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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버스안에서 전해주는 '아주머니의 정겨움'

by 홈쿡쌤 2007. 1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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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의 잦은 출장으로 인해 얼마 전부터 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합니다. 걸어서 20분이면 될 거리이지만, 게으름으로 인해 동동걸음을 치며 뛰기도 하면서 말입니다. 한 집에 한 대는 기본이고, 2-3대를 가진 사람들도 많은 세상을 살아가고 있지만, 그래도 서민들의 발이 되어주는 건 버스가 아니겠습니까.


 가까운 산에는 울긋불긋 단풍이 물들어가고, 아침 일찍 나와 가게 문을 여는 부지런하신 주인도 보고, 할머니 할아버지의 이른 출타, 책가방을 맨 학생들이 가장 많이 이용을 하는 것 같습니다.

어제 아침에는 시어머님이 보내주신 단감을 직원들과 함께 나눠먹기 위해 검은 봉지에 하나 가득 넣어 핸드백과 함께 들고 올라탔습니다. 어젯밤 늦게까지 공부를 했는지 자리에 앉아서 조는 아이들도 보이고, 책을 펼쳐들고 있는 아이들도 보였습니다. 넘어지지 않기 위해 의자가 있는 곳으로 바싹 다가서자

"새댁! 가방 이리 줘~"

"네?"

"가방 들어 줄 테니  달라고~"

"아닙니다. 안 무겁습니다."

"그래도 그런 게 아녀~"

검은 봉지와 핸드백을 빼앗듯 하더니 아주머니의 무릎위에 올려놓는 것이었습니다.

내리시는 그 분과 우린 가벼운 눈인사도 나누었습니다.

얼마나 오랜만에 접하는 정겨움인지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버스를 타고 다니던 학창시절에는 모두가 손가방이었습니다.

그래서 앉은 사람이라면 당연히 서 있는 사람의 물건을 들어주는 건 기본이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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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에 맨 책보따리70년대를 시골학교에서 보낸 사람이면 누구나 익숙하면서도 이제는 이젠 기억속에서도 아련한 낯선 이름이 되었을 것입니다. 네모난 파아란 광목베로 책을 보자기의 대각선 방향으로 놓고 보자기로 책을 둘둘 말아서(김밥처럼) 보자기 양쪽의 귀퉁이를 어깨에 걸쳐서 달랑하게 매어 신작로를 걸어가노라면, 보조에 맞춰서 책보따리의 필통이 달그락거리며 소리를 내곤 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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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들었던 책가방 - 그래도 제법 비닐로 만들어진 가방이었습니다. 삐뚤하게 눌러 쓴 모자 교복을 입고 다녔던 그 시절이 그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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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학생들의 어깨에 매는 가방 - 색깔도 모양도 참 다양합니다. 무거워만 보이는 가방이 아이들을 더욱 힘들게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떻습니까? 가방의 모양만 봐도 세월의 흐름을 알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포근히 내 몸처럼 어깨에 메거나 허리에 차고 다녔고, 교복을 입고 손에 든 가방 속에서 김치 물에 베어 나와 교과서를 물들이게 했었고, 난로위에 도시락 올려서 흔들어 먹던 추억 그립지 않습니까?


지금 가지고 다니는 학생들의 가방은 꼭 개인주의로 흐르는 것 같아 씁쓸해 집니다.

버스 안에서 다른 사람의 가방을 들어 줄 필요가 없습니다.

각자의 등 뒤에서 아기처럼 엎드려 있으니까 말입니다.

남에게 들어달라는 말도 필요 없고 들어 줄 생각도 하지 않는 우리 아이들의 가슴에는 무엇을 채워 줘야 할까요?

따뜻한 마음도, 정겨운 사랑도 없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입니다.


어느 아주머니가 전해주는 그 마음으로 인해 나 또한 행복한 출근길이었기에,

오늘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아질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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