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일 못 챙기는 남편의 귀여운 축하
음력 10월 27일, 시골에서 육 남매의 막내로 태어나 사랑받고 자랐습니다. 추수가 끝나고 농촌에서는 농한기라 시절 좋은 때에 태어나긴 했지만, 소띠라 그런지 일복은 늘 따라다니고 있습니다.
어제는 제 생일이었습니다. 아이 둘은 대학생이 되어 떠나고 없으니 처음으로 남편이 챙겨야 했습니다.
그러자 딸아이는 아빠에게 당부 당부를 했습니다.
딸아이의 등쌀에 못 이겨 저녁에 작은 케이크까지 사 들고 왔습니다.
"당신 어쩐 일이야?"
"딸이 전화해서 야단이잖아."
부엌으로 가더니 미역도 담가 불렸다가 냄비에 담아두는 게 아닌가.
"정말, 내일 아침이 기대되는데."
그렇게 잠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새벽녘에 너무 일찍 일어나 다시 누웠다가 늦잠을 자고 말았습니다.
남편은 있는 반찬으로 먹게 하고 후다닥 놀라 출근하기 바빴던 것....
누군가 기념일을 챙겨주는 건 아내가 하기 나름이라고 말을 해서
며칠 전부터 달력에 동그라미를 쳐두고, 핸드폰 일정에도 등록하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웬걸, 정작 당일 아침에는 까맣게 잊고 늦잠까지 자 버렸으니 말입니다.
어릴 때부터 기념일 챙기는 걸 모르고 자란 세대라 그런가 봅니다.
한창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는데 핸드폰이 울어댑니다.
'띵동'
남편이 보낸 카톡이었습니다.
미역국과 케이크를 먼저 보내더니 "아침에 못 먹은 미역국 맛있게 드슈~ ♥♥♥♥♥"
그저 웃고 말았습니다.
딸아이에게 '아빠 바보'라는 소릴 듣고 살갑고 잔정 없는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지만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는 남편입니다.
기념일이라고는 전혀 못 챙기는 남편, 마음은 그렇지 않음을 느낄 수 있는 날이었습니다.
공감가는 이야기였다면
추천, 하트 ♡ 꾸우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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