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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끝없는 내리사랑 '시어머님의 새벽기도'

by 홈쿡쌤 2009.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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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라 혼자 지내고 계시는 시어머님을 찾아뵈었습니다. 언제나 우리를 보면

“어여 와!” 하시며 반가워하십니다.

“몸은 어떠세요?”
“늘 그렇지 뭐.”

부엌으로 들어가 보니 냄비 두 개가 새까맣게 타 있어

“엄니, 냄비가 왜 이래요?”
“응. 국 데우다 다 태웠다 아이가.”

그래도 그만하기 다행이었습니다.

우리 집에 계실 때에도 화장실 물을 내려야했고, 수도꼭지 잠가야 했고, 전등도 꺼야 했습니다. 잊고 다니시는 바람에 따라 다니며 뒷손을 봐야 했었습니다. 제일 걱정되는 게 가스 불이었는데 눌어붙은 냄비를 씻을 엄두도 못 내고 있었던 것입니다.

“엄마! 가스 불 확인 잘해. 위험하잖아.”

“알았어.”

“그냥 우리 따라 집에 가던지.”

“...................”

아들의 말에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는 어머님이십니다.


부엌에서 수세미로 냄비를 닦고 있는데 큰소리가 들려옵니다.

“엄마! 이 양초는 뭐야?”
“응. 그거? 그냥~~”

대답을 잘하시지 못하고 얼버무리십니다.

깔아놓은 옥장판 위에도 촛농이 가득하였습니다.

우리 집에 계실 때 어머님 휴대전화가 새벽 4시에 알람이 설정되어 잠을 깬 적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엄니, 4시에는 알람을 왜 하셨어요?”
“새벽기도 한다 아이가.”
“네? 무슨?”
“그냥 잠이 안 와서 일어나서 기도하는 거지.”

나이가 드시니 초저녁에 주무시고 새벽녘에 잠이 깨시니 절에서 부처님 앞에서 절하듯, 세수하고 정갈하게 머리 빗고 염주를 쥐고 두 손 모아 기도를 드린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걸 알고 있기에 남편에게

“어머님 새벽기도 할 때 쓴 것이야.”

“뭐? 엄마! 집 태워 먹을 일 있어?”

남편은 화가 많이 나서 절대 초를 켜지 말라고 당부를 하십니다.


그게 무엇을 위한 기도이겠습니까. 모두가 자식을 위한 기도일 것입니다. 멀리 떨어져 사는 자식들 잘 지내게 해 달라고, 몸이 아픈 큰며느리 얼른 낫게 해 달라고, 손자들 공부 잘 하게 해 달라는 기도일 것입니다. 그 마음 모르는 건 아니지만 어눌한 행동을 하시는 어머님이 혹시나 잘못하여 불이나 나면 큰일 날 것 같기에 하지 못하게 하는데 아들의 말에 서운해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 맘 다 알고 있으니 말입니다. 어머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내리사랑은 끝이 없는 것 같습니다.


친구가 있고 내 집이라서 마음 편하시다는 어머님을 위해 준비해간 음식으로 몇 가지 반찬을 만들고 국물 없이는 밥을 넘기지 못하시기에 미역국과 아귀탕을 끓여놓고 왔습니다. 금방 끓어 먹어야 맛있는데 말입니다.

“엄니, 국은 덜어서 데워 드세요.”

“오냐. 알것다.”

저녁을 함께 먹고 나서 집으로 가려는 우리에게 꼬부랑한 모습으로 따라나섭니다.

“엄니 들어가세요.”
“그래, 그래.”

저만치 우리가 사라질 때까지 서 계시는 어머님이십니다. 당신이 원하시니 어쩔 수 없이 혼자 계시게 하지만 떠나오는 우리의 마음도 짠하기만 합니다.


따뜻한 봄이 오면 더 건강해지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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