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07. 10. 30. 16:22
겨울 이야기(4)

난로위의 양은 도시락


                                                                                        -글:저녁노을-



바깥기온과 실내온도가 차이가 나니 유리창에는 하얀 성애가 앞을 가리는 추운 겨울입니다.
어느 날, 점심시간이 되어 '오늘은 또 뭘 먹지!'하고 함께 나가자고 하니 옆에 앉은 여직원
"저 오늘 당번이라 도시락 싸 왔어요"
"아이쿠! 부지런도 하여라!"
"아뇨. 찬밥이 남을 것 같아 그냥 있는 반찬하고 싸 왔어요"
"우와. 보온도시락이네? 밥 따뜻해?"
"네. 따끈따끈해요"
"세상 참 좋아졌다. 그래 맛있게 먹어"하면서
식당으로 향하였습니다.

이렇게 추운 날이면 사무실 실내온도 20도가 넘게 훈훈하게 합니다.
요즘, 온풍기를 비롯한 각종 난방기구들이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해주지만, 난로처럼 훈훈하고 정감 가는 느낌이 들지 않는 것은 도시락을 올려놓지 못해서일까?
지금의 난방기구처럼 따뜻하고 편리하지 않아도 겨울하면 난로가 생각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추울까봐 새벽같이 나오셔서 장작 넣어 따스하게 해 놓는 언제나 가슴까지 데워 주셨던 선생님의 마음!
교실에 놓인 낡은 풍금소리에 입을 맞춰 노래를 하고, 잘 써지지 않는 몽당연필 볼펜대에 끼워 사용하면서
침 발라가며 또박또박 적기도 하였습니다. 따뜻한 난로 위에 물 주전자가 내 뿜는 수증기로 숨쉬기 좋게 하고
점심 시간이 가까워지면 양은 도시락이 연탄난로 위에 하나 둘 높이 쌓아 시간이 갈수록 돌려가며 따뜻하게 데워줍니다. 어린 시절 교실 중앙에 있는 난로에 수북히 올려놓았던 양은도시락이 그립지 않으신 가요?
반찬 뚜껑도 없는 작은 통을 밥과 함께 담은 양은 도시락을 손수건에 싸서 책보 속에 넣고 학교에 달려가면
빨간 김치 물이 온 책을 물들였던 추억의 도시락을 기억하시나요?
두 시간 지나고 나면 배가 고파 점심도시락 까먹고 나서 젓가락만 들고 다니며 친구들 밥 빼앗아 먹었던 시절 없었나요?
난로 위에 올려놓았던 양은도시락 이리저리 섞은 김치 섞어 뚜껑 덮고 흔들어 먹었던 꿀맛 같은 그 맛 느낄 수 있을까요?
꽁 보리 밥 위에 계란 프라이하나를 얹어 주면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만찬이 아니었던가요?

양은 도시락에서 고무바킹 달린 반찬 통에서 이젠 겨울에도 한참 따뜻한 보온밥통이 나오더니
그것도 별 필요 없는 학교급식으로 우리 아이들은 엄마가 싸 주는 따뜻한 도시락 맛은 잊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랑이 가득 담긴 그 맛을 말입니다. 두 세 개씩 싸 가야하던 고3학생들도 돈만 주면 저녁까지 학교에서 먹고 다니고 있는 세상으로 바뀌었으니....
가끔 생각나는 도시락에 대한 추억 어떠셨나요?

곱고 아름다운 마음속에 담는 그리움입니다.


Posted by *저녁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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