙은 바깥 기온과는 달리 온 가족이 함께 하는 자리라 그런지 따스한 온기만 가득합니다. 오랜만에 형제들끼리 한 이불속에 발을 넣고 추억 속으로 여행을 하곤 합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늦은 새벽녘에야 잠이 들면서도 명절 아침이면 일찍 일어나 부산하게 차례준비를 합니다.

 아이들 한복 곱게 차려 입히고, 떡국을 먼저 한 그릇 끓여 놓고, 가족들이 하나 둘 짝을 지어 시어머님께 차례대로 절을 올립니다.
"어머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너희들도 새해 복 많이 받거라."
"네"
손자, 손녀들이 조르르 달려가 할머니에게 세뱃돈을 받습니다. 그런 행복한 모습들을 보며 부엌으로 나가 차례상 준비에 바쁜 손놀림을 하고 있는데 어머님이 며느리들을 불러들이십니다.

“어머님, 왜요?”
"자 이거 세뱃돈"
"우리에게도 주는 거예요?"
"그럼 자 받아."
언제 준비를 하셨는지 5천 원짜리 빳빳한 새 돈을 며느리들에게 나누어 주십니다.

"감사합니다. 어머님!"
“고맙습니다. 어머님!”
"어디 많이 줘야 되나? 내 마음이지.."
"그럼요. 50만원 받은 기분입니다"
"그래. 고맙구나."

늘 정답게 다가서려고 하시는 시어머님이십니다. 늘 고운 마음 보여주시는 시어머님이십니다. 팔순을 넘기신 연세라 그런지, 고생을 많이 하시고 사셔서 그런지, 머리에 내려앉은 하얀 백발에, 얼굴 곳곳에 검버섯이 피어 있고, 잔주름이 가득한 모습을 뵈니 마음 아파 옵니다. 늘 잘해 드려야지 하면서도 내 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아픈 곳, 가려운 곳을 알아주지 못한 것 같아서...


이번 설에는 위에 형님 두 집이 빠질 것 입니다. 큰 형님의 아픈 몸, 둘째 형님의 정년퇴직과 더욱 먼 곳으로 이사를 한 것, 어머님에겐 걱정거리를 안고 잠 못 이루실 날이 더 많으실 것입니다. 당신의 몸보다 자식을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 이제 헤아릴 정도는 되었으니....

 정말 사람 목숨 알 수 없는 일인 줄 알면서 효도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게 우리의 삶인 것 같습니다. 자식 위하는 부모의 마음 백 분의 일이라도 닮아간다면 아마 효자 아닌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오지 못한 며느리의 전화를 받으며 '그래. 오지 못하는 너희들 마음 더 하겠지?' 하실 것입니다.

  모두 고향을 찾아 힘들고 괴로운 귀향길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가는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나를 반겨 줄 부모!~그리고 어릴 때의 정다운 친구들, 또한 언제나 따뜻하게 맞아주는 고향 때문이겠지요. 찾아 갈 고향이 있고 부모님 살아 계신다면 더 없는 행복이라 여기며 살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은 작은 설날, 아침부터 어머님은 까치발을 해 가며 자식들을 기다릴 것입니다. 언제나 도착하나 하구요. 엄마 품속 같은 고향에서 정겨움 나누고 오시실 바래 봅니다.


  올해도 마음 따뜻한 시어머님이 전해주시는 5천원 속에 든 사랑, 듬뿍 느끼고 오겠습니다. 바로 이런게 가족 아니겠습니까.


편안한 고향 길  잘 다녀오시고 행복한 설 되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고요한 산사의 풍경소리]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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