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면 더욱 생각나는 그리운 엄마
시끌벅적 멀리 있는 형제들이 모여 추석을 함께 했습니다.
요양원 생활을 하던 시어머님도 모시고 왔습니다.
치아가 좋지 않아 많이 드시지는 못해도 밥 반 공기 정도는 드십니다.
국물과 잘게 썬 나물, 김 등 따로 차려서 끼니를 해결했습니다.
중간에 간식으로 과일을 좀 드려야 할 것 같아
"여보! 뭐해?"
"아무것도 안 해. 왜?"
"어머님 배 좀 갈아드려요."
"어떻게?"
"숟가락으로 긁어드려야 해."
"알았어."
아들이 긁어주는 배를 오물오물 잘 드십니다.
어머님이 떠나시고 난 뒤
그릇도 닦아 넣고, 빨래도 돌리고, 이것저것 집 안 청소를 했습니다.
그런데, 어머님이 드시고 남은 배를 보니
갑자기 돌아가신 친정엄마 생각이 간절해졌습니다.
엄마 역시 치아가 좋지 않아 과일은 늘 숟가락으로 긁어서 드셨기 때문입니다.
시골에서 농사 지으며 없는 살림에 육 남매 공부시키는 일에만 전념하셨고,
당신의 몸은 돌보지 않아 잇몸이 내려앉아 틀니도 하지 못하게 되어버렸습니다.
18년 전, 장성한 자식들이 돈을 모아 임플란트를 해 드렸건만,
새로 한 치아, 제대로 씹어보지도 못하고 우리 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이맘때면 늘 그리워지는 엄마입니다.
명절이라고 동서들은 친정 나들이를 하건만,
아무도 살아계시지 않으니 찾아갈 친정도 없습니다.
이제 내가 부모가 되고,
친정이 되어줘야 할 나이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시어머님이 드시고 남은 배를 쓱쓱 긁어 먹어봅니다.
친정엄마를 떠올리며 가슴 깊이 그리워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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