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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아들의 황당 발언 '겨울이면 우리 집이 가난하다 느껴!'

by 홈쿡쌤 2012. 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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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황당 발언 '겨울이면 우리 집이 가난하다 느껴!'


55년 만에 찾아온 한파로 온 세상이 꽁꽁 얼어붙어 버렸습니다.
그래도 윗지방에는 눈이 온다고 하지만,
제가 사는 남녘은 좀처럼 눈 구경 한 번 하기 어렵기도 한 곳입니다.

한파가 몰아쳐 우리 아이들 나이보다 더 많은 낡은 아파트이기에 찬바람이 숭숭 불어들어 옵니다.
낮에는 모두 사람이 나가고 없어 보일러를 돌리지도 않고,
퇴근하고 들어와 싸늘한 방에 온기를 불어넣고 겨우 몇 시간 돌리는 게 전부인데
12월에 사용한 도시가스 요금이 10만 원이 넘게 나왔습니다.
"허걱! 가스값이 왜 이래?"
"많이 썼나 보네 뭐."
"그래도 너무 많이 나왔다!"

하루는 외출해 두고 잤는데 퇴근을 해 보아도 보일러가 계속 돌아가고 있어
"마지막에 나간 사람 누구야?"
"왜?"
"보일러 끄고 나가야지!"
범인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돈도 돈이지만, 귀댁의 탄소배출량은?
탄소배출량과 소나무 59.95그루
약 60그루를 태웠다는 생각에 미치니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이기에 아껴야 한다는 걸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제 고3이 되는 딸아이와 함께 마트에 선물을 사러 갔습니다.
졸업하는 언니에게 작은 선물을 사야겠다며 말입니다.
이것저것 물건을 사고 있을 때
"와! 돈만 있으면 비싼 것도 사 줄 텐데."
"왜? 사고 싶은 것 사 줘!"
"괜찮아."
학생답게 6,000원 하는 립글로즈 한 개를 골랐습니다.

그러면서 하는 딸아이의 말
"엄마! 민규가 겨울 되니 우리 집 가난하다는 걸 느낀다고 하더라."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춥고 배고프데~"
"자세히 말해 봐! 무슨 말이야? 엄마가 먹고 싶다는 건 다 해 주잖아!"
보일러 팡팡 틀지 않으니 집에 들어오면 춥고,
야간 자율학습을 하고 아주 늦은 시간에 들어와 배고픔을 느낄 때 추우니 가난하게 느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우리 아이들 학교에서나 학원에서나 어딜가나 더우면 에어컨, 추우면 히트를 켜주기에 더운 줄도 추운 줄도 모르고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집이라고 들어서는데 설렁하며 추위를 느끼니 그렇게 말을 할 수밖에.

우리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돌침대에 전기만 넣어주고 춥다고 느낄 정도의 온도로 지내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면 따뜻하게 해 주는 것보다 감기도 덜 걸리니 말입니다.
그리고 아직 우리 집은 에어컨도 없습니다.
남편의 완고한 고집 때문입니다.
'여름엔 사람이 땀을 흘려야지."
억지로 에어컨을 켜 온도를 낮출 필요가 없다고 말을 하는 남편입니다.

집으로 돌아와 "아들! 보일러 돌릴까?"
"아니, 괜찮아. 잠바 입으면 돼!"

그렇다고 가난하다고 느낄 정도라니....
55년 만에 찾아온 한파인데 내가 너무한 건가?
기름 한 방울나지 않는 우리인데 아껴야하고,
결국 내 아이에게 물러 줄 지구이기에....

아이들 몰래 살짝 보일러를 눌렸습니다.


 
그나저나 따뜻한 봄이  얼른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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