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간, 블로그에 올라오는 학교에서 벌어지는 반장선거에 대해 왈가왈부 말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일부에서 일어나는 일을 꼭 모두인 것처럼 오보하는 것 같아서 씁쓸한 기분이었습니다.

아들의 실례
지금 우리 아들은 초등학교 6학년, 전교 부회장입니다.
스스로 하겠다는 말도 하지 않는 아들이고, 남 앞에 서기를 꺼려하는 편이라 남편이 권해서 전교부회장에 출마하게 되었습니다. 엄마를 닮아서 그런지 쑥스러움이 많은 아들을 볼 때마다, 꼭 어릴 때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저 역시 적극적으로 도와주기도 했습니다. 학생으로서 지킬 약속만 하도록 연설문을 함께 만들고, 홍보물도 직접 손으로 그려 붙이고 오려붙이고 하였습니다. 선거가 임박 해 질 무렵, 아들이 내게 전하는 말이 있었습니다.
"엄마! 000이가 아이들한테 피자 돌리다가 출마하지도 못하고 박탈당했어."
"정말?"
"선생님이 오늘 그러셨어!"
"그러게 왜 피자를 돌려서..."
혹시나 하여 아들에게
"너도 아이들 뭘 좀 사 줘야 하지 않아?"
"엄마는 그럴 필요 없어요. 00이처럼 박탈당하고 싶어요?"
"몰래 하면 되지"
"안돼요. 정정당당하게 해야지..."
소심한 녀석이 한번 마음을 먹으니 제법 당찬 소리까지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것을 보면 학교장의 의지가 얼마나 큰 것인가를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어릴 때부터 학생들에게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많다는 것을 가르쳐야 하고, 선거의 공명성을 알려야 어른이 되어서도 선거란 어떤 것이란 걸 알고 실천 해 나갈 것 같기에 말입니다.


딸아이의 실례
이제 막 중학생이 된 딸아이는 동생과는 달리 남 앞에서는 것을 좋아하는 녀석입니다.
신학기 때 선생님이 '반장 해 보고 싶은 사람 손들어 볼래?' 하셨을 때 딸아이의 손은 번쩍 올라가 있었을 것이란 걸 안 봐도 아니까요. 요즘 아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많기에 어쩔 수 없이 가위 바위 보를 시킨 모양입니다. 어쩔 수 없이 임시반장에서 떨어졌었습니다.

몇 개월이 지난 뒤, 정식으로 반장 선거가 있는 날이었습니다. 지켜만 봐도 알아서 하는 녀석이라, 제법 그럴듯하게 연설문을 만들어 가더니 반장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에게 간식을 사 준다고 돈을 달라고 한 건 체육대회 때였습니다. 5월이었던가? 1, 2, 3학년 홀수반 아이들이 한 팀이 되어 열심히 응원도하고 게임도 하면서 3학년 반장언니가  땀 흘리는 반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 한 개씩 돌리자는 제안을 해 왔다고 해 500원짜리 아이스크림 돌린 것 밖에 없습니다. 2만원을 주었습니다.

아직 선생님 얼굴도 만난 적이 없으며, 소풍갈 때 도시락도 싸 드리지 않았습니다.
가을 소풍 때 "딸! 선생님 점심은 어떻게 해? 김밥 하나 더 쌀까?"
"아니, 학교에서 도시락 주문한다고 신경 안 써도 된다고 했어요."
그렇게 지내온 아이들 때문인지 '촌지' '반장턱' 하는 이야기가 너무 의아해집니다.

얼마 전, 시골에서 시어머님이 감을 따서 보내왔습니다.
"선생님 좀 갖다 드려라"
"제가 전화 해 볼게요."
토닥토닥 전화를 걸더니 딸아이가 하는 말
"엄마! 먹은 걸로 하시겠데...."
"농사지은 것이라고 하지"
"고맙지만 안 받으시겠답니다."
"..........."
괜스레 말을 해 본 제가 더 미안하게 하시는 선생님이었습니다.
선생님의 확고한 의지력이 계시기에 작은 마음까지 받으려 하지 않는 것 같아 한편으로는 씁쓸해 졌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곳이 작은 중소도시라서 그럴까요?
하지만, 교육열이 모자라서 그렇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누구보다 더 학구열이 넘치고 관심 또한 많으니까요.

피자를 돌리지 않아도, 반장에 당선되고
촌지를 주지 않아도 우리 아이를 편애하지 않는 학교와 선생님이 계시기에
오늘도 행복하게 하루를 보내는 것 같습니다.
"학교 다녀왔습니다." 맑은 아이들의 목소리가 듣기 참 좋습니다.


학교에 근무하는 한 사람으로써, 지역마다 학교마다 다르다는 사실과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일하시는 분들이 더 많다는 사실을 알아줬음 하는 맘 간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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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저녁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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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네 맞습니다.
    제 아이들 담임 선생님 께서도 세간에 떠도는 교사에 대한 우려성 염려와는
    다른 그런 분인것 같습니다.
    직접 만나 보지는 못했지만 학급 홈피에서 아이들과의 대화를 보면 그런것을
    충분히 느낄수가 있습니다.
    많은 훌륭한 교사분들이 아직은 많습니다.
    다만 간혹 교사의 자질이 의심케하는 그런 사람을 만나지 않는다는게 다행이라
    여기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스승의 자질이라던가 교육풍토가
    예전과 못한것은 사실인것 같습니다.

    2007.11.09 10:26 [ ADDR : EDIT/ DEL : REPLY ]
  2. 어라 저녁 노을님, 다음블로그랑 티스토리 같이 사용하시나요?
    왔다갔다 하다가 보게되는 군요 ^_^

    저 반장선거떄는 햄버거정도는 돌렸던 떄인데 요즘은 꽤나 맑아 졌군요 ㅎ

    2009.11.19 12:0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밤송

    의지력이 "계시기에"가 아니고 "있기에".

    2010.07.26 04:28 [ ADDR : EDIT/ DEL : REPL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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