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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당신을 닮아가려면 아직은 멀었나 봅니다

by 홈쿡쌤 2008. 8.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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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딸아이의 15번째 맞이하는 생일이었습니다.

해마다 시어머님이 오셔서 챙겨주시곤 했는데 나이 들어가시니 이젠 손녀 생일도 잊어버리나 봅니다.

마침 전화가 걸려오자 딸아이는 할머니에게

"할머니! 우리 집에 안 와?"

"힘들어서 어디 갈 수 있나?"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 녀석에게

"할머니! 생일인데 안 오시냐고 여쭤 봐!"

"싫어~"

퉁명스럽게 전화기를 내게 넘겨줍니다.

"어머님! 내일 아림이 생일인데 안 오세요?"

"야야~ 내가 깜빡했다. 어쩌냐? 차도 끊어지고 없어."

"그냥 오시지 마세요."

"그럼, 네가 알아서 상은 차려라"

"네 어머님."

"대답만 하지 말고....하이쿠 나이 들면 얼른 죽어야지" 하십니다.

"딸아~ 할머니 생일 잊었다고 하니 서운하니?"

"아니, 나이가 몇 살이신데...."

우리 딸아이와 할머니는 각별한 사이입니다.

제가 직장생활을 하는 바람에 딸아이는 할머니 손에서 자랐으니 말입니다.

다른 날 같으면 첫차를 타고 달려오셨을 텐데 정말 늙어 가시는 것 같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뚝딱뚝딱 맑은 도마소리를 내며 나물 몇 가지 준비하고 남편이 사 온 케이크와 함께 정화수 떠 놓고 절만 올렸습니다. 어머님처럼 두 손 모아 애절하게 기도도 않고 말입니다.

당신을 닮아가려면 아직은 멀었나 봅니다.

어머님이 보여주시는 무한한 내리사랑을 따라가려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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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에게....


오늘은 우리 딸이 15번째 맞이하는 생일이네.

먼저 축하 해.

아빠 나이 서른 넷, 엄마 나이 서른 셋, 아주 늦은 인연으로 만나 보물인 너를 품에 안았을 때의 기쁨은 말로 표현하기도 모자란 기쁨이었지.

태어나면서 부터 넌 엄마의 마음 읽어주는 듯 몇 번이나 깨어나 우유를 먹어야 했던 시절에도 출산휴가를 마치고 출근을 하니 새벽우유도 찾지 않았던 너였단다. 덕분에 편안하게 잠자고 일할 수 있었던 것 같아. 그리고 한살밖에 차이나지 않는 동생을 위해 넌 늘 엄마 대신이었단다. 어린이집 갈 때도 엄마 찾지 않게 손잡고 다녔고, 학원을 갈 때도 학교를 갈 때도 너의 그림자처럼 따라다닌 동생 귀찮아하지 않고 잘 돌봐 주었었지. 아주 어릴 때에는 아빠가 매를 들고 동생을 때리려고 하면 고사리 같은 손으로 아빠를 막아서며

"아빠! 안 돼 안 돼!" 하는 바람에 제대로 혼을 낼 수도 없었단다.

누나라는 큰 짐을 네게 짊어지게 해 준 것 같아 마음 쓰이기도 해. 누나니까 참아야 하고, 누나니까 이해해야 된다는 말로 스트레스였을 것 같다는 생각 들기도 하단다. 하지만, 옛날엔 사랑스런 동생 보살피고 감싸주고 하더니 이제는 너무 변한 것 같아 엄마가 속이 많이 상했단다. 며칠 전 너희 둘 아무것도 아닌 것 가지고 다투는 모습을 보니 걱정이 앞섰어. 이 세상에 단 둘뿐인 오누이 사이인데 엄마 아빠가 나이 들어 이 세상에 없을 땐 의지 할 둘인 걸 명심해 주었으면 좋겠어.


엄마가 아프면 누룽지죽 끓여 주기도 하고,

엄마가 화나면 풀어 줄줄도 알고,

엄마가 속상하면 하소연 들어 줄줄도 아는 우리 딸,

너를 바라보고만 있어도 엄마는 힘이난단다.

곱게 자라줬음 하는 맘 간절하구나.

늘 건강하고....


사랑한다. 우리 딸~

하늘만큼 땅만큼^^

15번째의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해!

그리고 네가 내 딸이라 엄마는 너무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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