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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남편의 술수에 넘어 간 '엎드려 절 받기'?

by *저녁노을* 2008.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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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의 술수에 넘어 간 '엎드려 절 받기'?


  무언가 힘이 들거나 괴로운 일이 있을 때 여러분은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게 무엇입니까?

저는 딸, 아들 둘밖에 되지 않는 녀석들이 속을 섞일 때면 언제나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이 절로나 곤합니다. 누군가 내게 힘이 되어 준다는 것, 그저 곁에 살아만 계셔줘도 좋을 사람은 바로 우리의 부모님이라서 그럴까요? 육남매의 막내로 태어났기에 친정 부모님은 벌써 하늘나라로 떠나셨고, 시집간 지 몇 년 안 되어 시아버님마저 떠나고 이제 달랑 한 분 살아계시는 팔순을 넘기신 시어머님이십니다.

  형제들이 모두 멀리 있고 셋째 아들인 우리가 30분이면 달려 갈 수 있는 가까운 곳에 살고 있어 주말이 되면 찾아뵙고 텃밭에서 가꾼 채소들을 하나 가득 들고 오곤 합니다. 감사의 달 5월, 어버이날을 맞아 마땅한 선물도 생각나지 않았는데 남편이

"우리 엄마 세탁기 하나 사 드릴까?"
"세탁기?"
이불빨래는 우리 집으로 가져와 세탁을 해 갔다 드리곤 하는데 이제 몸이 안 좋으시다 보니 쪼그리고 앉아 빨래하는 것도 힘겨우실 것 같아
"그래요. 그럼..."
할인마트에 가서 35만원을 주고 10개월 카드 무이자로 사 며칠 후 시골로 보내 드렸습니다.

며칠 전 휴일, 남편은 당직이라 사무실에 나가고 아들과 함께 시고모님 아들 결혼식에 들렸다가 시골로 달려갔습니다.

"아이쿠~ 내 새끼 왔나? 식장엔 사람들 많더나?"
“네..”
오랜만에 찾아 온 손자가 더 없이 반가운가 봅니다.
"어머님~ 세탁기 잘 돌아가요?"
"응. 새 것인데 당연히 잘 돌아가지..."
"?????"
고맙다는 말 한마디 안하시고 그냥 넘겨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절 모르고 시주한다는 말도 있듯 곰곰히 생각 해 보니, 그냥 있으면 안 될 것 같아

"저~ 엄니..."
"와?"
"세탁기 말이예요."
"세탁기가 와?"
"그거 우리 돈으로 샀는데..."
"계금으로 산 게 아니고?"
"아니에요."
"너거들이 무신 돈이 있다고 그라노? 계금으로 사야지...."
"공금 함부로 쓰면 안 돼요."
"지붕 갈 때도 너거들이 안 냈나?"
"그건 인천 삼촌이랑 반반 나눠 냈습니더."
"아이쿠~ 몰랐다 아이가....그려~ 고맙다."
"아~ 아닙니더 엄니...."
그말을 듣고 보니 얼마나 부끄럽던지 얼굴이 달아올라 밖으로 나와 버렸습니다. 그렇게 속마음을 내 보여 버렸습니다. 철없는 막내티를 내고 말았던 것입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텃밭에서 심은 열무로 어머님의 사랑 듬뿍 넣어서 담은 김치 한 통 들고 왔습니다.

저녁이 되자 각자 할일을 하고 돌아 온 가족들이 다 모였습니다. 어머님이 담아주신 열무김치와 보글보글 된장찌개 만들어 저녁 한 그릇을 뚝딱 다 비우고 나서
"00 아빠~ 엄니가 세탁기 계금으로 산 줄 알아요."
"그래? 그럼 안 되지~~"

사실, 우리 집에는 시댁 형제 6남매가 월 3만원씩 총무인 제 통장으로 자동 입금되고, 그 계금으로 집안 행사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제사, 명절, 어머님 생신 등을 위해 사용하고 있긴 하지만....
그래서 그런지 손위 형님도 동서들도 모두 어머님과 같은 생각을 하나보다 그랬더니 전화기를 들고 번호를 꾹꾹 누르는 것이었습니다.
"누야~" 부산에 사는 형님이었습니다.
"아니, 옴마 세탁기를 00이 엄마가 샀는데 보고도 와 아무 말이 엄노?"
형제들이 모은 공금으로 당연히 산 줄 알았나 봅니다.

아무리 그래도 마누라 내 세우고 있는 남편을 곁에서 가만히 보고 있자니 또 민망해 죽을 노릇이었습니다. 전화를 내려놓으며 하는 말,
"누나가 엄마한테 잘 해 줘서 고맙다고 하고, 담에 좋은 선물 하나 사 준다고 하네."
하나 밖에 없는 고명 딸인 남편의 누나인 형님에게 언제나 받기만 합니다.
"당신 왜 그래요?"
"왜? 재밌잖아...."
“참나~ 괜스레 부끄럽게 맹그네.”
“괜찮아~ 늘 고마워.”

“...............”

어깨를 토닥여 주는 남편의 손길에는 사랑이 가득 들어있었습니다.

  그렇게 남편의 행동과 술수에 넘어간 것 같아 묘한 기분 들었지만, 월 3만5천원 두 번째 통장에서 빠져 나가는 게 아깝다는 생각보다는 3억 5천보다 더 큰 행복으로 다가서는 것 같았습니다. 아마 이런 마음이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만들어 가나 봅니다.

비록,‘엎드려 절 받기’ 인 줄 알면서도 왜 이렇게 기분은 좋아지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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