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이의 작은일상2011. 11. 15. 06:00

종교는 달라도 조상 위하는 마음은 최고!



휴일 아침, 아이 둘 도시락 2개씩 싸 주고 아침까지 챙겨 먹이고 혼자서 바쁜 걸음을 치고 나니 나른함이 밀려왔습니다.
"아휴! 힘들다."
"고생했어. 당신, 시골 안 갈래?"
"시골엔 왜요?"
"오늘 시제 지나잖아."
"그래? 그럼 따라갈게. 집에 있으면 잠잘 것 같아서."
따뜻한 햇살과 바름을 가르며 남편과 함께 시골로 향하였습니다.

시골에는 텅 빈 집이 많고 나이 많으신 할머니 할아버지뿐입니다.
해마다 묘제를 지내곤 했는데 몇 해 전부터 제실을 지어 제를 지내고 있습니다.

집안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습니다.
부엌에는 종부인 며느리 두 분이 일을 하고 있어 함께 도와드렸습니다.
상차림은 아주 간단하게 했지만, 신경 쓸 일이 한둘이 아니니 말입니다.







▶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합니다.



▶ 까마중
어릴 때 참 많이 따 먹곤 했습니다.



▶ 도둑놈(표준어는 잘 모르겠음)



▶ 씀바퀴




▶ 개망초



▶ 강아지풀




▶ 꽂감 말리는 모습입니다.




▶ 상차림을 하고 시제를 준비합니다.





 이런 모습들을 보니 어릴 때가 생각났습니다.
먹거리 없어 평소 먹을 수 없었던 떡 한 조각 얻어먹기 위해 십리 길을 걸어 산소까지 따라다니곤 했습니다. 제를 지내고 어린아이들에게 먼저 나눠주는 그 떡 한 조각이 어떻게나 맛있던지...
요즘에야 지천으로 늘린 게 먹거리였지만, 우리가 자란 60년대에는 가난의 연속이었으니...
참 까마득한 이야기입니다. 떡도 잘 먹지 않는 요즘 아이들을 생각하면 말입니다.



▶ 정성을 기울여 절을 올립니다.


▶ 절을 올리지 않고 서 있는 분이 있습니다.




그런데, 유독 내 눈에 들어온 한 분이 계셨습니다.
다들 조상에게 엎드려 예를 올리는데 한 분은 서 계셨으니 말입니다.

상차림은 간단해졌지만 50여 명의 점심을 차려내고 뒷설거지가 문제였습니다.
부엌에 서서 그 많은 그릇을 빠르게 씻어내었습니다.
다리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몸이 천근만근이 되어버렸습니다.
남편은 산소까지 따라가 묘제를 지내러 가고 나서 혼자 차 안에서 잠이 들어버렸습니다.

산에서 내려온 남편이 깨웠습니다.
"많이 피곤하나 보네."
"아니야."
"아! 아까 보니 다들 절을 하던데 혼자 묵념하시는 분 있잖아!"
"응. 교회 나가는 동생이야."
"그랬구나."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골 어른들의 눈이 곱게만 보일 리 없는데도 참석하여 예를 올리고 있으니 말입니다.
"참 대단한 분 같아. 조상을 생각하는 마음이."
"해마다 안 빠지고 참석해."

집안에 종교가 달라 다툼이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친정만 해도 오랫동안 절에 나가시던 엄마가 마음을 돌려 교회에 나가시며
"한 집에 두 종교는 안 돼! 나 하나 바꾸면 온 집안이 편안할 텐데"하셨습니다.
모두 자식 잘 되라고 하는 일인데 하시며 단호한 결정을 내리신 엄마입니다.
종교 때문에 제사를 지내니 못 지내느니 하며 형제간의 다툼도 많이 보아왔습니다.
 
'조상 섬겨서 안 좋은 일은 절대 없어'
'조상한테 잘 하면 자식이 잘돼!'
우리가 늘 하는 말입니다.

묵념을 올리는 분의 마음을 헤아려보니 나 또한 흐뭇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어르신들이 있기에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몸은 피곤했지만, 마음은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여러분의 추천이 글쓴이에겐 큰 힘이 됩니다.
글이 마음에 들면 추천 한방! 블로그가 마음에 들면 정기구독+ 해주세요
Posted by *저녁노을*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이전 댓글 더보기
  2. 제 사촌동생은 교회다닌다고 할아버지 제사때도 절을 안하던데 ㅎㅎㅎ
    교회가 뭔지 .....
    저녁노을이 말씀하시는 분은 그래도 예의 표현은 다르지만 그래도 마음은
    남들과 같다는거 알수 있겠네요 ..

    2011.11.15 09:28 [ ADDR : EDIT/ DEL : REPLY ]
  3. 종교가 다르면 정말힘들텐데..
    그래도 항상 참석을 하신다니 대단하신것 같습니다.

    2011.11.15 09:4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4. 우와~ 요즘 이렇게 제사 지내는건 처음 봅니다. 항상 말로만 듣던 노을님의 제사 모습이네요 ^^

    2011.11.15 09:4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5. 저희집도 제사지낼 때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아버지와 제가 기도를 하죠^^ 그런데 저희집은
    저정도의 규모가 아닌데.... 저분 정말 대단하시네요

    즐거운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2011.11.15 09:4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6. 얼마전 시제였는데...참석 못해서 조상님들꼐 죄송스럽습니다 ㅠㅠ

    2011.11.15 09:46 [ ADDR : EDIT/ DEL : REPLY ]
  7. 글읽다가 도둑놈 이라고 해서 깜놀했쟎아요~
    우리들은 도깨비방망이라고 했는데~ㅎㅎㅎ

    2011.11.15 09:50 [ ADDR : EDIT/ DEL : REPLY ]
  8. 비밀댓글입니다

    2011.11.15 09:52 [ ADDR : EDIT/ DEL : REPLY ]
  9. 종교문제가 집안싸움이 되던데 그래도 이해하는 분위기셔서 다행인듯 합니다.
    우리가족들도 한동안 명절때만 되면 종교때문에 가족들끼리"제사 지내야 한다", "안된다"
    옥신각신 햇던 적인 있는데....

    2011.11.15 10:1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0. 비밀댓글입니다

    2011.11.15 10:17 [ ADDR : EDIT/ DEL : REPLY ]
  11. 잘보고갑니다. 멋진 하루되세요^^

    2011.11.15 10:4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2. 음,정말 조상을 형식보다는 그 마음이 더욱 중요한 것이겠지요~!

    2011.11.15 11:2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3. 저번주에 저도 할아버님 제사가 있어서 시골갔다왔습니다..
    자주 종종 가서 인사드려야 하는데 연중행사때만 조상님들께...인사를드리네요..

    2011.11.15 11:4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4. 저역시 종교가 어떻든.. 조상을 섬기는 마음만 올바르게 가진다면 문제될게 없다고 생각되네요.
    오늘도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2011.11.15 11:4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5. 시제 지내는 모습 오래간만에 보네요.
    마음이 중요한 것이겠지요.
    잘 보고 갑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2011.11.15 11:54 [ ADDR : EDIT/ DEL : REPLY ]
  16. ㅎㅎ 잘보고 갑니당

    2011.11.15 12:0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7. 신록둥이

    맞습니다....마음이 중요한 것이지 겉으로 보이는 형식이 뭐 그리 중요하겠어요~
    부처님이든 하느님이든 조상님이든....자신들이 믿고 섬기는 마음이 우선이라고 봅니다.
    노을님 휴일에 애 많이 쓰셨네요....남자들은 여자들이 해논 제음식에 형식만 갖추는 것이니
    잡안이 잘되면 다 여자들 덕인줄을 알아야해요....ㅎㅎ

    2011.11.15 12:20 [ ADDR : EDIT/ DEL : REPLY ]
  18. 조상님을 모시는것이 미신이라는 사람들도 있던데, 조상을 기리는 것은 그 분들에 대한 존경을 담아 기억하고자 함인데 왜 그런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2011.11.15 13:0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9. 전통과 종교를 구분하지 못하는 시대가 돼서 그런거 같아요.
    꼭 제사를 지내고 절을 하는게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전통을 지키고 조상님께 예를 올리는게 저의 입장에서는 더 좋은 모습으로 비춰집니다.

    2011.11.15 17:0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0. 그렇죠.... 그래도 시제를 다녀오시는 분은 처음 뵈었네요..
    교회 다니는 제 아는 어른분들은 교회 다니시고는 시제는 안가시는 분들이 많았거든요...

    2011.11.16 11:0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1. a

    종교가 무엇이든, 우리 조상님을 향한 마음은 변치 않지요. 무엇보다도 마음가짐이 중요할텐데, 글쓴이님은 정말 대단하신 분인 것 같아요^^

    2011.11.20 14:27 [ ADDR : EDIT/ DEL : REPLY ]


"); wcs_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