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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이야기(2)
처마 끝에 달린 무 시래기
-글:저녁노을-
우리 나라의 인구 70%가 시골을 고향을 두고 아련한 그리움에 젖어 살아간다고 합니다.
요즘의 고향에는 전통 한옥 집이 점점 사라지고 추위에 떨지 않을까? 노심초사 아들의 걱정 때문일까?
개천에서 용 났다는 출세하여 돈 잘 버는 객지에 사는 아들 이층 양옥집 건사하게 지어주니 말입니다.
이 겨울 추위에 덜덜 떨어가며 엉덩이 내고 볼일 봐야 하고, 어두운 밤이면 무서워 오빠 언니 졸라 지키게 했던
화장실에 대한 기억도 사라지고, 밖에 있던 수도꼭지 꽁꽁 얼어 버려 따뜻한 물 끓여 붓고,
한참을 기다려야, 햇살이 퍼진 후에야 나왔던 지하수.
아궁이 깊숙이 군불 지펴 놓으면 새벽녘까지 따뜻한 온돌 방,
이젠 기름 보일러로 바뀌어 스위치 하나면 온 종일 따뜻하게 보낼 수 있게 되어 버렸으니,
창호지 한 장 발라 놓은 방문 하나만 열면 바깥 기온이었던 한옥은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우리 시댁은 부엌만 입식으로 고치고, 방에는 보일러 넣고 일부 개조하여 아직은 그나마 시골 멋을 풍기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처마 밑에는 항상 옥수수 씨가 내년을 위해 걸려있고, 짚으로 엮은 마늘이 자식들을 위해 주렁주렁 여름 내내 농사지은 양파도 달랑달랑, 가마솥에 푹 삶아 적당한 크기로 만들어 달아 놓은 메주,
또아리 꼬듯 엮어 찬바람에 흔들리는 무 시래기 겨울 햇살에 익어가고, 잘 말라가고 있었습니다.
그 중 제일 욕심 나는 건 무 시래기로 온 가족이 좋아하는 된장국을 만들어 먹기 위해 팔팔 끓는 무쇠 솥에 푹 삶아 가고 싶었습니다. 길다랗게 서 있는 굴뚝에서는 아들과 제가 지피는 불로 연기가 모락모락 하늘로 향해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잘 마른 솔잎을 불 쏘시게 삼아서 마른 가지 꺾어 넣으면 활활 잘도 타 들어갔습니다.
가을걷이 때 콩 다 털어 낸 대를 아들이 가지고 와 아궁이 속에 넣으니 톡톡 콩깍지 튀는 소리가
요란해 지자 놀란 토끼 눈을 하더니 아들녀석 도망을 칩니다.
또, 타고 있는 나무 가지를 들고 이리저리 다니더니 시멘트벽에다 '누나 바보'라고 숯으로 낙서를 하기도 합니다.
그저 하는 모습을 보며 말리지 않고 웃기만 했습니다.
우리 어릴 때, 골목길 넓적한 돌멩이 위해
'누구는 누구를 좋아한다'고 낙서 안 해 본 사람 어디 있겠습니까?
"아들! 오늘 저녁에 이불에 오줌싸겠다"
"왜요?"
"이렇게 불장난 하니..."
"불장난하면 오줌싸요?"
"어. 옛날 어른들이 그러셨어.."
"안 싸면 되지!"
"참나..."
매캐한 냄새와 검은 그을음, 나무 타는 재들이 날아다니지만
폭폭 삶아지고 있는 무 시래기의 그 특유의 냄새가
코를 자극하고 있어 묘한 기분으로 빠져들게 하였습니다.
아마 고향의 냄새이겠죠?
무 시래기 삶는 냄새......
또한 저녁에는 맛있는 된장국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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