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 출근길, 일찍 나선 덕분에 느긋한 마음으로 버스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좌회전을 해야 할 차가 갑자기 우회전을 하기 시작합니다.
“어? 차가 왜 이쪽으로 가지?”
“이 차는 금산가는 차입니다.”
“분명 15번이던데...”
차에 오를 때 분명 횡선지에 맞게 올라탔는데 갑자기 다른 행이라니...
내 눈을 의심하며 너무 당혹스러웠으나 따지지도 못하고 기사분이 문을 열어주는 바람에 후다닥 뛰어내렸습니다.
‘일찍 나섰기에 망정이지, 지각할 뻔 했잖아!’
혼자 투덜거리며 길을 걷고 있는데, 들판엔 가을이 가득하였습니다. 익어가는 옥수수, 차조, 참깨 등 농부들의 일손을 기다리는 곡식들이 눈에 들어왔고, 색이 선명한 하얀 무궁화도 구경하며 발길을 재촉 하는데 숲 풀 속에 보이는 파란색 달개비가 나를 붙들었습니다.
‘와~ 너무 예쁘다. 근데 꼭 사랑표시 같잖아!’
정말 자꾸 카메라에 담다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꽃은 아침에 피어 오후에 시들며 닭의장풀과 비슷하지만 꽃 색이 보다 짙기 때문에 자주달개비라고 합니다. 꽃 색은 하늘색, 흰색, 홍색 등이 있고 꽃잎이 많은 겹꽃도 있다고 합니다.
집으로 돌아와 남편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이것 좀 봐요.”
“뭘 가지고 그러시나?”
“달개비 꽃이 꼭 사랑표시 같지 않아요?”
“정말 그러네.”
“선물이에요.”
“아하! 고마워.”
얼마 전, 아들 때문에 작은 말다툼이 있었습니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마음의 상처는 오래가는 법이기에 먼저 다가서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사랑은 표현하는 사랑이 더 아름답다고 하였습니다.
비록 달개비로 전한 화해 요청이 목적이었지만 기분좋아하는 남편이었습니다.
사실 여자답지 않게 애교 없고, 늘 받기만 하고, 특히 사랑 표현은 잘하지 않는 성격이기에 더욱....
아주 작은 곳에서, 사소함에서 찾아오는 행복이 이런 것이란 걸 느끼게 해 준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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