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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고향에서 불어오는 '그윽한 봄 향기'

by 홈쿡쌤 2009. 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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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기 싫은 듯 뒤늦게 찾아온 봄 속의 한파. 오늘은 대설주의보까지 내렸다고 하더니 진눈깨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지난겨울도 참으로 지독한 칼바람이 불어왔었습니다. 살을 에는 듯한 거친 바람은 어디로 갔을까요? 온 세상을 굴복시킬 듯한 기세로 덤비던 그 바람은 어디로 밀려났을까요? 이토록 보드라운 바람에게 들판을 내주고 자취를 감추다니. 강한 자도 부드러운 것에 밀릴 때가 있나 봅니다.


봄바람을 아시나요?

문득 어깨 위로 날아와 목덜미를 간지럽히는 바람 말입니다.

어디서 왔을까요?

눈부시게 파란 하늘 하얀 구름을 타고 왔을까요?

아니면 산 너머 강촌에서 왔을까요?


주말엔 혼자 지내시는 시어머님댁을 다녀왔습니다. 팔순을 넘기셨지만 6남매 온몸으로 키워내셨기에 아프지 않은 곳이 없으십니다. 그래도 여태 살아왔고 친구가 있어 좋다는 어머님입니다.



한낮의 햇살은 너무 따사로웠습니다. 세탁기에서 나온 빨래가 봄바람에 나풀나풀 춤을 춥니다.


▶ 대청마루 밑에 상추 하나가 시멘트를 뚫고 나왔습니다. 강인한 자연의 생명력을 봅니다.

▶ 텃밭의 시금치도 제법 잘 자랐습니다.

▶ 잔파

▶ 양파

 

겨울 점퍼의 지퍼를 내리고 두 팔을 벌려 봄바람을 끌어안았습니다. 오랜만에 가슴이 출렁거릴 정도로 끌어안은 봄바람! 참으로 포근합니다. 살갗을 간질간질 건드리며 휘리릭 안기는 솜씨가 보통이 아닙니다. 땅이 질척거립니다. 아마 봄바람 탓일 겁니다. 꽁꽁 얼었던 겨울 들판이 마침내 해산을 준비하는 것 같습니다. 온몸을 꼭꼭 감싸고 있던 겨울옷을 벗고, 봄바람이 실어온 따사로운 햇볕을 받으며 몸을 푸는 거지요.

봄바람 덕분에 얼었던 땅이 녹고, 땅이 녹으면서 물이 흐르고, 물이 흐르는 가느다란 길로 새로운 생명이 싹을 틔워 올린다지요?



▶ 돌미나리

▶ 쑥

▶ 한층 바빠진 농부들의 손길

▶ 딸기 하우스의 벌통입니다.

▶ 토실토실 잘 자라고 있습니다.

▶ 딸기 꽃

▶ 먹음직스럽나요?

 

킁킁. 봄바람이 봄 향기를 데려왔습니다. 이제는 봄이 왔습니다. 말랐던 풀잎을 걷어내니 새싹이 파릇파릇 돋았습니다. 촉감조차 보드랍습니다. 겨우내 찬바람과 눈에 시달리며 움츠리고 있다가 솟아오르기 시작했나 봅니다. 쑥에서, 돌미나리에서 봄 향기가 솔솔 납니다.


농부들의 손길에 잘 자란 딸기 하나를 입에 넣고 살짝 깨물어봅니다.

아, 고향 냄새가 입안 가득 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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