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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반겨주는 이 없지만 친정나들이가 쓸쓸하지 않은 이유

by *저녁노을* 2012. 8.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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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겨주는 이 없지만 친정나들이가 쓸쓸하지 않은 이유




푹푹 찌는 폭염이 계속되는 요즘입니다.
그래도 먹고 살아야 하기에 남편에게
"여보! 우리 오후에 친정에나 다녀올까?"
"이 더위에?"
"해 넘어 가고 나면 그래도 시원하잖아. 쌀 떨어졌어."
"그 쌀 우리 것도 아닌데 그냥 사 먹자."
친정에서 가져다 먹는 게 영 불편한가 봅니다.
"왜 그래? 올케가 우리 주려고 형제들 쌀 나눠주지도 않았는데..."
"알았어."


 
언제나 그렇듯 고향에 그것도 친정에 간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데 언제부터인가 할 일이 있어야 찾아가게 되는 이유가 아무도 반겨줄 이가 없다는 사실 때문에 조금 씁쓸할 뿐입니다. 




꼭 잠긴 열쇠를 따고 대문을 들어서니 마당엔 이리저리 낙엽들이 나뒹굴고 장독대 위에, 대청마루엔 뽀얀 먼지만 자욱하였습니다. 온 가족이 까르르 이웃담장으로 웃음 넘기던 어린 시절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골목길을 내달리며 잡기 놀이 숨바꼭질하며 놀았던 친구들의 모습도 그리웠습니다. 흘러가는 세월 탓에 사라지고 없어지는 것들이 참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루에 놓인 나락을 리어카에 싣고 방앗간으로 향하였습니다.
부모님이 농사짓던 텃밭에는 갖가지 채소들이 풍성히 자라고 있었습니다.





엄마가 심어둔 부추입니다. 거름 주고 가꾸던 엄마의 체취가 느껴집니다. 아무런 대답은 없었지만 내 마음속에는 엄마의 그 온화한 미소가 번져나갔습니다. 당신은 못 먹어도 자식만은 공부시켜야 한다며 허리가 휘도록 열심히 사시다 가신 분인 줄 알기에 왜 그렇게 목이 메여오던지.....




 커다란 정자나무 곁에 쓰러져가는 듯 서 있는 정미소는 어릴 때부터 보고 자라 나보다 나이가 더 먹었습니다.

“오빠! 안녕하세요?”
“응 왔나.”

사촌 오빠는 반갑게 맞이해 줍니다.






▶ 나락을 투입구에 넣는 남편입니다.
뽀얗게 앉은 먼지가 오랜 세월을 말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 중간에 현미를 내리는 모습
껍질만 벗기고 내리는 현미는 공정을 거치지 않고 금방 내립니다.





 




▶ 2 ~ 3 차례 공정을 거치니 뽀얀 쌀이 우르르 쏟아져 나옵니다.



▶ 쌀 받을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



▶ 리어카

짐을 가득 실었어도 아버지는 막내인 나를 태워 집으로 돌아오곤 했던 시절이 떠오릅니다.





나란히 서 있는 정자나무는 우리의 놀이터였습니다.
까맣게 익어가는 포구 열매를 따 먹기 위해 얼마나 오르내렸는지 모릅니다.




주렁주렁 열린 빨간 고추는 따서 지붕위에 올려 말리곤 했습니다.
엄마의 바쁜 손길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깨는 수확하여 잘 말려 봉지 봉지 싸서 자식들에게 나눠주곤 했었지요.


 


살이 통통하게 오른 고구마는 수확하여 긴 겨울밤 우리의 간식거리였습니다.
가마솥에 넣어 구운 군고구마, 밥 위에 얹은 삶은 고구마
우리의 배고픔을 달래주었던 유일한 간식이었습니다.






 푹푹 찌는 요즘 같은 더위에도 등목 한 번 하고는 평상 위에 누워 밤하늘을 별을 헤며 하모니카를 불었던 옥수수




▶ 도리깨로 수확하여 메주도 만들고 콩국수도 만들어 먹었던 콩도 알알이 영글어 가고 있었습니다.




300년이 넘은 수령이라 시멘트로 깁스까지 하고 있는 느티나무입니다.




다 쓰려져가는 돌담 집이 고향의 아름다움을 더 느끼게 해 줍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의 쓸쓸한 마음을 달래주듯 아름다운 노을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어제는 큰 올케의 고마움이 생각나 문자를 넣었습니다.

나 : 언니, 오늘 시골 가서 쌀 찧어 왔어.
올케 : 어 잘했네. 벌레 안 생겼더나? 무더위에 온 가족 건강 조심하고 잘 지내라.


사실 큰오빠는 늘 돌아가신 부모님 대신이었습니다.
명절이 되면 마지막까지 남아 막내가 오기를 기다렸다가 만든 음식 싸 주곤 했습니다.
꼭 친정 엄마가 했던 것 처럼.....

오빠가 돌아가시고 나니 친정도 없다고 느끼는 나에게 큰 올케는 막내를 생각하는 마음은 남다릅니다.
농사를 짓던 시어머님도 건강이 안 좋아 요양원으로 떠나고 나니 친정 시댁을 잃어버린 사람이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큰오빠는 우리 땅에 농사지은 나락을 받아 찧어서 형제들에게 나눠주곤 했었는데
"오빠들은 잘살고 있잖아. 이제 고모가 쌀 가져다 먹어. 시댁도 없는데."
"아니야. 우리도 괜찮아."
"아무 생각 말고 내 말대로 해."
이상하게 막내에게는 사랑을 더 주고 싶다는 올케입니다.
부모님의 사랑을 제일 작게 받아서 불쌍하게 느껴진다며 말입니다.


아마 그것도 챙겨주고 싶은 올케의 마음일 거라 여깁니다.
그 마음 알기에 친정 부모님이 안계셔도, 아무도 반겨주는 이가 없어도 덜 쓸쓸하게 느끼는 것이구요.

언니, 고마워.
그 사랑 알고 잘 먹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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