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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어두운 창고, '절망의 4시간'

by 홈쿡쌤 2008.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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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창고, '절망의 4시간'


어제는 참 난감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봄방학이지만, 이제 하나 둘 챙길 일이 있어 학교에 출근을 하였습니다.

텅 빈 운동장, 적막한 교실, 웅성거릴 아이들이 없으니 교정은 쓸쓸할 뿐이었습니다.

늦은 아침을 먹었기에 점심도 먹기 싫어 앉아서 일을 하고 있는데 학교를 관리하는 아저씨가 창고 속에 있는 물건을 가져간다며 오셨습니다.

"샘! 창고 문이 안 열립니다."

"이상하다, 잘 열렸어요."

"에이~ 그냥 문고리를 뜯고 내 갑니다."

"알아서 하세요."

그렇게 필요한 물건을 내 가는 것을 보고 퇴근을 하면서 혹시나 하여 창고로 가 보았습니다.

정말 삭막하게 철문 고리는 어디로 사라지고 문만 살짝 열려 있는 게 아닌가.

'어? 저렇게 해 놓고 가면 쥐가 들어갈 텐데..'

혼자서 문을 닫으려고 당겨보았으나 잘 되질 않았습니다.

할 수 없이 안으로 들어가 꽉 닫히는지 보려고 닫았는데....

이게 웬일입니까?

아무리 열려고 애를 써도 요지부동이었습니다.

'무슨 이런 일이?'

그때가 3시 30분쯤이었습니다.


창고 속에 있는 청소용구로 두들겨 보아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습니다.

호주머니 속에 핸드폰이 있나 하고 찾아 봤지만, 그것도 가지고 오질 않은 상황....

매끈하지 않고 우둘우둘한 문사이를 잡아 당기니 손에는 상처가 생기고 피까지 나왔습니다.

체념을 하고 숙직하시는 아저씨가 순찰을 돌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았습니다.

불이 환히 켜져 있으니 들어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바로 곁에서 들려오는 핸드폰과 유선전화의 소리...나를 찾는 소리들이었습니다.

정말 별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혹시 못 보면 어쩌지?

가슴은 갑갑해 오고 시간이 갈수록 찾아오는 냉기는 온몸을 감싸 안았습니다.

만약, 새벽을 넘겨도 집에 오지 않으면 남편은 날 찾으러 올까?

그때까지 어떻게 기다리나....

화장실도 가고 싶고, 그렇게 가족이 그립고 보고 싶을 때가 없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마음은 조급하고 불안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사람들이 어둠에 갇혔을 때 침착하라는 말이 생각났습니다.

'그래~ 며칠을 어둠속에서 참고 견뎌내며 살아난 사람도 있지 않던가. 난 다치지 않았으니...'

'잘 될 거야'

'잘 될 거야.'

혼자 스스로를 달래야 했습니다.


창문하나 없고, 좁고 쾌쾌한 냄새가 나지만, 뜀박질도 해 가며 몸을 움직여 체온을 덥혔습니다.

그러다 창고 속이라 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리저리 살펴보니, 칼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걸로 어떻게 하면 되겠지.'

나사를 풀어보려고 해도 안 되고, 당기고 밀고 하다가 턱에 칼자국까지 내고 말았습니다.

옷으로 턱을 닦으니 새빨간 피가 묻어 나왔습니다.

선명한 피를 보니 더 힘이 빠지고 절망의 늪으로 흘러들었습니다.

그러다 다시 용기를 내어 찬찬히 살펴보면서 원리를 생각 해 보았습니다.

어떻게 돌리면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칼을 톱니부분에 끼워 한쪽으로 돌리며 문틈 밑으로 손을 넣어 잡아당기니 반쯤 열리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힘을 내어 왼손으로 힘껏 돌리며 오른손으로 문짝을 당기니 화들짝 열리는 것이었습니다.


밖으로 나오니 시계는 7시 30분.....

무려 4시간을 암흑의 세계에 갇혀 있었던 것입니다.


그 기쁨, 그 환희....

벌써 내 눈엔 눈물이 하나 가득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가방을 들고 밖으로 나오니 내 마음처럼 봄을 재촉하는 비까지 촉촉이 내리고 있었던....


집으로 들어서니 녀석들은 학원에서 아직 오지 않았고,

예약 해 두고 간 보일러는 어느새 돌아가 온 집안 가득 온기를 내주고 있었습니다.

'역시! 내 집이 최고야.'

외출복도 벗지 않고 침대 속으로 들어가 있으니 아이 둘이 들어섭니다.

"엄마! 다녀왔습니다."

"그래...."

두 팔을 벌려 아이를 꼭 껴안았습니다.

내게로 전해 오는 따스한 체온이 살아있음을 전해 주는 것 같았습니다.

왜 자꾸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행복한데.....

가족의 소중함 다시금 느끼는 날이 되었습니다.

하늘은 이겨낼 만큼의 시련만 우리에게 준다고 했습니다.

아무리 어려워도 아무리 힘들어도 솟아 날 힘은 주시는.....

그래서 희망은 절대 버리지 말라고 했나 봅니다.


예상하지 못 했던 사고는 누구에게나 찾아 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겐 판도라의 마지막 남은 희망 버리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긴 밤 지새고 나니 꼭 꿈을 꾼 기분입니다.

그리고 다시 태어난 기분입니다.
(남자들이라면 쉽게 열 수 있었을 지 모를일입니다.
 기계엔 잼뱅이라서 말입니다. 나 스스로가 얼마나 부끄럽고 창피하던지...)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고요한 산사의 풍경소리]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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