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선물 주고 두 번이나 부부싸움 한 사연
시끌벅적 형제들이 모여 행복한 시간을 보냈던 추석
우리 아이 둘까지 떠나고 나니 집이 텅 빈 것 같았습니다.
남편과 가까이 있는 친정부모님 납골당에 다녀오는 길에 경비아저씨와 인사를 나눕니다.
평소, 택배가 오면 받아 두었다 받기도 하여
"여보! 우리 추석 선물 남은 거 없어?"
"왜?"
"응. 경비아저씨 양말 하나씩 주면 좋을 것 같아서."
"그러지 뭐."
친정 올케와 조카들이 올거라 사 두었는데 아이가 입원하는 바람에 못 와
선물 세트가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튿 날, 남편의 말이 떠올라 아이들 방에 두었던 양말 세트 3통(3개들이)와 사과, 배 몇 개와 함께 들고 내려갔습니다.
"이거 나눠 드세요."
"뭘 이런 것 까지. 잘 먹겠습니다."
뒤따라 오면서 남편은 경비아저씨와 나누는 대화를 들은 것 같습니다.
"당신은 왜 과일 나눠 드시라는 소리만 해?"
"그럼?"
"양말도 한 통씩 나눠 가지세요. 그래야지."
"그건 당연한 거지."
"참나, 안 나눠 가지면 어쩔건데?"
"아니야."
나만의 생각이라며 말다툼을 했습니다.
그날 저녁, 남편은 또 양말 세트 이야기를 합니다.
"여보! 당신이 들어올 때 다른 경비아저씨가 선물 고맙다고 인사 하더나?"
"아니! 왜?"
"나도 다른 경비아저씨 두 사람이나 봤는데 인사도 없었어."
"그래? 정말 혼자 다 가지셨나?"
"그렇다니까."
"아니야. 그럴 리 없어. 내가 내일 물어볼게."
"뭐? 그럼 주고 욕듣는 거야."
"왜? 물어보면 돼지."
"생각 없는 사람이네."
"만약 그랬다면 이젠 선물 안 줘야지."
"그러니 전달할 때 똑바로 하지!"
"..........."
또 말다툼을 하고 말았습니다.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이라 퇴근길에 키가 작은 아저씨가 보여 아주 조심스럽게
"저~ 혹시 양말 세트 하나 받으셨어요?"
"................"
한참 말을 잇지 못하시더니
"아뇨. 못 받았어요."
"네. 죄송합니다."
뒤돌아서는 내 모습이 얼마나 초라하던지요.
사람에 대한 믿음이 깨지는 것처럼 허전한 마음이었습니다.
늘 남편이 제게 하는 말입니다.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으니 어리숙하게 좀 하지 마!'
정말 그런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내 맘처럼 움직여주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한 씁쓸한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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