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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이웃이 전해준 단감을 맛보고 빵 터진 아들의 한마디

by 홈쿡쌤 2011. 1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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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이 전해준 단감을 맛보고 빵 터진 아들의 한마디




연일 계속되는 이상 기온으로 따뜻하더니 이젠 제법 쌀쌀한 초겨울 맛이 납니다.
따뜻한 차 한잔의 여유 부려 보고 싶어지는 날이었습니다.

여러분은 이웃과 얼마나 소통하고 지내십니까?
사각의 링 속, 아파트에 현관문 열고 들어서고 꽝 닫아버리면 감히 침범할 수 없는 나만의 공간이 됩니다
내 이웃에 누가 사는지도 어떤 이가 사는지도 모른 채 살아가고 있으니 말입니다.
옛날에는 집집 마다 돌아가며 반상회도 있었는데 그마저 없으니 더욱 단절된 생활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쩌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눈인사만 하게 되면 끝입니다.
더 이상 할 말이 없으니 말입니다.
얼마 전, 바로 아래층 교감 선생님이 이사를 가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퇴근길에 함께 탄 아주머니께서 10층을 누르시는 게 아닌가.
"안녕하세요? 10층 이사 오신 분인가 봅니다."
"네."
"이사 오니 한 달이 넘었는걸요."
"그래요? 몰랐어요."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제 아이들이 다 자라 쿵쿵거릴 일이 없지만, 그래도 옛날에 지은 집이라 방음처리도 제대로 되지 않아 마늘 찧는 소리, 깨소금 빻는 소리 등 시끄러울 것입니다.

며칠 전, 싱싱한 가오리 한 마리를 사 와서 가을무와 배 미나리를 넣고 초무침을 했습니다.
만들다 보니 양이 너무 많아 경비실, 앞집, 아랫집 등 한 접시씩 졸렸습니다.
"딩동!"
"누구세요?"
"위층입니다."
"이거. 가오리 초무침인데 좀 드셔 보세요."
"아이쿠! 우리 딸이 와 있는데 나눠 먹음 되겠네. 맛있겠다. 고마워요."


그렇게 며칠을 보냈습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말입니다.
퇴근하고  아무도 없는 텅 빈 집을 들어서니 조용하기만 합니다.

싱크대를 보니 누군가 라면을 끓여 먹은 흔적과 빈그릇들이 보입니다.
'누가 왔다 갔나?'
아마 엎어지면 코 닿을 학교에 다니는 딸아이 짓일 것입니다.
친구들과 우르르 몰려와 먹고 갔나 봅니다.






▶ 아래층 아주머니가 전해주고 간 검은 봉지 속 단감입니다.



설거지를 끝내고 나니 갑자기 초인종 소리가 나 달려나갔습니다.
"누구세요?"
"아래층입니다."
얼른 문을 열어 드렸습니다.
"이거, 시골에서 농약 하나 안 치고 농사지은 것입니다."
"......................"
"작지만 맛이나 보라고 가져왔어요."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 작지만 달콤한 단감



이웃이 전해 준 단감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엄마! 어디서 난 거야?"
"응. 아래층 아주머니가 보낸 거야."
"왜?"
"먹을 것 좀 갖다 드렸더니 단감을 들고오셨어."
"아! 그랬구나. 와! 그래서 더 달콤하니 맛있네."
아들의 말에 우린 빵 터지고 말았습니다.
이웃과 나누는 따뜻한 정을 알아차린 고1인 아들 녀석입니다.

'멀리 있는 형제보다 가까운 이웃 사촌' 
잊혀져 가는 속담인 줄 알았습니다.
이렇게 마음만 열면 따뜻한 이웃으로 느낄 수 있는데 말입니다.

비가 오면 부침개 부쳐 이웃과도 나눠 먹곤 했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참 많이 게을러졌나 봅니다.

무척이나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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