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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흐물흐물한 딸기와 시어머님의 '속마음'

by *저녁노을* 2008. 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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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물흐물한 딸기와 시어머님의 '속마음'


  얼마 전, 노는 토요일까지 있어 이틀을 쉬는 날이었습니다. 하루는 종종거리며 미르 두었던 병원도 가고, 볼 일을 보고, 휴일에는 늦잠을 즐겨보려고 하는데 아침 일찍 전화 소리가 요란하게 울립니다. 늘 그렇듯 조금 일찍 걸려오는 전화는 시어머님이십니다.
"아침 밥 묵었나?"
"아~ 아니요"
"아직 안 묵었나?"
"네. 이제 먹어야죠."
"오늘은 뭐하누?"
"뭐 별 일 없어요."
"왜요? 무슨 일 있으세요?"
"아니, 그냥 함 해 봤다"
"네~ 나중에 갈게요."
"나중에 올 끼가?"
"예"
"그럼 알았다."
하시고는 뚝 끊어버리십니다.

거의 빼 놓지 않고 주말이면 찾아 뵙곤 하는데 앞 주에는 일이 있어 못 갔더니 아마 왔으면 하는 맘인가 봅니다. 자고 있는 아이들과 남편을 깨워 늦은 아침을 먹고 딸아이는 주말에만 가는 첼로를 배우러 가고 남편과 아들 셋이서 시골을 향하였습니다. 분홍빛 홍매화가 피어나고 노란 산수유가 봄을 알리는 도심을 벗어나 쌩쌩 봄바람 가르며 달려가니 마루에 나와 앉아 우리를 반겨 주시는 시어머님이십니다.
들어서자 말자 쌀을 씻을 준비를 하십니다.
"점심은?"
"먹고 왔어요. 아침 겸 점심으로..."
"끼니를 거르면 되나?"
"조금 있다가 저녁 먹고 갈게요."
"그럼 그래라."

마트에 들러 이것저것 준비한 것으로 맛있는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어머님이 제게 전해 주시는 건 딸기였습니다.
"어머님 드세요."
"나야 많이 묵었지. 아이들 갖다 주거라."
"네..."
딸기를 보니 받아놓은지 오래되었는지 꼭지까지 따서 냉장고에서 꺼내 주셨는데 겉모양은 싱싱하지가 않고 허물거리고 있었습니다.
집 앞에 있는 논을 이웃 아저씨가 빌려 딸기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그래서 크기가 작은 상품가치가 없는 딸기를 어머님 먹으라고 가져 온 모양인데 손녀가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는 가져가기를 바랐던 것이었습니다.
"그냥 엄마나 드시지 오래 둬 가지고, 이런 걸 어떻게 먹어!" 남편은 투정을 부립니다.

“저 번주에 너들이 안 와서 글치..”
"아~ 아닙니다. 갈아서 주스 만들어 먹음 됩니다. 어머님 잘 먹을게요." 하면서 딸기 통을 들고 나왔습니다.
"오냐~ 잘 가거래이~" 하시며 차가 사라질 때 까지 대문 앞에 서 계시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 합니다.

바로 이게 어머니 마음 아니겠습니까.
평생을 자식 위해 살아오신 삶이었기에 주고 또 주고 싶은 그 마음.....

육남매 반듯하게 키워내셨고, 이제 빈 소라껍질처럼 혼자 남아 시골집을 지키고 계십니다. 잘 해 드리고 싶어도 늘 마음뿐이고 언제나 내리사랑만 받는 며느리가 됩니다.

 우리 딸아이 우유를 넣고 갈아주니 맛있다며 잘 먹어줍니다.
할머니의 마음 알아나 주는 듯.....

어머님 고맙습니다.
우리 곁에 오래오래 머물러 주시길 바라겠습니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고요한 산사의 풍경소리]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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