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이의 작은일상2008. 3. 14.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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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물흐물한 딸기와 시어머님의 '속마음'


  얼마 전, 노는 토요일까지 있어 이틀을 쉬는 날이었습니다. 하루는 종종거리며 미르 두었던 병원도 가고, 볼 일을 보고, 휴일에는 늦잠을 즐겨보려고 하는데 아침 일찍 전화 소리가 요란하게 울립니다. 늘 그렇듯 조금 일찍 걸려오는 전화는 시어머님이십니다.
"아침 밥 묵었나?"
"아~ 아니요"
"아직 안 묵었나?"
"네. 이제 먹어야죠."
"오늘은 뭐하누?"
"뭐 별 일 없어요."
"왜요? 무슨 일 있으세요?"
"아니, 그냥 함 해 봤다"
"네~ 나중에 갈게요."
"나중에 올 끼가?"
"예"
"그럼 알았다."
하시고는 뚝 끊어버리십니다.

거의 빼 놓지 않고 주말이면 찾아 뵙곤 하는데 앞 주에는 일이 있어 못 갔더니 아마 왔으면 하는 맘인가 봅니다. 자고 있는 아이들과 남편을 깨워 늦은 아침을 먹고 딸아이는 주말에만 가는 첼로를 배우러 가고 남편과 아들 셋이서 시골을 향하였습니다. 분홍빛 홍매화가 피어나고 노란 산수유가 봄을 알리는 도심을 벗어나 쌩쌩 봄바람 가르며 달려가니 마루에 나와 앉아 우리를 반겨 주시는 시어머님이십니다.
들어서자 말자 쌀을 씻을 준비를 하십니다.
"점심은?"
"먹고 왔어요. 아침 겸 점심으로..."
"끼니를 거르면 되나?"
"조금 있다가 저녁 먹고 갈게요."
"그럼 그래라."

마트에 들러 이것저것 준비한 것으로 맛있는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어머님이 제게 전해 주시는 건 딸기였습니다.
"어머님 드세요."
"나야 많이 묵었지. 아이들 갖다 주거라."
"네..."
딸기를 보니 받아놓은지 오래되었는지 꼭지까지 따서 냉장고에서 꺼내 주셨는데 겉모양은 싱싱하지가 않고 허물거리고 있었습니다.
집 앞에 있는 논을 이웃 아저씨가 빌려 딸기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그래서 크기가 작은 상품가치가 없는 딸기를 어머님 먹으라고 가져 온 모양인데 손녀가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는 가져가기를 바랐던 것이었습니다.
"그냥 엄마나 드시지 오래 둬 가지고, 이런 걸 어떻게 먹어!" 남편은 투정을 부립니다.

“저 번주에 너들이 안 와서 글치..”
"아~ 아닙니다. 갈아서 주스 만들어 먹음 됩니다. 어머님 잘 먹을게요." 하면서 딸기 통을 들고 나왔습니다.
"오냐~ 잘 가거래이~" 하시며 차가 사라질 때 까지 대문 앞에 서 계시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 합니다.

바로 이게 어머니 마음 아니겠습니까.
평생을 자식 위해 살아오신 삶이었기에 주고 또 주고 싶은 그 마음.....

육남매 반듯하게 키워내셨고, 이제 빈 소라껍질처럼 혼자 남아 시골집을 지키고 계십니다. 잘 해 드리고 싶어도 늘 마음뿐이고 언제나 내리사랑만 받는 며느리가 됩니다.

 우리 딸아이 우유를 넣고 갈아주니 맛있다며 잘 먹어줍니다.
할머니의 마음 알아나 주는 듯.....

어머님 고맙습니다.
우리 곁에 오래오래 머물러 주시길 바라겠습니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고요한 산사의 풍경소리]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Posted by *저녁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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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바람개비

    우리의 위대한 어머니의 마음입니다.

    행복한 가족애 보고 가요.

    2008.03.14 08:24 [ ADDR : EDIT/ DEL : REPLY ]
  2. skybluee

    따뜻한 글 잘 보고 갑니다.
    훈훈하군여^^

    2008.03.14 08:37 [ ADDR : EDIT/ DEL : REPLY ]
  3. 오드리햅번

    내리사랑이라는 말은 우리네부모를 보고하는 말입니다..
    따뜻한 글 잘보고 가요..
    행복한 주말 맞이하시구요.

    2008.03.14 09:47 [ ADDR : EDIT/ DEL : REPLY ]
    • 늘 받기만 하는 사랑이 바로 내리사랑이죠.
      근데 난 우리 어머님처럼은 못 하며 살 것 같아요.ㅎㅎ

      2008.03.15 16:25 신고 [ ADDR : EDIT/ DEL ]
  4. 아직도 이러시는게 어머님의 마음인가 봅니다.
    제가 아는 사람이 언젠가 그런 이야기를 하더군요
    시어머님이 자기네 줄려고 냉동실에 항상 떡을 두었다가 주신다네요
    일반떡이 아닌 가래떡 떡국떡이라고 하더군요
    그건 일반적으로 한꺼번에 많이 빼서 나눠 먹기에
    자기네 먹을려고는 일부러 하기가 힘든거잖아요
    그렇게 오랜시간 냉동실에 두었다가 들릴때마다
    주시는데 거절할수도 없고 꼭 가지고 온답니다.
    고맙고 잘 먹겠노라고 진심으로 인사 드리고 온다네요
    연세가 많은지라 거절하면 상처 받을까봐 그러지도 못하구요.
    시어머님도 이러할진데 친정어머님이야 오죽하시려구요.
    눈물이 찡합니다.

    2008.03.14 10:1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5. 김은영

    보면서 마음이 찡했어요
    우리엄마 모습을 보는거 같아서..
    눈물 날려고 그러네요
    우리 엄마한테 좀더 잘하는딸이 될래요
    글 잘봤습니다..

    2008.03.14 10:48 [ ADDR : EDIT/ DEL : REPLY ]
    • 효도 하며 사세요.
      저는 친정부모님 두분 다 하늘나라에 계십니다.
      시어머님 혼자 남으신 ...

      2008.03.15 16:27 신고 [ ADDR : EDIT/ DEL ]
  6. 장희용

    자식들 생각하는 부모님 마음이란....

    2008.03.14 11:10 [ ADDR : EDIT/ DEL : REPLY ]
  7. 이주성

    훈훈한 글입니다.

    자주 뵈야겠어요.. 부모님..

    2008.03.14 14:48 [ ADDR : EDIT/ DEL : REPLY ]
  8. 홍매화

    착한 며느리이네요^^ 천국에 계신 친정엄마가 보고 싶네요

    2008.03.14 15:02 [ ADDR : EDIT/ DEL : REPLY ]
  9. 어떻게 보면...
    저런 걸 먹으라고 한다고 속으로 고깝게 생각 할 수도 있는데...
    저리 긍정적으로 생각할 줄 아시다니...
    참 착하신 며느님 같으세요... ^^

    2008.03.14 15:4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0. 전선희

    환갑인 내가 두손녀를 두고 있다
    아들만 둘이어서 며느리가 딸같은데
    요사이 미친* 시리즈에 며느리를 딸로 생각하는 시어머니는 미친*이라니
    새삼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하는지 갈피를 잡기 어렵다
    시어머니들의 마음을 며느리들이 조금이라도 알아주면 얼마나 고마울까?

    2008.03.14 16:46 [ ADDR : EDIT/ DEL : REPLY ]
    • 에고... 다 그럴라구요.
      ㅎㅎㅎㅎ
      새대가 많이 변하긴 했어도 시어머님은 시어머님. 며늘은 며늘이지요.

      2008.03.15 16:28 신고 [ ADDR : EDIT/ DEL ]
  11. 꿍시렁쟁이

    읽으면서 찡한게
    마음이 훈훈해 집니다

    2008.03.14 17:00 [ ADDR : EDIT/ DEL : REPLY ]
  12. 상록수

    글잘읽고갑니다.며느님 맘씨가 너무예쁘시네요.
    저도저희엄마가생각나는군요.

    2008.03.14 17:12 [ ADDR : EDIT/ DEL : REPLY ]
    • 아닙니더.
      안 가지고 간다면 어머님 섭섭하잖아요.
      갈아먹음 되는데...
      정 안 되면 딸기쨈을 해도 되구요.
      주고픈 맘 헤어려 들고 온 것 뿐입니다.

      2008.03.15 16:30 신고 [ ADDR : EDIT/ DEL ]
  13. 나이테

    음~
    시어머님의 마음 헤아리시는 며느님이 ..
    부럽습니다. 고부간의 따뜻한 사랑이 들어있는 것 같아서 말야묘

    2008.03.14 21:29 [ ADDR : EDIT/ DEL : REPLY ]
  14. 날아라홍

    우리 시어머니 같으시네요~~*^^*
    가슴에 다시한번 따스한 감동을 주셔서 감사합니다!ㅎㅎ

    2008.03.15 17:01 [ ADDR : EDIT/ DEL : REPLY ]
  15. 잔디

    이쁜 마음으로 복 많이 받으세요

    2008.03.15 18:07 [ ADDR : EDIT/ DEL : REPLY ]
  16. 신선호

    시어머니 마음 알아주시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며느리십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글 잘 읽었습니다.

    2008.03.16 10:25 [ ADDR : EDIT/ DEL : REPL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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