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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배고픔 달랬던 추억의 간식, '고구마 빼떼기'

by 홈쿡쌤 2007.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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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픔 달랬던 추억의 간식, '고구마 빼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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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 빼떼기

여러분은 생각나시나요?

시골에서 보릿고개를 넘기신 분이나, 저처럼 쉰을 가까이 하고 있는 나이라면 알아차릴 것입니다. 제겐 어린 날의 추억을 고스란히 담은 마음이 포근하고 따뜻해지는 말입니다.

  쌀쌀한 찬바람이 불어오는 날이면 온 가족이 옹기종기 둘러앉아 고구마를 썰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지금처럼 먹을거리가 풍성하지 않아 가마니 속에 가득 담아놓은 고구마를 밥 위에 얹어 먹거나 가마솥 숯불에 구수한 군고구마를 만들어 먹곤 했던 생각이 간절해집니다.

어제는 가까이 지내는 직원이 내 손에 내미는 게 있었습니다.
"어? 이거 고구마 빼떼기 아냐?"
"금방 알아보네."
"보면 척이지~ 근데 이 귀한 빼떼기가 어디서 난거야?"
"응 시어머님이 보내셨어."
"와~ 부지런도 하시다."
그것도 삶아서 썬 것이었습니다.

빼떼기는 따뜻한 온돌방에  둘러앉아 고구마를 얄팍하게 썰었습니다. 요즘의 감자 칩처럼 말입니다.
엄마와 언니가 썰어놓으면 오빠와 난 날름날름 주워 먹기에 바빴습니다.
엄청나게 썰어놓고  늦가을 바람과 초겨울의 쌀쌀한 바람결로 말렸습니다.

생고구마는 썰어 어느 정도 말려지게 되면 납작한 고구마에서 전분가루가 나와 하얗게 분이 생겨 났습니다. 팥과 함께 삶아서 바가지에 퍼 주면, 육남매의 바쁜 손들은 아귀다툼을 하곤 했습니다. 바닥이 보일 쯤, ‘마지막은 막내가 긁어 먹는 거야.’ 하시며 내게 슬쩍 밀어 주는 엄마의 그 따뜻한 배려....또 삶은 고구마를 얇게 썰어 말려도 마른 고구마가 입에서 살살 녹으며 입안으로 감도는 그 달콤함이란 그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맛이었습니다. 보리밥 덩어리 간장 뿌려서 손에 들고 먹던 시절이었으니 고구마 빼떼기의 그 맛은 정말 잊을 수 없습니다. 

  두어 개씩 주머니에  넣고 학교 가는 길은 왠지 모를 든든함으로 가득했었습니다. 괜스레 기분이 좋아지고 부자가 된 것 같아 껑충껑충 뛰어가게 되고,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고구마 빼떼기를 꺼내 물고 꼬르륵 거리는 배고픔을 달래가며 돌멩이를 발로 툭툭 걷어차면서  친한 친구와 나란히 걸으면서 여유를 부릴 때 난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몇 개를 깨물어도 그 때 그 맛은 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아마 먹을거리 넘쳐나는 요즘 세상을 살아가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아무리 가난해도 마음은 풍요로웠던 그 시절이 왜 그렇게 그리워집니까? 동료가 전하는 빼떼기로 인해 멋진 추억 속으로의 여행을 다녀 온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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