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이의 작은일상2008. 3. 28.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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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꼭지에서 콜라 나오게 해 준다?



어제는 중학생인 딸아이의 학교에서 전교임원 선거가 있었습니다. 2학년이 되었으니 간부는 하지 않고 공부만 열심히 한다고 하더니, 남 앞에 서기를 좋아하는 녀석이 또 부회장에 등록을 하고 왔다는 것이었습니다.

“너 간부 안 나간다며?”
“그냥 하게 되었어”

옆에 친구들이 등을 떠밀었나 봅니다. 도와 줄 테니 한 번 해 보라고...

이왕 마음먹은 김에 당선 되어야지 하는 맘에서

“엄마가 뭘 도와줄까?”

“그냥 엄마가 잘 하시는 사진만 찍어 주면 돼~~”

“알았어.”


쌀쌀한 꽃샘추위에 감기가 찾아왔는지 일찍 잠자리에 들까 하는데 디카를 들고 와서는

“엄마! 증명사진 찍어 줘~”

할 수 없이 땅 속으로 내려앉는 몸을 일으켜 사진을 찍기 시작하였습니다.

딸아이는 나름대로 이런저런 표정을 지었고 난 연신 눌려댔습니다.

“디카 이리 줘 봐요”

받아서 사진을 보고 맘에 안 드는지 다 지워버리고는 다시 찍어 달라고 합니다.

그러길 30분이 넘어가자 난 지치기 시작했습니다.

“딸~ 대충하자.”
“엄마~ 엄마~ 아~~”

팔도 아파오고 신경질이 슬슬 올라오기 시작하는데

“이거다.” 하며 맘에 드는 사진 하나를 골랐나 봅니다. 그렇게 나의 고통은 끝이 났던 것입니다.


이튿날 녀석은 사진관에 메일로 보내고 현상을 하러 갔습니다. 퇴근길에 사진을 찾으러 가니

“딸아이가 야무지십니다.”
“왜요?”
“다른 아이들은 사진관에 와서 찍어 가는데....이것으로 되겠니? 했더니 상관없어요.” 하더랍니다.

“네~ 얼마죠?”
“3천 원씩 3만원인데 2만7천원만 주세요.”

“사진관에서 찍으면 얼마인데요?”
“한 장에 만원입니다. 집에서 찍은 것과는 다르죠.”


사진을 찾아 집안으로 들어서니 친구와 함께 벽보를 만든다고 어수선하였습니다.

그렇게 친구들과 온 가족이 모여앉아 가위로 오리고 풀로 붙여가며 밤늦게 까지 4장의 벽보를 만들고 2개의 피켓을 약 5만원을 들여 완성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지도 못하는 녀석이 6시에 일어나 준비하고는 선거운동을 하였습니다. 친구들과 텔미 춤도 추고, 개사를 하여 언니들, 동생들 반을 돌며 2학년 전교부회장 4번을 알리고 다녔던....


“딸! 잘 될 것 같아? 분위기는 어때?”
“엄마! 벽보 붙어있는 것 중에 내 것이 제일 허접 해.....”
“그래도 열심히 우리 손으로 한 거잖아”
“다른 애들은 미술학원에서 해 오고 사진도 멋지게 찍었던데...”

“엄마도 그렇게 하자고 했잖아.”
“아니, 아니야. 괜찮아. 그렇게 비싸게 돈 들일 필요 뭐 있어. 실력만 있음 되지..”
“연설이라도 잘 해~ 엄마가 좀 도와줄까?”

“나 혼자 힘으로 할 수 있어요. 걱정 마세요.”

“동생학교처럼 수도꼭지에서 콜라 나오게 해 준다고 해서 됐다는데?”
“그런 허무맹랑한 말이 어디 있어요?”
“....................”

“왜?”
“공약은 실천 가능 한 걸 한다고 배웠어요.”

“그럼 넌?”
“그냥 잘 난 채 하지 않고 겸손하고 진실한 게 최고예요.”


결국 딸아이의 연설문은 보질 못했지만, 낭보를 전해 왔습니다.

“엄마! 나 당선됐어.”

선생님의 노트북을 연결하여 실시간으로 바로 그 결과를 알 수 있게 전자투표를 했다고 합니다. 2등과 300표나 차이 나게 당당히 당선 되어 온 딸아이입니다.

“연설은 잘 했어?”
“비가 와서 방송실에서 했는데 떨려서 혼났어요.”

마음은 하나도 안 떨리는 것 같은데 연설문을 든 손이 덜덜 떨리는 바람에 혼이 났고, 말도 더듬어 학생들이 웃음바다가 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운동장에 떨어진 휴지도 먼저 줍는 실천하는 부회장,

*경쟁하기 보다는 모두가 공부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부회장

아주 보잘 것 없는 공약이었으나 말 잘 하는 사람보다 실수를 하며 친근하게 다가서는 딸아이가 더 마음에 들었나 봅니다.


이제 18대 국회의원 선거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딸아이의 생각처럼 실천할 수 있는 공약을 하고 검은 돈 뿌리지 않는 바른 선거운동을 했으면 하는 바램 가져 봅니다. 그래도 아이들 보다는 나은 어른이 되어야 할 것 같기에 말입니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고요한 산사의 풍경소리]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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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저녁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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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환상이네여ㅋㅋ 수도꼭지에서 맥주가 쏟아졌으면 좋겠다는^^

    2008.03.28 09:1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장희용

    수도꼭지에서 석유 나오면^^ 축하드려요 노을님... 건강한 생각을 가진 자녀를 두셔서 마음 든든하시겠어요^^

    2008.03.28 10:01 [ ADDR : EDIT/ DEL : REPLY ]
  3. ㅇㅇㅇ

    멋진 따님이시네요.

    2008.03.28 11:18 [ ADDR : EDIT/ DEL : REPLY ]
  4. 착하고 똑똑한 따님 두셨네요. 저희 딸도 그렇게 반듯하게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2008.03.28 11:21 [ ADDR : EDIT/ DEL : REPLY ]
  5. 노 송

    따님이 대견 스럽습니다.
    축하와 함께
    행복한 날 되세요.

    2008.03.28 11:35 [ ADDR : EDIT/ DEL : REPLY ]
  6. 예쁜 글이네요^^

    국회의원들의 마음이 따님처럼 순수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2008.03.28 12:3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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