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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왜 그래? 아마추어 같이, '안방 차지한 시어머니'

by 홈쿡쌤 2009. 3.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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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그래? 아마추어 같이,
           '안방 차지한 시어머니'


뒷산에는 분홍빛 매화가 아파트 화단에는 붉은 동백이 꽃망울을 터트리는 봄이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그 봄을 시샘이라도 하듯 심한 바람으로 체감온도는 겨울 날씨로 느껴집니다. 떠나기 싫은 겨울의 마지막 몸부림 같기도 합니다.


며칠 전,  남편의 휴대전화기가 울려 받아보니, 혼자 시골에서 지내시는 시어머님이

“내가 몸이 좀 안 좋다.”

“그래? 알았어. 금방 모시러 갈게.”

밥숟가락을 놓자마자 휭 하니 바람 소리를 내며 뛰어나갑니다.

다른 아들과 달리 어머님께 똑 쏘는 심한 말을 해도 마음 깊숙이 숨어 있는 어머님에 대한 마음은 더 깊다는 걸 다 알고 있습니다.


저녁에 퇴근하고 집으로 들어서니 얼굴이 약간 부은 듯한 모습으로 누워계셨습니다. 금방 따뜻한 국 끓여 저녁을 먹이고 한약까지 데워 드렸습니다. 일교차가 심하기 때문인지 나 또한 춥고 삭신이 쑤시고 아파 매일 가던 헬스장에도 가지 않고 누워버렸습니다. 잠깐 잠이 들었는데 남편이

“당신, 여기서 잘 거야? 아니면 아이들 방에 갈래?”
“아이들 방으로 갈게.”

어지러운 몸을 추스르며 작은방으로 갔습니다.


사실 큰방에 놓인 침대는 전기를 캘 수 있는 맥반석 침대입니다. 몸이 좋지 않으면 따뜻하게 해서 한숨 자고 나면 아침에 일어날 때 훨씬 개운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시어머님이 침대에서 주무시기 때문에 작은방으로 향할 수밖에 없습니다. 함께 자도 되지만 어머님이 코를 심하게 골아 조그마한 소리에도 일어나 버리는 예민한 성격 때문에 잘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이튿날 출근을 했더니 금방 알아차리는 동료,

“어디 아파? 얼굴이 왜 그래?”
“몰라. 감기 몸살인가? 오십견이 온 건가? 어깨가 내려앉는 느낌이야.”

“잠도 못 잤나 보다.”

“저기, 시어머님 올라오시면 어디서 자?”
“어디서 자긴, 작은방에서 주무시지.”

“우리 어머님은 큰방에서 주무시는데...그것도 아들이랑 침대에...”

“뭐야? 왜 그래? 아마추어 같이.”

“엥?”
“아니, 부부를 생이별을 시켜? 그 할머니 좀 이상하다.”

“뭐 그렇게까지.”

“눈치 없는 시어머니잖아!~”

“...................”

부부는 살을 맞대고 자야 된다는 생각을 하는 친구라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몸이 많이 아파 처음 모시고 오는 날, 남편이 따뜻한 곳으로 모신다고 한 게 당신 자리가 되었던 것입니다. 영원히 모시고 사는 것도 아니고 가끔 올라오셨다가 며칠 머물고 가시는데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사소한 곳에서 고부간의 갈등은 일어나나 봅니다. 사실 안방을 내어주는 건 괜찮지만 이렇게 몸이 안 좋을 때에는 편안하게 자고 싶은 마음 꿀떡 같습니다. 친구말처럼 '왜 그래? 아마추어 같이'라는 말이 절로 생각났습니다.

  그래도 당신 아들과 나란히 누워있는 모습 보기 싫지는 않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여생이며 또 언제까지일지 모르는 세월이기에 생각하기 나름이니 말입니다.


여러분은 시어머님이 오시면 어디서 주무시게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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