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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자식에게 폐 끼치고 싶지 않다는 시어머님의 마음

by 홈쿡쌤 2009. 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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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아가면서 아프지 않고 떠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며칠 전, 가까이 사는 언니가 커다란 대구 한 마리를 전해주었습니다. 싱싱할 때 해 먹어야 좋을 것 같아 손질을 해서 통에 담아 혼자 지내고 계시는 시어머님께 가져다 드리고 목욕도 할 겸 나서려고 하는데 딸아이가 브레이크를 겁니다.

“나 대중목욕탕 안가”

“왜? 그냥 할머니도 보고 갔다 오자.”
“가까운데 가면 몰라도 싫어.”
“그럼 할머니 댁이나 갔다 올까?”
“알았어요.”

중2 사춘기에 접어든 녀석이라 그런지 대중탕 가는 걸 꺼립니다. 그런 것도 모른 채 남편은 딸아이에게 안 가려고 하는 이유를 타당성 있게 설명하라고 다그치다 그냥 싸움이 되어버렸습니다. 그 싸움에 나까지 휘말리게 되었고....

그래서 주말이면 찾아뵙던 어머님댁에는 가지도 못하고 하룻밤을 넘겼습니다. 그런데 집으로 걸려온 전화 한 통

“지금 엄마가 몸이 안 좋으니 얼른 가 보세요.”

그 전화는 시어머님과 절에서 이불을 함께 덥고 자면서 맺은 딸의 전화였습니다.

“제가 지금 부산인데 자꾸 오라고 합니다. 방책을 하면 나을 것 같다고 하시면서....”

서로 인연을 맺고 시골에도 가끔 반찬도 사 들고 찾아 와 외로움을 달래는 사이가 되어있었습니다. 뉴스에서 노인들의 재산까지 노리는 무속인 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어도 그분은 돈을 요구하지도 않고 어머님의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분이었던 것입니다.


수화기를 놓자마자 바로 달려가는 남편입니다. 그런데 저의 속마음은 ‘아들보다 의딸이 더 믿음이 갔었나? 전화도 먼저 하시고 말이야.’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골에서 올라온 어머님이 모습은 걸음도 제대로 걷지 못하고 말 또한 어눌하게 하면서 얼굴도 부어 있었습니다.

올 해 83세, 혼자 계시면서 몸이 아프니 먹는 것 제대로 먹지 못하고, 문만 열고 나가면 찬 기운이 돌아 고혈압이신 어머님 몸에 무리가 왔던 가 봅니다. 하룻밤을 지새기도 어려울 것 같아 겁부터 났습니다. 남편은 병원에서 근무하는 막내 삼촌에게 전화 해 영양제를 하나 택배로 부쳐달라고 하자

“제가 나중에 가져갈게요.”

 막내아들은 퇴근 하고 당장 영양제를 들고 1시간을 넘게 달려 가지고 오는 효자입니다. 링거는 밤늦게 고무호스를 타고 어머님의 몸속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래서 그럴까요? 점점 밥도 한 그릇 드시고 간식도 드시고 하더니 제법 얼굴이 살아났습니다.

“나 집에 갈란다.”

“왜요? 몸도 아프신데...”
“우리 집에 가야지.”

“엄마! 여기서 혹시 돌아가실까 봐 그래?”
“응.”
“걱정하지 마, 엄마가 많이 아프다 느끼면 시골로 모시고 갈게.”

어머님은 몇십년을 살아오신 당신 집이 아닌 밖에서 죽으면 ‘객사’로 여기며 살아가시는 분이니 그런 말을 할 수밖에....당신이 돌아가시면 시골이 아닌 장례식장으로 모셨다 떠나가야 하는 현실인데 그것조차 용납이 안 되는 분이십니다.


어제는 어머님과 함께 한의원을 다녀오면서

“걸음도 못 걷는 할망구를 뭐 하려고 저렇고 잡고 갈까? 하면서 사람들이 흉볼 거야.”
“엄마! 그런데 신경 좀 쓰지 마라. 남의 눈을 왜 의식해?”

아들이 툭 쏘아붙입니다.

“..............”

아무 말도 없으시더니 잠시 후, 한 마디 하십니다.

“내 마지막 소원은 자식들한테 폐 안 끼치고 가는 건데....”

“어머님, 어디 그게 인력대로 됩니까.”

“그래도 그랬으면 좋겠다.”


그 말씀 속에는 몸이 아파 병간호까지 하게 되면 자식들에게 폐가 된다는 게 당신 생각이신 것 같았습니다. 물론, 어머님 말씀처럼 아프지 않고 살다 잠결에 가는 것만큼 큰 복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렇지만 내 맘처럼 되지 않는 것 중의 하나 아닙니까. 어머님은 6남매 키우기 위해 온 몸 다 바치며 살아왔고, 지금도 늘 자식 걱정만 하시며 살아가시면서 의지하지 않겠다는 마음 가지시는 것 보니 우리가 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어머님께 참 많이도 소홀하게 대해 왔던 게 아닌가 하고 반성을 하게 됩니다.


아직 시골에는 많은 우리의 부모님들이 고향을 지키며 살아가고 계십니다. 자주 찾아뵙지 못한다면 이렇게 추운 겨울 아픈 곳은 없는지 전화 한 통화라도 하며 안부를 묻는 게 효도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나를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부모님이신데 말입니다.


영원한 내리사랑만 받고 살아왔기에 이제 우리가 그 사랑 돌려줘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어머님! 자식들에게 폐 끼친다는 생각 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자식들에게 당당하게 효도 받으면서 사실 자격있으십니다.
그저 우리 곁에 머물러 주시는 것만으로도 행복입니다.

따스한 봄이 찾아오면 다 좋아질 것입니다.

자식들 걱정일랑 이제 내려놓으시고,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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