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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나를 부끄럽게 한, 이웃을 위한 작은 배려

by 홈쿡쌤 2009. 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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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부끄럽게 한, 이웃을 위한 작은 배려



  오늘도 어제처럼 그저 그런 날의 연속입니다. 아무런 탈 없이 넘어가는 게 행복인 요즘, 엘리베이터에 붙은 정겨운 공고가 날 부끄럽게 했습니다. 우리 집은 아이들 나이보다 더 많습니다. 중학교 2학년인 아들을 낳고 살았기에 신혼살림 차린 가재도구들이고 벽지는 녀석들이 그린 크레파스로 얼룩지고 오래되어 어디 한 곳 말끔한 곳 하나 없는 집이었습니다. 그래서 집안 분위기도 바꿀 겸 리모델링을 하였습니다. 싱크대도 들어내고, 장판 벽지도 바꾸고, 가전제품들도 새것으로 다 바꾸었습니다. 그러면서 뚝딱뚝딱 기계 소리는 요란했었습니다.


화장실 변기를 바꾸면서 일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온종일 뚝딱거리며 세면대까지 들어내고 따뜻한 물을 연결해야 하는 비데를 설치하였습니다. 그런데 이튿날 잠에서 덜 깨고 침대 속에서 게으름을 피우는 이른 아침에 요란하게 전화벨이 울립니다. 혼자 사시는 어머님이라 벨만 울리면 걱정이 됩니다. 얼른 일어나 수화기를 들어보니 밑층 교감선생님이었습니다.

“안녕하세요? 밑층입니다.”
“아~ 네~”

“어제 공사하셨죠? 우리 집 화장실 쪽에서 물이 떨어지는데 와서 한번 보세요.”

“알았습니다. 남편 보러 내려가 보라고 할게요.”

잠들어 있는 남편을 깨웠더니

“새벽부터 어떻게 가 조금 있다가 내려가 볼게.”

“아니야. 물이 샌다는데 얼른 가 봐야지.”

마지못해 일어나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남편은 우선 집으로 들어오는 수도 밸브를 잠가버립니다. 먹은 밥그릇도 그대로 두고 얼굴만 겨우 씻기만 하고 아이들은 학교로 가고 또 우린 출근을 했습니다. 저녁이 되어서야 아파트 관리사무소 기사님과 변기를 설치했던 아저씨가 머리를 맞대고 원인을 찾기 시작하였습니다. 알고 보니 세면대를 놓으면서 새로 뚫었던 게 하필 수도관을 관통해 버렸으니 밖으로 물이 셀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물이 세는 것은 잡았는데 밑층 화장실 벽지가 다 젖어 다시 발라 줘야 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제가 잘못했으니 마르고 나면 발라 드릴게요.”

사장님이 쉽게 말을 하니 우리도 아무 말도 하지 못하였습니다.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니 말입니다.


다행이 밑층 교감선생님은 우리 아이 둘 늘 쿵쿵거리며 시끄럽게 해도

“아이들이 다 그러면서 자라지요.” 하시는 분이라 만나면 미안해 어쩔 줄 몰라 했던 적이 많았습니다. 이웃 덕 톡톡히 보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렇게 모든 일이 순조롭게 끝났지만, 요즘 아파트 위층과 아래층 간의 소음으로 서로 싸우고 심지어 이사까지 하는 사람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조그마한 소음에도 아파트 관리사무소로 경찰서까지 전화하는 요즘인데 우린 참 간 큰 짓을 했다는 생각 감출 수 없었습니다. 엘리베이터에 붙은 공사를 한다는 공고를 보니 정말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습니다. 바로 이런 게 내 이웃을 위한 작은 배려이구나 하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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