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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내 마음속에 숨어있는 명절증후군?

by 홈쿡쌤 2008. 9.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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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속에 숨어있는 명절증후군?


늦여름 속에 숨어 더디게 오던 가을도 이젠 완연합니다. 들판엔 곡식들이 여물어가고 산자락엔 과실들이 토실토실 따사로운 햇살에 맛있게 익어가는 계절입니다. 이렇게 풍성한 가을이 다가왔건만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은 여자들만의 명절증후군은 어쩔 수 없는 시련일 것입니다. 어떻게 하나? 그저 초조해지고 기분이 우울해집니다.

“엄마! 왜 그래? 요즘 이상 하시네”

제대로 하지 않는 아이들에게 자주 짜증을 쏟아냅니다.

“쉿! 조용히 해.”

“무슨 일 있어요?”
“아니, 그냥 요즘 엄마가 좀 그래. 너희들 잘해!”

눈치 빠른 남편은 며칠 전부터 나의 행동만 살피고 있었던 것입니다.


  남편은 6남매의 3째 아들입니다. 친정엄마는 서른을 훌쩍 넘긴 노처녀인데도‘일복이 많은 우리 막내 좀 수월한데 갔으면 좋겠다.’라고 소원하셨습니다. 남편과 결혼 결정을 할 때에도 ‘종가집도 아니고 셋째아들이고 괜찮네.’하셨습니다.

그나마 시어머님이 건강 하실 때에는 시장 봐 놓은 것 차에 실어 시댁에 실어다주고 제수 음식들은 동서들이 오면 부지런히 손 놀려 일하면 빨리 끝내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어머님 연세 팔순을 넘기시고 나니

“야야~ 이제 다리가 아파서 시장도 못 보것다.”
“네?”

“혼자 볼 수 있것나?”

“해 볼게요.”

대답은 그렇게 해 놓고 출근을 하다보니 차일피일 아직도 제수준비는 하나도 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런데 내심 걱정이 앞섭니다. 빠뜨린 건 없을까? 집안마다 조금씩 다르게 만들어내는 음식이기도 한데 ... 하나하나 어머님께 여쭤보고 메모를 하고 나름 준비를 해 두었습니다.


  마음속에 무거운 짐을 하나 가득 짊어지고 있다보니 나도 모르게 짜증이 나고 심통을 부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왜 꼭 내가 해야 하나? 집에 있는 사람도 아닌데?’

‘아니 큰며느리도 아닌데?’

‘얼마 되지 않는 재산이지만, 큰 아들한테 다 줘 놓고 말이야.’

 명절증후군이 따로 있는 게 아닌 가 봅니다. 내 몸속에 가득 자리 잡고 있었던 불만을 나도 몰래 짜증으로 토해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언제나 착한 며느리인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닌 모양입니다.


큰형님은 몸이 아파 오시질 못하고 둘째 형님도 멀리 살고 있고 또 사정이 있어 오시질 못하니 가까이 살아서해야하고, 또 어느 누군가 하지 않으면 될 일들인데 말입니다.

사실 요즘 큰아들 둘째 아들이 무슨 소용 있습니까?  모두가 어머님 자식인 것을.....


오늘 오후에는 남편과 함께 시장바구니를 들고 나갈 것입니다. 아무 말 하지 않고 도와주고 받아주는 남편이 있어 즐겁게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모든 건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것을....

그래도 싹싹한 동서들이 와서 음식 하는데 도움을 줘서 그나마 다행입니다. 차례를 모시지 않는 사람들은 해외로 여행을 떠나고, 상에 오르는 제수용품도 주문을 한다고 들었습니다.

“형님! 설거지는 제가 할게요.”

“형님 이건 어떻게 할까요?” 하면서 애교도 많고 피하나 섞이지 않은 사이이지만 꼭 동생들처럼 느껴집니다. 제가 동생 없이 막내로 자라나서 더 그럴까요? 하하 호호 남편 흉 봐가며 떠드는 수다로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자주 모이지 못하는 형제들, 사촌들과 얼굴 마주한다는 생각으로 힘겨움은 사라져버리는 기분입니다.


고향을 향해 몇 시간을 길거리에서 보내도 찾아 갈 곳이 있다는 게 즐거움이지요.

여러분도 마음 바꿔 명절증후군 날려보세요.

풍성하고 즐거운 추석 보내시고, 잘 다녀오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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