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이의 작은일상2011. 11. 29. 06:26

시누이와 통화하면서 엉엉 울어버린 사연















시어머님은 85세로 몸이 편찮으십니다. 휴일 아침부터 부산하게 움직였습니다. 치매로 요양원에서 생활하시다 집에 가고 싶다고 해 오랜만에 다니러 오셨습니다. 새벽같이 어머님의 대변 기저귀를 갈아치우고 남편에게 도움을 청하였습니다.

“여보! 어머님 목욕탕으로 데리고 가자 얼른!”
“으음~ 알았어.”
눈도 뜨지 않고 부스스 일어나 어머님을 안고 욕실로 갑니다.
따뜻한 물로 목욕을 시키고 밖으로 모시고 나와 아침을 준비합니다.

마라톤대회 자원봉사자로 나가야 되는 남편을 위해 먼저 상치림을 했습니다.
잠시 후, 남편이 봉투 2개를 내밉니다.
“여보! 이거 백만 원씩 든 건데 하나는 당신하고 하나는 제수씨 드려!”
“뭔 돈인데?”
“월급이지
“................”
가만히 쳐다만 보았습니다.
사실, 말 못할 사정으로 남편의 월급을 내 손으로 받아본 지 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첫 월급과 같은 것을 반으로 나눠 가지라고 하니 할 말이 없었습니다.
“제수씨! 매주 마다 엄마한테 찾아가잖아.”
“그럼. 나는 혼자 열심히 뛰어다니는 건 안 보이나?”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이제 내가 쥐꼬리만큼 월급이라도 가져오니 주자는 것이지.”
이해는 백배 되었습니다.

요양원에 계신 어머님에게 빈손으로 갈 수 없는 일이고 무엇이든 사 가지고 가야 하고 시간 내야 하기에 그 마음 이해 못하는 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몇 년 만에 가져오는 월급을 꼭 그렇게 해야 하는지 속이 상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남편은 아침밥을 먹고 밖으로 나가면서
“그럼, 다 주진 않더라도 성의라도 표시해”
“알았어.”
편하지 않은 마음으로 고등학생인 두 녀석 도시락도 싸고, 어머님이 드실 아침상을 차려놓고 
한창 단잠을 자는 아들 녀석을 깨웠습니다.
“아들! 일어나. 할머니 아침밥 드시게 해야지. 식탁으로 모셔와!”
고1인 아들 녀석은 엄마 키를 훌쩍 넘겨 어깨도 턱 벌어져 아빠를 쏙 빼 닮아갑니다. 엄마의 말에 얼른 일어나는 아들입니다.
할머니 앞에 서서는
“엄마! 어떻게 해야 해?”
“앞으로 안아야지.”
어설픈 몸짓이지만 뼈만 앙상한 할머니를 안고 식탁 앞에 앉혔습니다.
“어머님! 따뜻할 때 드세요.”
“오냐. 내가 너희에게 성가시게 한다.”
“할매는! 무슨 그런 말을 해! 얼른 드셔요!”
생각보다 많이 드시는 식사량이었습니다.
생선뼈도 발라 밥 위에 얹어주니 오물오물 천천히 잡수시는 모습만 봐도 흐뭇하였습니다.

 
두 녀석 학교 보내고 설거지를 뚝딱 마치고 형제애 두터운 인천 삼촌이 택배로 보내온 멜론을 깎아 어머니와 후식에 약까지 챙겨 드리고 난 후 살짝 잠이 빠진 모습을 보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남편이 주고 간 두 개의 봉투를 놓고 고민에 빠졌습니다.
서운했지만 맞는 말인 것 같아 기대도 하지 않은 돈 들어왔으니 그대로 다 줄까? 아니면 반 만 줄까? 마음의 갈등에서 헤매다가 할 수 없이 언제나 무슨 일 있으면 의논하는 시누이(남편 바로 위 누나)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자초지종을 듣고 난 형님의 첫마디가
“문디 자슥! 정신이 우찌 되었나 보다.”
“막내 고생하는 건 뒤에 의논하고, 절대 주지 마라.”
“알았제? 주기만 해 봐!”
“나중에 뭐라 하면 내가 혼내 줄 게.”

형님이 하시는 말을 들으면서고 울고, 전화를 끊고는 마냥 엉엉 울고 말았습니다.
그간 쌓이고 쌓였던 서러움 다 풀어내듯 혼자 앉아 눈물을 쏟아냈습니다.


내 편이 되어주는 것 같아서,
내 마음 알아주는 것 같아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릅니다.

그래도 양심에 걸려 그냥 꿀꺽 할 수는 없어 가방 안에 든 상품권 10만 원을 챙겨 동서에게 내밀었습니다.
“형님! 이게 뭡니꺼?”
“늘 고생하잖아. 맛있는 거 사 먹어.”
“아닙니다. 형님 주시는 것으로 어머님께 갈 때 맛있는 것 사 갈게요.”
“그래라. 그럼.”
항상 느끼는 일이지만 정말 착한 동서입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투정 한 번 부리지 않고 어머님을 찾아뵙고 있는 효자 효부인 막내 부부입니다.
“늘 고맙고 미안해.”
“형님도! 부모님께 하는 게 고생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어딨습니꺼!”
고생이라 여기지 않고 당연하다 여기는 동서입니다. 


그렇게 동서네 가족은 어머님을 모시고 다시 요양원으로 떠났습니다.
남편은 행사를 마치고 늦은 시간에 들어왔습니다.
씻고 나오면서 한마디 합니다.
“당신, 제수씨 봉투 줬나?”
“알아서 줬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대꾸했습니다.
“얼마 줬는데?"
 "그건 묻는 게 아니야.”
“그런가? 난 당신을 믿어.”
“..........”
어쩐 일인지 그냥 쉽게 넘기고 맙니다.
'고모가 한 소리 했나?'

남편에겐 많이 서운했지만, 없어서 나누지 못하고, 작은 것도 서로 위해주고 챙겨주며 지내는 따뜻한 형제애는 남다른 것 같습니다.
내가 돈에 욕심을 너무 부렸나? 여태 없이도 잘 살아 왔는데 말입니다.


이런 가족들이 내 가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참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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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저녁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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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frog

    이마음도 저마음도 다 이해가 되는 일이로군요.
    님의 시누님은 꼭 제 큰시누이를 보는 듯...

    2011.11.29 17:41 [ ADDR : EDIT/ DEL : REPLY ]
  3. 노을님께서 지혜롭게 잘 대처하신 듯 합니다...
    남자들은 이런 포스팅 보고.. 배우는게 있어야 해요.. ^^

    2011.11.29 17:4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4. 빠리불어

    좋은 분들이시네여, 다들...
    감동많이 받고 갑니다..

    행복한 하루, 노을님 ^^*

    2011.11.29 17:45 [ ADDR : EDIT/ DEL : REPLY ]
  5. 암튼 부모를 생각하시는 마음이 느껴지네요.
    요즘 쉽지 않은데 서로를 위하는 가족사랑이 가득하군요.

    2011.11.29 18:5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6. 남편에게 서운할때가 많죠 ㅠ ㅠ
    가족의 소중함을 많이 느끼게 해주는 글이네요..
    너무 잘 보고 갑니다.

    2011.11.29 19:1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7. 헉 돈뭉치다 으~~~~~~~~아~~~~~ 저게 다 내도이었으면 ㅎㅎ 잘보고 갑니다.

    2011.11.29 19:3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8. 사랑초

    아내가 알아서 하게 했으면 좋았으련만...
    형제애...
    시누이의 말이 멋집니다.
    맞아요. 누군가 내편이 되어준다는 게 기분 좋은 일이죠.

    훈훈합니다.

    2011.11.29 20:34 [ ADDR : EDIT/ DEL : REPLY ]
  9. 님그람자

    가족애가 남다릅니다.

    2011.11.29 20:35 [ ADDR : EDIT/ DEL : REPLY ]
  10. 강나루

    천사표...들입니다.
    모두...ㅎㅎ

    잘 보고갑니다.

    2011.11.29 20:35 [ ADDR : EDIT/ DEL : REPLY ]
  11. 가족이란,,

    생각을 한 번 해보았습니다.

    따뜻한 글 잘보고 간답니다.

    2011.11.29 20:3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2. 뭐라 댓글에 적을말이 떠오르지 않네요.
    그래서...
    화이팅을 외치고 갑니다. ㅎㅎ
    좋은 하루 되세요. ^^

    2011.11.29 21:2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3. 좋은저녁 되세요 또 왔다갑니다 ㅎㅎ

    2011.11.29 22:1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4. 귀염랑이

    부럽네요..

    2011.11.29 22:16 [ ADDR : EDIT/ DEL : REPLY ]
  15. 돈보다 줄 수 있는 마음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2011.11.29 23:0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6. L

    정말 글 잘 쓰십니다^^ 저야 아직 먼 나라 이야기지만 저희 부모님, 특히 어머님 보면 항상 내면의 갈등이 있는 것 같더라구요. 연로하신 할아버지에 대해 잘하고 싶으면서도 미운, 그러다 또 애틋한...... 이번 일에서도 가족애, 서운함, 돈에대해 넉넉할것 같으면서도 포기할 수 없는..그런 인간이라면 가질 수밖에 없는 복잡한 마음을 너무 잘 그려내신것 같아요..... 읭...쓰다보니 무슨 평가하는것 같네요.. 그냥 저도 읽으면서 그 마음을 엿보게 되어서 좋았답니다

    2011.11.29 23:23 [ ADDR : EDIT/ DEL : REPLY ]
  17. 따뜻함이 있어
    이겨울이 안추울것 같아요~^^
    편한밤 되세요~^^

    2011.11.29 23:28 [ ADDR : EDIT/ DEL : REPLY ]
  18. 노을님 글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는것 같아요^^

    2011.11.30 00:1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9. 가슴이 따듯해지는 가족이야기 잘보고갑니다^^
    오늘도 하루 마무리 잘하시고 좋은꿈 꾸세요^^

    2011.11.30 01:5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0. 같이 번 돈이나 마찬가지인데 상의도 없으셨다니 ㅠ.ㅜ
    서운하셨겠습니다.

    2011.11.30 10:1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1. 이런 글 읽다보면 남자들이 부럽습니다.
    결혼하면 아내가 엄마도 돼 주고 30년간 못한 효도도 평생 대신 해주고 애도 낳아주고 키워주고... 집안 행사며 제사, 명절까지 다 해주니..
    오죽하면 셀프효도라는 말까지 나올까요?
    고려시대로 회귀하고 싶을 정돕니다.
    저는 그 동서분이 가엾기만 합니다.

    2012.01.05 04:10 [ ADDR : EDIT/ DEL : REPL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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