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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남편이 보내온 너무 짧았던 간단문자

by *저녁노을* 2011. 1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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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보내온 너무 짧았던 간단문자



찬바람이 뼛속까지 파고 드는 겨울입니다.
남편은 1주일간 출장 중이라 고등학생인 두 아이를 챙기는 아침 시간은 늘 바쁘게 돌아갑니다.
새벽같이 일어나 아침을 준비합니다.
"일어나! 학교 가야지!"
시간에 쫓기면서도 아침밥 한 공기는 다 비우는 녀석들입니다.
"엄마! 오늘은 나 좀 태워줘"
기말고사 기간인 딸아이가 꼭 봐야 할 책을 독서실에 두고 왔다고 데려달라고 합니다.
"아들! 그럼 넌 자전거 타고 가야겠다."
"싫어, 춥단 말이야."
"누나 바쁘다고 하잖아. 좀 추워도 타고 가!"
"알았어."
"아빠가 있었으면 좋을 텐데."
할 수 없다는 듯 아들은 추위를 뚫고 자전거를 타고 갔습니다.




1. 더 바쁜 아침 시간?

항상 가장 빨리 나서야 하는 아들과 저는 먼저 아침밥을 먹습니다.
학교가 코 앞인 딸아이는 밤늦게까지 공부하고 시간 맞춰 일어나 쫓기듯 챙겨 나가곤 합니다.
머리 감고 드라이할 때 좋아하는 국물에 말아주기도 하고, 김에 싸서 입에 넣어주기도 하는 건 남편이었습니다. 그런데 두 녀석 한꺼번에 챙겨야 하니 남편의 부재가 아쉽기만 했습니다.

또, 먹고 난 밥상을 치우는 것도 남편,
자정을 넘긴 시간에 들어오는 아이를 마중을 가거나 반기는 것도 남편입니다.






2. 빨래 늘어주는 사람?
 
아침밥을 준비하면서 세탁기를 돌립니다.
윙윙 돌아가는 세탁기를 보고
"여보! 세탁기 다 돌아가고 나면 빨래 늘어줘요!"
"알았어."
매일 벗어놓는 아이들 교복 와이셔츠 욕실에 던져놓으면
"여보! 아이들 교복 손빨래!'
"알았어."
남편이 없으니 모두 제가 해야만 했습니다.





3. 혼자 저녁 먹는 쓸쓸함?

두 녀석이 고등학생이다 보니 저녁이 되면 한산합니다.
학교에서 공부하고 자정이 가까워야 돌아오는 녀석들이니 말입니다.
아무도 없는 집에 거실문을 열고 들어섭니다.
차갑기만 한 분위기가 스산하기까지 합니다.
"여보! 나왔어!" 하고 금방이라도 남편이 들어설 것 같습니다.

특히, 혼자 먹어야 하는 저녁이 쓸쓸하기만 합니다.
그리고 별 신경 쓰지 않고 대충 때우고 마는 주부가 되어버립니다.






4. 꼬장꼬장 하지만 잔소리가 그립다?

자라면서 엄마의 잔소리가 그립다고 하더니 정말 맞는 것 같습니다.
꼼꼼하고 완벽한 성격이라 잔소리가 많은 편입니다.
"당신, 이리 좀 와 봐!"
"왜? 또 잔소리하려고?"
"아니, 잔소리가 아니라 치실을 발뒤꿈치 씻는 돌위에 얹어두면 어떡해!"
"뚜껑 있는데 어때서?"
"잘못 금방 인정하면 될 텐데 또 말이 많다!"
"칫!"
그냥 뽀로통하여 뒤돌아 나와버렸습니다.

이튿날 욕실로 들어가 보니 치실은 칫솔통 구석 자리에 놓여 있었습니다.

남편의 말은 귀에 거슬리지만 틀린말은 하나도 없습니다.
이제,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이고 사니 익숙해졌습니다.
그러니 잔소리가 그리울 수 밖에....






5. 형광등이 나가도 갈지 못한다?

멀쩡하던 화장실 형광등에 불이 들어오지 않습니다.
"엄마! 화장실 등 나갔나 봐!"
"아빠가 와야 하지."
"어둡단 말이야."
"할 수 없어 토요일까지 기다려!"
못 하나도 박지 못하고 고장 난 것 고치는 건 남편 몫이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6. 문자를 보내 보았더니....

이렇게 오랫동안 장기 출장은 결혼 후 처음입니다.
늘 그렇지만, 걱정되는 게 아침밥입니다.
아무리 새벽같이 나가도 한 그릇 뚝딱 비우고 든든하게 먹어야 된다고 여기는 사람이니 말입니다.
"아침 챙겨 먹었어?"
"응. 죽 먹었어."
"밥 먹어야지 왜 죽을 먹어."
"그냥 속이 안 좋아 먹었어."
하루에 몇 번 문자를 주고받았습니다.

그런데, 어제는 오전 내내 바쁘게 움직이다 남편이 생각나 문자를 보냈습니다.


나 : 며칠 못 보니 보고 싶네 ♥ ♥
남편 ; 됐네!
나 : 헐!~
남편 ; 꽥!~




 

자업자득이라 혼자 낄낄거리고 웃었습니다.
평소 남편은 자상한 편입니다.

자불자불 이야기도 남편이 더 많이 합니다.
경상도 남자답지 않은 구석이 많습니다.
애교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아내와 살기에 더 살갑게 대하는 게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그런 아내가 보고 싶다고 메시지를 날렸으니 반응이 시큰둥할 밖에....

있을 때 잘해!
오늘따라 왜 이렇게 이 말이 공감 가던지요.

며칠 집을 비우고 없는 남편을 곰곰 생각해 보니
나는 참 많이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먼 길 떠났다 돌아오면 더 많이 사랑하며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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